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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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책] 갈증/서명숙/YNEWS 문예위원장갈증 서명숙 불만 한 개가 입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아침 나는 부엌으로 달려가 찌꺼러기만 남은 소고깃국에 밥을 던져 출렁이는 마음속 바다에 뻘건 고춧가루를 뿌렸다 사약 한 사발을 입안으로 배달시킨 아침 나는 강도 높은 수위의 베트남산 씁은 커피로 머그잔 안을 새까만 먹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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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서명숙-YNEWS문예위원장자유 서명숙 꽃은 꽃이지 나비이겠니 꽃은 예쁘지만 슬퍼 보인다 인정? 창살 없는 감옥에서 자유를 갈구하는 웃고 있어도 울고 있는 예쁘긴 하는 꽃 차라리 나를 꺾어 차에 태워 어디든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을 보았니 나비는 훨훨 날아 어디든지 갈 수 있지 꽃보다 나비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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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시산책,서명숙 시인의 '외딴섬'(YNEWS 문예위원장)외딴섬 서명숙 이름 모를 강가 한 귀퉁이에 홀연히 서있는 허름한 나룻배가 시선을 멈추게 만든다 마치 내가 나룻배인 듯 발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주인에게 버려진 것처럼 붉게 타들어가는 석양을 등지고 바다만 바라보는 모습이 애처롭다 아무도 없는 여기서 나마저 가버리고 나면 혼자 쓸쓸히 밤을 새울 저 나룻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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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봐줘-서명숙-YNESW문예위원장나 좀 봐줘 - 서명숙 손톱 밑에 낀 먼지가 아우성을 친다 따뜻한 불빛이 내리는 어디로든 나가고 싶다고 발톱 밑 무좀이 흐느껴 운다 이 세상에 엄연히 산 존재인데 너무 괄시받는다고 몸에 붙어있는 온갖 때들이 호소를 한다 제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몸 안에 있는 점이 하소연한다 자기도 주목받는 콧등에 자리 잡고 싶다고 세상에 없어도 되는 자리에서 고대하는 그 자리로 그리 살고 싶다고 봐 달라 애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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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렷 열중 쉬어-서명숙 YNEWS 문예위원장정신 차렷 열중 쉬어 /서명숙 나의 허물어진 정신을 하얀 밀가루에 한 번 옹골찬 부침가루에 또 한 번 굴려 지옥같은 기름에 퐁당 제대로 바싹 튀기자 기름이 뚝뚝 떨어지면 하얀 소쿠리에 던져 귀찮아 죽겠다는 게으름 병으로 한심한 기름 또 한바가지와 갈수록 기억이 쇠퇴해가는 무서운 기억방울들 두 바가지 탈탈 털어 냄비에 붓고 싱싱한 기름으로 통통 살아 튀는 순간까지 임계점을 통과한 튀김을 정신 바짝 차려 돌아온 나만의 튀김을 정갈한 그릇에 눕혀 이제 열중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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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무거운 집에 살아 봤니/YNEWS 문예위원장무거운 집에 살아봤니 서명숙 선풍기가 힘겹게 도는 아침 해종일 밥도 못 먹고 뜬눈으로 일하는 가여운 노동자 저 선풍기 에어컨이 보이지 않는 집 지독한 더위를 팔자로 껴안고 산다 가죽 가방은 더 비싼 공기에 풀이 죽어 하냥 고개를 숙이고 먹고 남은 빈 병도 쓰러져 초주검이다 대단한 위인이 사는 무게감 있는 이 집 시세로 치면 무거운 공기 값도 얼떨 얹혀 팔려 갈 것이 틀림없는 집집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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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서명숙 /YNEWS 문예위원장인생길/서명숙 길을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본능적으로 걷는다 눈보라가 앞을 가로막고 억수 같은 비가 등을 세차게 때려도 어차피 걷는다 인생살이 지겨워도 라면같이 구겨진 삶이라도 신발 신고 있으니 걷는다 그냥 걷는다 신발 벗을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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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까막눈 울엄마/YNEWS 문예위원장까막눈 울 엄마 서명숙 부식 가게를 하며 자식을 먹이며 가르쳤던 엄마 글을 모르는 엄마의 장부엔 손님들이 외상을 찍 긋고는 가버렸다 손님은 더하기보다 빼기를 더 잘했다 해종일 장사에 매달려 파김치가 된 채 졸다가 머리가 바닥을 향해 미끄러져져도 다리는 거미줄을 쳐서 실처럼 엉켜도 스스로 풀지를 못했다 신문을 보던 엄마가 속상해 신문을 뺏어 읽어주려는데 엄마가 쓸쓸하게 나를 쳐다보던 표정 한참 후에 알았다 절에서 글을 뗀 울 엄마 신문을 보지 않고 신문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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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없나요/서명숙/YNEWS 문예위원장누구 없나요/서명숙 바람이 오후로 넘어와 구태여 나를 부른다 꾹꾹 올라오는 무언가를 억누르고 아무도 날 부르지 않아도 좋을 그곳으로 간다 중요한 외출인 양 입술 꼬리 오르는 연출로 나간다 바람과 더불어 나서는 길 외로움을 팔러 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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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한 여름속 한 추위/와이뉴스 문예위원장한여름 속 한추위 서명숙 가슴 깊은 곳 끄트머리까지 시리다 얼어버린 녹지 못하는 얼음덩어리 뜨거운 물을 끓여 주전자로 콸콸 쏟아부어도 칼끝같이 날카로운 냉기 여전히 서늘한 한숨으로 불어온다 지독한 지독한 시간 웃는 가면으로 감춘 내가 숨어 울어 해빙이 오기는 할까 라면에서 국수로 되는 날이 뽕나무 변해 파도가 되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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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인간들이여 서명숙/와이뉴스 문예위원장인간들이여 서명숙 닭장 속에서 닭들이 울고 있다 배고파서 너네 병아리니 밥통에 밥 있고 국통에 국 있는데 찜통에 닭찜 있으니 가져다 먹으렴 닭장 속에서 닭들이 울고 있다 목말라서 너희 날개 없니 깊은 산속 옹달샘에 가서 물 먹고 와 병아리로 태어날 땐 몰랐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보다도 못한 언제 인간들 손에 잡힐지 모르는 운명이라는 것을 제발 불만 불평 가지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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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서명숙 시인의 사막에 혼자 커피를/와이뉴스문예위원장사막에 혼자 커피를 서명숙 마시고 있다 머그잔에 담긴 커피 속 외로움이란 글자가 보인다 선명하다 밖은 지금 바람으로 휘청거리고 거리는 쓰러져 죽어가는 낙엽들 서로 포개어진다 빈 가슴 써늘한 가을 공기로 잠재된 이름으로 불현듯 살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계절을 지나면 가을은 서로를 포개 꼼짝 못 하는 서정의 사막으로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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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봄비/이신남/와이뉴스 창조문학위원장봄비 이신남 꽃도 버리고 잎도 버린 겨울나무 가지끝 빼꼼 내민 잎눈 적시며 노크도 없이 찾아온 봄비 지금은 수유중이다. 이신남 시인,YNEWS창조문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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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동갑내기들의 1박 2일 서명숙/와이뉴스문예위원장동갑내기들의 1박 2일 서명숙 여기는 어디지 주머니 속에 넣고 온 명찰들이 하나씩 술잔에 웃음을 빠뜨리며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고 있는데 내 명찰은 구석진 낯선 의자에 쭈글이고 앉아 섞이지 못한 기름과 물처럼 영혼 없는 웃음으로 대체하고 혼란을 주체 못 해 정신없이 블랙홀에 빠졌다 불빛이 보이는 공간 속으로 겨울은 잠시 숨겨두고 하루 동안 봄을 데리고 온 한가하고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공원 벤치에 앉아 향이 좋은 커피를 자연에게 한 모금 내어 주고 커피 향에 이끌려 주변을 맴도는 야옹이 뒤따라 온 까치도 은은한 커피 향에 취해 벤치 앞 나뭇가지 하나를 흔들고 있다 인생 뭐 있노 보수적으로 살아온 단단한 철학을 가진 바위를 눈곱만큼 깨부수고 왔다 나이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그저 나이가 같다는 이유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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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식어버린 편지 / 서명숙 - 와이뉴스문예위원장식어버린 편지 / 서명숙 지갑 안에서 세월의 때를 고스란히 묵혀 허리가 굽어 제대로 앉아 있지를 못하니 구겨진 몸 천천히 일으켜 지나간 시간 속에 가둔 언어들이 시선을 피하며 걸어 나오고 등을 보이며 서있는 희미한 편지지의 마른 글자 낡은 글자는 식어버린 커피 다시 데울 수 없는 마음은 그처럼 죽어가는 언어를 살려 낼 수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