시&수필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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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과 강 / 서명숙 / 북한 하늘 위에서 노니는 구름도 하얀색이더라#디카시 같은 하늘과 강 서명숙 북한 하늘 위에서 노니는 구름도 하얀색이더라 하늘 아래 북한 마을 철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도 하얀색이더라 압록강이라고 남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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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세상 / 서명숙 / 바다는 슬퍼 보인다#디카시 흐린 세상 서명숙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바라본 바다는 슬퍼 보인다 흔들리지 않는 파도는 코로나에 걸릴까 두려워 숨도 못 쉬고 납작 엎드려 떨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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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왜이래 / 서명숙 / 아 까마귀야 먼저 간 하늘은 어떠하니 -와이뉴스세상이 왜 이래 아 까마귀야 먼저 간 하늘은 어떠하니 날아보니 좋니 꺼억 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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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서명숙 / 이승에서 흘리는 아버지의 마지막 눈물 한줄기 잊을 수가 없습니다님은 갔습니다 서명숙 이승에서 신고 있던 무거운 신발 훌훌 벗어던지고 가벼운 신발 갈아 신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문으로 들어가신 님이시여 가시는 길 배웅도 못 받고 혼자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나요 가시는 그 전날 이승에서 흘리는 아버지의 마지막 눈물 한줄기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힘겨운 몸은 이미 저승으로 가고 있었지만 귀로는 다 들어주신 고마운 님이여 마지막 가시기 전 자식들 눈을 애절하게 쳐다보며 빰위로 가늘게 흘러내리는 눈물 그 눈물 우리는 자식들은 감히 안다고 할 수 없겠지요 평생 한량으로 살다 가신 아버지 그래도 우리 부모님입니다 우리 아버지입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또다시 우리 아버지로 와주세요 그때는 조금 덜 한량으로 살아주세요 그러실 거죠 아버지 잘 가세요 다 놓고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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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랑 서명숙 / 낡은 이불에 꺼진 담배연기...빛바랜 사랑 서명숙 허름한 안방에 빈 가슴 들고 사는 여인네들 녹슨 거실에 풀 죽은 이불 안고 사는 남정네들 더 오래되면 빈 껍데기 툭 놓고 살겠지 낡은 이불에 꺼진 담배연기 휙 날리겠지 삼분의 일만 남은 촛불 꺼져가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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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서명숙 / 아무도 날 부르지 않는 오후 소파에 앉은 나는...누구세요 서명숙 아무도 날 부르지 않는 오후 소파에 앉은 나는 엉덩이가 무거워진 매미소리를 듣는다 창문 밖 공기 속에 손을 찔러 넣어 더운 바람 한 잎 따서 무릎에 앉혔다 안방에서는 저 혼자 떠드는 외론 텔레비전 부엌 한구석에 쓸쓸한 냉장고 텅 빈 그녀 드디어 뒷 베란다에서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 딩동댕 댕동딩 몇 번씩 고쳐 울며 나를 부르는 수다스런 세탁기에게 달려가는 내가 누구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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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절반이라면 좋겠다 /서명숙 / 탈 많은 서글픈 몸뚱이가 헌옷 소쿠리 곁에서 소리도 없다중년이 절반이라면 좋겠다 서명숙 반으로 접힌 십육 절지를 넘어선 인생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티비 곁에 쭈그리고 앉은 누추한 소쿠리 헝클어진 구겨진 구멍 난 낡은 옷가지들 모여 졸기라도 하련만 훌빈한 머릿숱에 지푸덩한 눈 입술에 덮여 자글거리는 각질하며 말 많고 탈 많은 서글픈 몸뚱이가 헌옷 소쿠리 곁에서 소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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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세상 /서명숙 / 눈사람마저 녹아 물이되어 다시 물로 흘러가는 시간...오고 가는 세상 서명숙 온갖 꽃가루 판을 치며 행패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뜨거운 바람 앞에 뒷걸음질로 도망가는 봄 땀으로 얼굴을 덮을 여름이 현관 문턱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들어와서는 안방 문지방에 아주 엉덩이를 깔고 앉았네 꽃이 피었다 지고 시냇물 흐르다 땅으로 스미고 단풍이 물들다 낙엽 되어 쓰러지고 눈사람마저 녹아 물이 되어 다시 물로 흘러가는 시간 우리네 인생 사연도 그렇지 문 열고 오는 이 문 닫고 가는 이 물에서 나와 물로 다시 돌다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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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것이 / 서명숙 / 새벽 공기 위로 탑처럼 쌓아 놓은 이슬이...술병이 슬슬 시동을 건다 소주잔이 슬금슬금 오고 있다 술잔 안에서 출렁이는 이슬이 신발도 벗지 않고 넘어가려 애를 애를 쓴다 새벽 공기 위로 탑처럼 쌓아 놓은 이슬이 목구멍으로 넘긴 시간이 몹쓸 먼지가 되어 다시 또 입속을 간지럽히려나 흔들리기 시작하면 너도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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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흙으로 / 서명숙 / YNEWS 문예위원장흙에서 흙으로 / 서명숙 새파란 모래 한줌 손바닥 위 한세상에 잘 놀다 속절없이 손가락 새로 사라지고 마는 그 모래 손바닥 위에서 빛나던 날엔 보석의 광채로빛났으니 갈 길 멀어 등 굽어 지팡이 의지를 동무 삼아 마지막 한 발자국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려 하얀 가루 풀풀인사로 흙으로 돌아가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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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여자 여깄소 / 서명숙 / YNEWS 문예위원장고장 난 여자 여깄소 서명숙 언제인지 기억조차 없는 숨 쉬지 않는 시계 시체처럼 누웠는데 눈길 손길 외면당해 쓸모없는 시곗바늘 멈춰버린 시간에서 하나 요동 없이 세상은 버젓이 돌아가고 그 바늘의 시간에 나만 있어 수돗물 예고 없이 끊긴 신세 고물 시계로 멈춘 이 여자도 별보다 더 반짝이며 빛났다고 여기 있소 시체처럼 가만히 시간에서 밀려난 여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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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입속 세상 /서명숙/YNEWS문예위원장남편의 입속 세상 서명숙 늙은 옥수수 여러 개가 입속에서 춤을 추는 묘한 풍경 입 밖으로 추락하기 전 마지막 몸부림 입안으로 걸어오는 음식들 제자리를 못 찾아 우왕좌왕 설설 기는데 늙은 옥수수는 남자답게 속으로 울음 삼키고는 음식 앞에 아무 말 못 하고 멍하니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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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시 산책] 엄마의 걸음 - 서명숙/YNEWS 문예위원장엄마의 걸음 서명숙 초년은 거북이걸음보다 느리 터지게 걷더니 중년은 토끼같이 뛰어다니다가 말년이 된 지금 총알보다 빠르게 날아가고 있네 몇 달 전만 해도 넙덕하고 허연 피부에 풍채가 적당히 좋았는데 며칠 전에 본 당신의 모습은 허연 둥근달이 냉정한 세월이에게 치여 홀 죽 하고 쭈글 한 반달 모양이 되어 있었다 우리 인생의 열매가 익는 속도는 떫은 감이 홍시가 되는 것보다 빠르다 우리네 인생 늙어가는 길이 비행기보다 빠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고 했나 익어가는 게 아니라 떨어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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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시 산책] 녹록지 않은 인생-서명숙,YNEWS 문예위원장녹록지 않은 인생 / 서명숙 양쪽 발가락이 다 아프다 한 걸음 뗄 때마다 통증이 저며 온다 이 신발 같으니라고 발바닥이 쑤셔온다 발을 디딜 때마다 통증이 밀려온다 저 신발 같은 것 어렵게 수소문으로 발을 부드럽고 편안하게 감싸준다는 신발님을 모셔왔다 아이고 요놈의 신발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추운 날은 못 신고 나가는 신발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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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책] 더운 버스-서명숙, YNEWS 문예위원장더운 버스 / 서명숙 언덕배기를 땀으로 줄줄 기어오른다 갱년기 버스 저리도 맥을 못추는지 들숨날숨 번갈아 씩씩대며 버스는 인상으로 힘을 쓴다 덩달아 절인 배추가 되어 버스에서 내리는 이들 뒤통수를 보는 내가 서글픈 땀이 얼굴을 가린 삼복더위에 위로받을 꿈마저 치대져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