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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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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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봄 나들이 / 은진사의 봄…

절 경내를 경건한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았다. 부처님의 인자하신 자비를 온통 휘감고 있는 듯하여 절로 숙연해졌다. 경내 한가운데에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는데, 싱그러운 연잎이 초록빛을 한창 숨 가쁘게 뿜어대고 있었다. 연못 옆에는 배부른 산모들이 몇몇 보였는데, 때마침 잔잔한 범패음악이 흘러나와 좋은 태교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시인의 봄 나들이 / 은진사의 봄 / 유진숙

은진사 봄 나들이 / 유 진 숙 띠동갑 여자친구들 셋이 몇 달 만에 다시 뭉쳤다. 백세시대의 반환점을 막 돌아 나온 중년이지만, 이날만은 소녀시절로 돌아가 마냥 반가움에 얼싸안았다. 머리를 짓누르는 모든 시름도 이 순간만은 다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오늘 3인방이 치유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곳은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은진사란 절이다. 작은 절이지만 야생화 꽃으로 꽤 유명한 곳이다. 유월의 짙은 푸름이, 산과 바다가 어울리는 계절에 그리운 친구들과 만나 하루를 보내기에 족한 곳이다. 친구가 끌고 나온 차를 타고 부산 앞바다 해안도로를 질주했다. 차창 밖으로 옥색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아스라이 먼 수평선이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출렁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갓 따낸 미역에서 풍기는 듯한 특유의 바다 내음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우선, 기장 초입의 어느 참살이 보리밥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시켰다. 슬슬 힘든 세상살이, 주름살 진 이야기들이 터져 나오는 시간이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아파트 평수를 줄였다는 친구의 등을 토닥이다 폐경이 되면서 원형탈모증까지 겹쳤다며 고민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리기 바빴다. 그러다가 노모 간병으로 직장도 관둔 내 신세를 생각하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서 은진사를 찾아 야생화를 보면 기분이 좀 가라앉을 것 같아서 친구를 독촉하여 식당을 나섰다. 장안읍 쪽으로 한참을 달리니 아담한 작은 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줄지어 선 보리수 울타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빨갛게 익은 보리수 몇 알을 따먹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은진사 입구로 향하였다. 절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2개의 십이지신상이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등 12종의 동물 신상이 도로를 지키며 서 있었는데, 이 부근 바닷가에 자리한 해동용궁사에서도 보았던 반인반수의 신상이다. 입구에서 정원까지 이어지는 길 양옆으로 보리수, 앵두, 자두 등 과일나무가 즐비한 가운데 항아리에 심어놓은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찾아오는 길손을 맞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탈모증으로 고민하던 친구가 제일 먼저 환성을 터뜨린다. 창포, 용버들, 흰노루귀, 바람꽃, 개망초, 매발톱, 초롱꽃, 벌노랑이꽃, 금계국 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아름답게 피어 천국의 화원을 방불케 한다. 작고 아담하지만 순박하고 강인해 보이는 우리 산야의 토종 풀꽃들이다. 우리 3인방의 입에서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다시 절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커다란 자루를 메고 환한 웃음이 가득한, 배불뚝이 스님의 조각상이 우리를 기다린다. 중국의 산타클로스라고 불리는 포대화상이다. 후량(後粱)의 실존인물로, 포댓자루에 시주 물을 갖고 다니며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륵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져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절은 물론 일반 가정이나 사업장에도 복의 상징으로 많이 모신다고 들었다. 은진사의 포대화상도 넉넉하고 인자하기 그지없었는데, 누가 와서 소원을 빌었는지, 몸뚱이에 잔돈을 잔뜩 붙여놓았다. 절 경내를 경건한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았다. 부처님의 인자하신 자비를 온통 휘감고 있는 듯하여 절로 숙연해졌다. 경내 한가운데에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는데, 싱그러운 연잎이 초록빛을 한창 숨 가쁘게 뿜어대고 있었다. 연못 옆에는 배부른 산모들이 몇몇 보였는데, 때마침 잔잔한 범패음악이 흘러나와 좋은 태교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이곳 은진사 경내 연못에도 화사한 연꽃이 봉오리를 활짝 열리라. 봉오리 터지는 날, 다시 한 번 찾아 그 처연한 아름다움을 상찬하고 싶다. ‘아침 햇살에 깨어나고 달빛에 잠이 드는 수련화/ 어스름 달빛 비치는 초저녁 호수에 떠/ 다소곳한 기다림을 갖는 여인/ 너를 모르는 체 외면하는 이 누구더냐’라고 노래한 이상희 시인의 시를 읊조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경내 뜨락에는 자두와 보리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채 뜨거운 유월의 태양 아래 익어가고 있었다. 그 향긋한 과실을 따서 부지런히 입으로 집어넣는 3인방....어느덧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있었다. 서슴없이 분주한 손놀림이 그저 행복해 보인다. 은진사의 새콤한 자두 맛,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법당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하고, 바로 옆 기념품 판매점에서 연화차 한 잔씩을 얻어 마셨다.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불면증을 치료해 준다는 차다. 은은한 차향에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냥 나오기 미안해서 작은 기념품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제 이곳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작지만 그래서 번잡하지 않아 더 좋은 곳, 고즈넉한 분위기가 세파에 찌든 주름을 다림질해주었다. 오늘 하루 소중한 치유와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준 은진사에 감사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시인의 봄 나들이/코로나에 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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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봄이 운다 / 유진숙 요즘 코로나 사태로 세상이 시끄럽다. 모임도 죄다 끊어버리고 집과 직장만 오가던 차에 사진작가 지인이 원동 일대로 출사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야외에서는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약하다는 말도 있고 해서 모처럼 봄바람도 쐴겸 따라 나서기로 했다. 동행한 분들은 모두 일곱이었다. 아침 일찍 약속 장소에 집결했다. 3월 중순인데도 꽃샘추위로 제법 쌀쌀했으나 마스크를 끼고 등산복으로 중무장을 했더니 견딜 만했다. 차 2대에 분승하여 도착한 곳은 양산 팔경 중의 하나인 임경대. 낙동강을 내려다 보는 경치가 끝내준다. 공기가 너무 맑아서 눈마다 생기가 돌고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한다. 코로나가 오면 제풀에 도망칠 것 같다. 임경대는 통일신라 시대에 생긴 정자인데, 이곳 경관을 상찬하는 시인 묵객들의 한시와 그림이 전해진다. 정자에서 낙동강을 굽어보면 우리나라 지도를 닮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즈넉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저절로 머리가 맑아진다. 다음은, 꼬부랑길을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원동 순매원으로 갔다. 그런데 매화가 벌써 거의 져버리고 설렁한 느낌이었다.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이 인간의 생노병사와 대비되어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자연의 이치임에랴. 아무리 매화가 끝물이라고 해도 상춘객들이 북적거릴 시기인데, 오가는 사람이 너무 적고 한산했다. 조용해서 좋긴 해도 장사하는 분들은 모두 울상이었다. 이 모두가 코로나 때문이다. 매화 구경을 제대로 못 해 아쉬움이 남았는데, 다행히 신흥사 가는 길목 근처에 청매화가 소복히 피어 우리를 반겨주었다. 희푸른 꽃잎이 봄바람에 나풀거리며 길손에게 미소를 짓는다. 신흥사 경내에는 수선화 현호색 할미꽃 등 다양한 들꽃이 앙증맞게 피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청정지역이라 계곡 물이 너무 깨끗하여 1급수에만 서식하는 송사리 피라미가 유유자적 노닐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도 코로나로 찾는 이들이 거의 없었다. 마지막으로, 파래소 폭포로 차 머리를 틀었다. 신불산 중턱에 있는 명소인데, 산을 넘으면 울주군이다. 가지산 아래 석남사 앞에서 남쪽으로 내려와도 되고, 배내골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도 된다고 한다. 폭포 올라가는 계곡 주변으로 온통 진달래 천지다. 몽실몽실 피어오른 연분홍꽃이 산객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코로나 때문에 질식할 것 같은 시기에 신선한 봄꽃을 대하니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봄은 진정 선물이다. 드디어 폭포 주위에 다다르니, 웅장한 물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진다. 그저 입이 벌어진다. 욕심의 군더더기는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씻어내며 흘러가는 물의 소용돌이를 본다. 너럭바위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자연의 소리를 감상하며 내 마음의 찌꺼기를 정화한다. 폭포 아래는 바닥이 훤히 보이는 소가 펼쳐져 있다. 여름이면 풍덩 들어가 몸을 담그고 싶을 정도로 청량한 물이다. 맑은 거울 같은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마저 깨끗해진다. 이곳에서 흘러내린 물이 배내천이 되고, 배내천은 다시 낙동강으로 합수된다고 한다. 폭포를 이루는 주위 계곡은 사시사철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인데, 역시나 우리 일행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배내골 쪽으로 재를 넘어 양산 어곡에서 점심을 먹은 후 해산하였다. 코로나 때문에 불경기가 심화되고 가는 곳마다 설렁하여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오랜만에 지인들과 알찬 힐링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유진숙 시인 프로필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수학 청옥문학 시부문 등단(2013년) 청옥문학 수필부문 등단(2014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산문인협회 전) 봉사차장 부산시인협회 전) 편집차장 새부산시인협회 전) 사무차장 천성문인협회 명예회장 시집:「 내 가슴에 머문 그대」, 「강아지풀」발간, 그 외 동인집 다수 서울시 지하철 전국 시 공모 당선(2016) 부산청옥문학협회 '작가상' 수상(2017년) 제2회문학산책 전국문학현상 공모 '특별상' 수상(2019) 천성문인협회 '천성문학상' 대상(2019) 현)YNEWS 문예분과위원장 현)YNEWS 재능기부발전위원

주말에 만나는, 시인과의 산책/광…

주말에 만나는, 시인과의 산책/광대나물 풀꽃/선우 유진숙

광대나물 풀꽃/선우 유진숙 연보라빛 루주바른 봄아가씨 진한 향기를 풍기는 입술 광대나물꽃이 나를 반긴다 두 팔 벌려 하늘을 받들고서 얕으막한 대지 위 낮게 엎드려 경쾌한 춤을 추는왈츠형 봄바람에 보는 눈을 유혹한다 작은 몸짓이 네 삶의 일부분을 차지할지언정 보는 눈이 즐겁다 바람결 따라 밭두렁 사뿐사뿐 좋은 인연으로 다가선다 수호신이라고 하는 것은 오직 호미뿐 그 한자루에 의지한다 나 보다 아래에 놓여있는 여리디여린 꽃잎 너의 삶도 내 목숨 만큼 값진 것인데 내 몸짓 앞에 파르르 떨고 있을 네 삶은 깨뜨릴 수 없는 인과다 너만의 자유 너만의 선택이라는 것을 흔들리는 몸짓으로 깨달아 본다 유진숙 시인 프로필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수학 청옥문학 시부문 등단(2013년) 청옥문학 수필부문 등단(2014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산문인협회 전) 봉사차장 부산시인협회 전) 편집차장 새부산시인협회 전) 사무차장 천성문인협회 명예회장 시집:「 내 가슴에 머문 그대」, 「강아지풀」발간, 그 외 동인집 다수 서울시 지하철 전국 시 공모 당선(2016) 부산청옥문학협회 '작가상' 수상(2017년) 제2회문학산책 전국문학현상 공모 '특별상' 수상(2019) 천성문인협회 '천성문학상' 대상(2019) 현)YNEWS 문예분과위원장 현)YNEWS 재능기부발전위원

주말 오후 시인과의 산책/푸른 섬…

대만과 일본 사이에 있는 독립왕국(유구국)이었다가 100여 년 전에 일본에 합병되었다는 오키나와였다. 위안부 문제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자칫 매국노 소리를 들을까 봐 조심스러웠으나, 이런 때일수록 두 나라 간 친선의 가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신청했다.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져 일행이 20여 명이나 되었다.

주말 오후 시인과의 산책/푸른 섬나라 오키나와 기행/선우, 유진숙

직장 입사 후 2년 반 만에 해외여행 휴가를 받았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서 머리가 폭발 직전이었는데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몰랐다. 아는 언니들과 여행지를 수소문했는데, 그리 멀지 않으면서 비용이 싸게 나온 상품이 하나 있었다. 대만과 일본 사이에 있는 독립왕국(유구국)이었다가 100여 년 전에 일본에 합병되었다는 오키나와였다. 위안부 문제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자칫 매국노 소리를 들을까 봐 조심스러웠으나, 이런 때일수록 두 나라 간 친선의 가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신청했다.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져 일행이 20여 명이나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오후 늦게 비행기를 타니 2시간 만에 오키나와의 나하 공항에 도착했다. 대기 중인 버스에 몸을 싣고 숙소인 노보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첫날 저녁 식사는 자유식이었다. 언니들과 함께 호텔을 나와 식당 거리로 갔다. 오키나와 현지인들을 만나고 토속음식을 맛보고 싶었다. 이곳 원주민은 중국과 일본에서 건너온 사람이 많다는데, 필리핀이나 남중국 사람들처럼 피부가 그을린 듯 검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박색이었다. 일본의 지배를 받은 지 오래되어 상점 간판이나 사용하는 언어는 모두 일본어였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잔술집같이 생긴 식당이었다. 주문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와 달라서 한참 서로 눈치를 보며 헤맸다. 우리처럼 식사 메뉴 하나를 선택하면 알아서 갖다주는 게 아니고, 양식처럼 요리와 술을 일일이 주문해야만 했다. 오키나와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쿠르쿤 생선 튀김요리는 물론, 찬푸루 소면국수, 고야 무침 등 손에 집히는 대로 이것저것 주문했다. 그중 생선튀김은 먹을 만했으나 고야 무침은 맛이 쓴 여주를 삶아서 무친 것이라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푸짐한 뷔페로 아침을 먹은 후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했다. 1월 중순이라 한국은 한겨울인데 이곳은 포근한 가을 날씨였다. 섬이라 바닷바람이 거세긴 했지만 따스하고 청명한 날씨와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머나먼 동쪽바다 저편에 있다는 이상향 '니라이카나이'를 동경하여 지었다는 꼬부라진 다리를 지나 북쪽으로 버스를 달렸다. 차창 밖으로 코발트 빛 산호초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섬 곳곳에 유구 왕국의 신화와 이국의 정취가 물씬 묻어났다. 오키나와는 제주도보다 조금 더 큰 섬으로, 이사부 정벌 후의 우산국 주민들과 제주도에서 패한 삼별초 무리가 이곳으로 도피한 증거가 있다고 한다. '홍길동전'에 나오는 홍길동이 죽지 않고 이곳에 왔고 홍길동의 부인이 이곳의 신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으며, 이 때문에 전남 장성군과 자매결연까지 맺었다고 한다. 이곳은 지리적 위치가 동아시아의 중심에 있어 중개무역으로 번성했던 섬나라였다. 1975년 국제 해양박람회가 열린 오키나와 해양기념공원을 둘러보았는데,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었다. 디테일에 강하다는 일본인들의 솜씨를 이어받아 아기자기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을 쓴 모습을 보았다. 공원 안에는 돌고래와 범고래 쇼를 하는 곳이 있었는데, 가이드가 시간에 맞춰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고래들이 얼마나 영리한지 사람의 행동과 손짓에 따라 물 밖으로 솟구쳐 오르고 공중제비를 도는데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어서, 일본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수족관이라는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을 관람했다. 추라우미는 '아름다운 바다'라는 뜻이란다. 우리나라에도 부산 해운대와 서울 63빌딩에 수족관이 있지만, 이곳 추라우미 수족관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데, 바로 세계 최초로 번식에 성공한 고래상어들이다. 초대형 수조 안을 거대한 고래상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는데, 마치 항공모함이 지나가는 듯했다. 그 외에도 쥐가오리, 황다랑어, 바다거북이 등 수많은 어종이 있었지만 압권은 고래상어였다. 다음은 오키나와 중부 서해안에 위치한 국립 자연공원 '만좌모'를 둘러보았다. 18세기 유구왕 쇼케이가 '만인이 앉아도 족한 벌판'이라고 감탄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 모를 남국의 식물들이 거센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짙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해안가 절벽은 코끼리 머리를 닮았다. 다시 버스를 달려 오키나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이색 관광지 '아메리칸 빌리지'로 향했다. 인근의 가데나 공군기지는 아시아 최대의 미 공군기지. 아메리칸 빌리지에 들어서면 미국에 온 느낌이 든다. 원래 미군부대 영내에 있었던 것인데, 미국이 반환함으로써 주민들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어느새 밥때가 되었는지 배가 출출하다. 이번에는 일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처럼 음식이 푸짐하지가 않고 한 개씩 주문한 것만 나온다. 손님이 바글바글하여 얼른 먹고 일어서야만 했다. 마지막 관광이 시작되는 날. 역시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유구 왕국 시절 왕의 거성인 슈리성으로 갔다. 우리가 묵던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오키나와는 제주도처럼 둥근 것이 아니라 남북으로 기다랗게 생겨서 차를 조금 달리면 바다가 보였다. 좁은 섬이라 절벽과 해안의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여 성을 쌓았다. 전각은 지붕도 기둥도 중국처럼 온통 붉은 색으로 치장해 놓았다. 불행히도 최근에 원인 모를 화재를 당해 제일 중요한 정전이 타버려서 지금 주민들이 재건위원회를 만들고 헌금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불탄 성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불타기 전에는 동화 속의 성처럼 작고 아름다웠을 것 같았다. 과거 오키나와 전쟁 때 파괴되었으나 근래 복원하여 성 입구와 성안 곳곳에는 당시 복장을 한 예쁜 아가씨와 늙은 원주민이 엄숙한 자세로 관광객을 맞는다. 슈리성 아래에는 인공 연못이 있는데, 연못 중앙에 사당처럼 생긴 작은 건물이 한 채 있다. 이곳은 16세기 초 조선 정부가 하사한 불경을 보관하던 장소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외세의 침입으로 책은 모두 소실되었다고 한다. 돌계단 오른쪽으로 성터가 보이는데,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미군의 폭격을 당해 모두 소실되고 주춧돌 3개만 남았다. 2000년에는 슈리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매년 약 28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끝으로, 나하시 인근에 있는 평화공원을 둘러보았다. 평화공원은 1945년 일본과 미군과의 처절한 전쟁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었다. 당시 미군은 오키나와에 상륙하여 이를 점령하였고 이 과정에서 불과 석 달 만에 20여만 명이 전사하거나 집단 자살하였다 한다. 당시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어 온 한국인이 1만 명이란 설이 있다. 머나먼 섬에 끌려와 남의 전쟁에 휘말려 무참히 희생된 영혼들이 거기에 잠들어 있었다. 갈길 잃은 수많은 혼령의 방황인지 몹시 바람이 불었고, 가난하고 힘없어 잃어버린 나라의 설움을 부여안고 죽어간 조상들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2박 3일 간의 여행일정이 후딱 지나갔다. 짧은 기간이지만 나라 없는 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의 언어가 있고 지켜야 할 나라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경자년...설날 오후에 시인과의 …

경자년...설날 오후에 시인과의 산책/설을 맞이하며/유진숙

설을 맞이하며 / 선우(禅右) 유진숙 어느덧 민족 고유의 명절이 다가오고 한겨울 답지 않게 따뜻한 설날이려니 산골 따라 맑은 물 졸졸 흘러내림 세라 갈잎 소복이 쌓여 있는 산 자락 오솔길 앙상한 나뭇가지 정겹다, 두 팔 벌리니 산새들의 울음소리 새 아침을 깨운다 춘풍 불어 파릇파릇한 새싹 돋아날 적에 긴 세월 잊고 살아온 고향 친지 찾아뵙고 유년의 추억 더듬어 담소라도 나눔일세라. 연시조 설 / 유진숙 비호처럼 다가오는 명절이 코앞인데 마음은 천하태평 무릉원 선비 같으나 고향 땅 잊고 산지가 수개월째 흘렀네 낙엽송 가득하게 쌓여있는 자드락길 잔가지 듬성듬성 고향길 재촉하니 산새 울음소리에 부모 생각 간절하네 조만간 추위 가고 얼었던 땅 녹으면 그리운 고향사람들 정답게 마주하여 고향 인심 한 그릇의 떡국이 푸지구나. 유진숙 시인 프로필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수학 청옥문학 시부문 등단(2013년) 청옥문학 수필부문 등단(2014년) 한국문인협회 회원 부산문인협회 전) 봉사차장 부산시인협회 전) 편집차장 새부산시인협회 전) 사무차장 천성문인협회 명예회장 시집:「 내 가슴에 머문 그대」, 「강아지풀」발간, 그 외 동인집 다수 서울시 지하철 전국 시 공모 당선(2016) 부산청옥문학협회 '작가상' 수상(2017년) 제2회문학산책 전국문학현상 공모 '특별상' 수상(2019) 천성문인협회 '천성문학상' 대상(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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