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가는 세상
서명숙
온갖 꽃가루 판을 치며 행패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뜨거운 바람 앞에
뒷걸음질로 도망가는 봄
땀으로 얼굴을 덮을 여름이
현관 문턱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들어와서는
안방 문지방에
아주 엉덩이를 깔고 앉았네
꽃이 피었다 지고
시냇물 흐르다 땅으로 스미고
단풍이 물들다
낙엽 되어 쓰러지고
눈사람마저 녹아 물이 되어
다시 물로 흘러가는 시간
우리네 인생 사연도 그렇지
문 열고 오는 이
문 닫고 가는 이
물에서 나와
물로 다시 돌다가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