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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숙 시인의 / 가깝고도 먼 나…

2016년 늦가을. 난생 처음으로 외국 여행을 간다는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문단에 들어온 후 국내 문학기행은 가끔 다녔지만, 해외 여행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꿈이 현실이 되었다. 한 동네 알고 지내는 언니 동생들이 저렴하게 나온 여행상품이 있다고 하여 동참하게 된 것이다.

유진숙 시인의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 유진숙 우리는 꿈을 갖고 산다. 더 넓은 세상과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싶다. 여행도 그중 하나다. 2016년 늦가을. 난생 처음으로 외국 여행을 간다는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문단에 들어온 후 국내 문학기행은 가끔 다녔지만, 해외 여행은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꿈이 현실이 되었다. 한 동네 알고 지내는 언니 동생들이 저렴하게 나온 여행상품이 있다고 하여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일본 서부를 3박 4일간 여행하는 일정인데, 부산항에서 저녁 배로 갔다가 만 이틀 관광하고 다시 저녁 배로 돌아오는 것이라 비용이 아주 쌌다.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일본 서부 시모노세키로 가는 정기연락선(카훼리)을 탔다. 이 구간을 운항하는 연락선은 한국배와 일본배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가 탄 배는 일본배였다. 낮에 운항하는 연락선 중에는 서너 시간 만에 주파하는 쾌속선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탄 배는 저녁에 출발해서 아침에 도착하는 배였다. 천천히 달려서 그런지, 마침 파도가 잔잔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우려했던 멀미를 하지 않아 좋았다. 첫 해외여행이라 더 그렇겠지만, 나에겐 부딪히는 모든 게 신기했다. 일본배라서 그런지 한국돈 사용이 안 되고 일본 엔화만 받는 거라든지, 좁은 배 안에 육지 호텔처럼 침실과 샤워실 휴게실 카페 식당 등 없는 것이 없어 신기했다. 어두워진 뒤에 출발해서 선창 밖을 내다봐도 시커먼 밤바다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일단 잠을 푹 자 두는게 상책이다 싶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뱃전에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간간히 귀를 때리고, 몸이 아래 위로 조금씩 흔들리는 걸 느끼며 잠에 빠져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새벽이었다. 시모노세키 항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접안하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새 아침 해가 밝았다. 배에서 내려 대기 중이던 전용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곳은 우리 선조들이 일본 열도로 건너가서 처음 정착한 땅이라고 해서 더욱 설레었다. 내가 타고온 큰 철갑선이 아니고 작은 목선을 타고 험난한 대한해협을 건너왔을 조상님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버스에 오르니 또 한국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버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우리나라 버스와 반대편에 있는 것이다. 산천 풍경이나 현지인의 생김새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혀 짧은 듯한 일본말이 계속 들려와 외국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옛 조선의 문화교류 사절단 격인 조선 통신사 상륙기념비였다. 조선 통신사들이 대마도를 거쳐 처음 상륙한 일본 본토가 바로 이 시모노세키라 한다.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큰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자신들에게 선진 문물을 전해준 통신사들에 대해서는 기념비까지 세워 감사를 표시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거액의 예산을 들여 수백 명에 달하는 통신사 일행을 이곳에서 마중하고 수도인 동경까지 호위하였다고 한다. 이어서, 통신사 기념비 부근에 위치한 아카마 신궁을 구경하였다. 일본에 무수히 산재한다는 신사 중 하나인데, 용궁을 상징한다는 붉은색 건물기둥이 인상적이었다. 신사 출입문은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모습인데, 우리나라 왕릉 앞에 세우는 문과 비슷하면서도 좀 달랐다. 가이드가 아카마 신궁의 유래를 설명해 주었다. 800여 년 전 일본의 패권을 놓고 전투를 벌이다 패하여 바다에 투신자살한 왕자를 추모하여 세운 거라 한다. 5월이 되면 센테이사이라는 호화 찬란한 축제도 연다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죠후 성하마을로 이동하였다. 이곳은 일본의 전통가옥이 잘 보존된 마을로, 마을을 관통하여 흐르는 개울물이 너무 맑아서 그 속에 노니는 잉어떼가 그대로 보이고,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들 모습이 평화스러웠다. 우리는 사위가 찾아오면 씨암탉을 잡아주는데, 일본은 잉어를 잡아준다고 한다. 다시 한참 내륙 쪽으로 버스를 달려 도착한 곳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는 코잔지였다. 일본 3대 탑 중의 하나인 국보 리코치 5층탑이 있는 불교사찰이다.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을 닮은 목탑인데, 보존상태가 아주 좋았다. 중간 부분에 아치 모양의 장식이 있는 사찰 지붕도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독특한 점이 있었다. 코잔지 부근에는 무사정권 시대에 사무라이들이 모여살던 마을도 있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못 했다. 이 일대는 야마구치 현으로 오래된 신사와 사원이 많고,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계몽사상가가 학숙을 열어 많은 열혈청년들을 길러냈다 한다. 그중에 하나가 우리에게는 악연인 이토 히로부미가 있다. 일본 총리도 이 지역에서 많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일본 최대 카르스트 지대라는 아키요시다이로 갔다. 국가 지정공원으로 면적이 4,500헥타르에 달한다고 한다. 아키요시다이를 구성하는 아키요시 석회암은 3억 년 전 바다 속 산호초가 지각변동에 의해 융기되어 생긴 것인데, 빗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석회암이 특유의 용식지형(카르스트)을 만들어내었다 한다. 이곳은 계절마다 다양한 경관을 즐길 수가 있어 일본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단다. 특히, 가을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억새 군락과 새벽 안개가 초원을 뒤덮는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억새와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가 가을의 넉넉한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과거 속 바다를 걷는 기분을 내며 억새들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슈호도 석회암 동굴에도 들어가 보았는데,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나 한국에도 이런 동굴이 있어서 크게 새롭지는 않았다. 다시 버스를 달려 숙소인 하기 그랜드 호텔에 투숙했다. 이곳은 일본 전통 온천이 있는 곳으로, 여장을 푼 후 일본 전통복장을 하고서 온천욕장으로 갔다. 가이드 말이, 온천을 할 때 머리 위에 수건을 얹고 있거나 거시기를 수건으로 가리고 있으면 일본인이라 한다. 한국인은 보통 수건을 쓰지도 않고 거시기를 가리지도 않고 그냥 당당히 걸어다닌다고 한다. 또한, 온천을 하다가 때를 밀고 있으면 한국인이란다. 느긋하게 온천을 즐긴 후, 편안하게 일본 전통 요리로 저녁식사를 했다. 아주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복어가 많이 잡히는지 복어를 여러가지로 조리해서 내놓았다. 맛있게 잘 먹었는데, 일본 여자 종업원이 시종일관 무릎 꿇고 앉아서 시중을 드는 것이 좋으면서도 좀 부담스러웠다. 일본 전통 다다미방에서 잠을 잤는데, 이불도 종업원이 들어와서 무릎 꿇고 펴 주고 여간 지극정성이 아니었다. 다 좋았는데, 베란다로 통하는 속문 위가 뻥 뚫려서 새벽에는 좀 추운 게 탈이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은 후, 둘째날 관광이 시작되었다. 먼저, 일본 도시공원 중 100선에 꼽힌다는 도키와 공원으로 향하였다. 이곳은 각종 화훼식물과 조각작품이 특색있게 꾸며진 호수공원이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서 너무 깨끗하고 조용했다. 점심은 고기 뷔페를 먹었는데, 각종 고기가 엄청 많아서 맘대로 가져다가 양껏 구워먹을 수 있어 좋았다. 너무 욕심을 부려 고기를 남겨서 한국사람 흉을 잡힐까봐 가이드가 주의를 준다. 일본인은 대개 소식을 하고 음식 쓰레기도 거의 남기지 않는단다. 식사를 마친 후, 북큐수 섬으로 건너갔다. 우선, 해발 268m의 히노야마 산 전망대에 올라 큐수와 시모노세키 일대 항구를 내려다 보았다. 안개 자욱한 저 바다 너머에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다. 산을 내려와 에도시대 고쿠라 번의 번청으로 사용되었다는 고쿠라 성을 관광했다. 전형적인 일본성으로 성 밖은 해자가 둘러져 있고, 비스듬히 쌓아올린 성벽이 겁나게 높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쌓은 오사카성도 이런 양식의 성이라 한다. 성 밖에는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이 늘어서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비가 갑자기 쏟아져 성탑 안 구경을 못 하고 철수하여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일본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일기예보가 정확하다고 한다. 섬으로 둘러싸인 나라로 일기예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투자를 많이 해서 예보가 시간까지 아주 정확하단다. 비가 올 것 같지 않아서 우산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도 많았는데, 정말로 가이드가 말한 시간에 정확히 비가 내렸다. 끝으로, 사람 냄새 나는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100년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탄가 시장이었다. 비좁긴 했지만 생각보다 깨끗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생선 비린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없었는데, 이런 점이 양국 민의 성격 차이라고 한다. 시장에는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도 많이 드나드는데, 가이드가 한중일 삼국 여성의 신체특징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한국 여자는 얼굴이 가장 이쁘게 발달을 하여 미인이 많고, 중국 여자는 다리가 매끈하게 잘 빠져서 다리를 보고 아가씨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본 여자는 얼굴이 못 생기고 뻐드렁니가 많지만 가슴이 예쁘다고 한다. 일본 여자는 얼굴이 못난 대신 애교가 많아서 아침 저녁 인사법이 다르단다. 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시모노세키 선착장으로 다시 왔다. 밤배를 타고 돌아오면서 이틀 간의 짧은 여행을 뒤돌아 보았다. 처음 나간 해외여행이었던 만큼 감회가 산더미 같았으나 무딘 필력으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바둑도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이고,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전경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외를 보는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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