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5 (수)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 상 도
1. 연산면 관동리와 가까운 황산성
황산성(黃山城)은 충남 논산시 연산면 표정리 산20에 있다. 관동리는 백제의 계백 장군의 5천 명의 결사대와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5만 명의 신라군이 격돌한 전투 현장 중의 하나이다. 16세의 어린 화랑 관창이 용감하게 싸우다가 전사한 곳이다. 관동리라는 지명이 관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네 사람들은 관창이 여기에서 죽었기 때문에 관창골이라고 부른다.
황산성은 논산과 연산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해발 386m의 함지봉(咸芝峰) 정상에 위치한 테뫼식 산성(산봉우리에 테를 두른 듯이 쌓은 산성)이다. 황성(黃城)으로도 불리는 황산성은 서쪽으로 노성산성과 일직선을 이루며, 동쪽으로 황령산성에서 모촌리산성으로 이어지는 백제시대 사비성 부여의 최후 방어선이다.
자연지세를 최대한 이용하였으나 북서쪽으로 멀리 바라다보이는 노성산성(魯城山城)이 산봉으로 가로막혔음을 극복하기 위하여 북문터에서 300m쯤 북쪽 산봉우리에 작은 보루를 두었던 흔적이 있다. 동쪽과 서남쪽으로 주변 가까이 산성들이 있고, 특히 동남쪽의 평야지대는 백제멸망 당시 큰 전투가 벌어졌던 황산벌판이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산성이다(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산성은 황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마름모꼴 형태로 자리를 잡았는데, 지형에 따라 편축식(片築式 : 성의 바깥쪽만 쌓는 방식)과 협축식(夾築式 : 성의 안팎을 다 쌓는 방식)을 혼용하여 축조되었다. 자연들을 깨서 사용하였으나 일부는 직사각형과 정사각형으로 다듬은 돌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시간적인 차이를 두고 개·보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성의 높이는 서쪽 2m, 동쪽 1.8m이고, 산성의 둘레는 870m이며, 높은 북쪽 봉우리는 자연 지형을 이용하였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성황산석성(城隍山石城),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북산성(北山城)이라 하였다. 아울러 성벽의 둘레는 1,740척, 혹은 493보였으며, 높이는 12척이고, 성내에는 우물 1개소와 군창(軍倉)이 있었던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디지털논산문화대전).
황산성은 성벽 전체를 돌로 쌓은 석성으로, 황산의 정상부를 중심으로 마름모꼴의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데 지형에 따라 편축식과 협축식을 혼용하여 축조하였다. 축성에 사용된 돌은 부정형 할석과 방형, 장방형으로 다듬은 것들이 있는데, 이는 후대에 개·보수한 결과로 보인다.
성벽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데,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은 높이 2m에 이르는 구간도 있다. 부대시설로는 문지 3개소와 건물지 4개소, 장대지 1개소, 우물터 1곳 등이 있다. 기록에는 우물터 1개소와 군창(軍倉)이 있었던 사실만 전하나, 실제로는 더 많은 부대시설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문지는 동벽, 서벽, 남벽에서 확인되었으며, 남문지 안쪽으로는 가장 큰 건물지가 자리하고 있다. 성내에서는 연화문 와당과 인장와(印章瓦)를 비롯한 다양한 기와와 토기 조각이 수습되었다. 대체로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시기의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고 있다.
성 안에서 출토된 ‘황산인방(黃山寅方)’이라는 기와를 근거로 백제 오방성(五方城) 중 득안성(得安城)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여러 곳에서 고려와 조선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특히 ‘대안원년(大安元年)’이란 명문이 새겨진 기와 조각은 1209년(고려 희종 5)의 것으로 보아 황산성은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계속 사용된 성터였음을 알 수 있다.
논산시에서 대전광역시로 통하는 국도 4호선을 타고 10㎞쯤 가면 연산면 소재지인 연산리에 이른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호남선 철도를 건너면 관동리 행교골에 닿는데, 이 행교골의 뒷산이 황산이다. 행교골에서 황산에 이르는 길은 길이 잘 나 있는 편이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성의 남벽에 닿는다.
2. 황산성 복원 염원비(黃山城 復原 念願碑)
필자는 2023년 11월 23일 논산시 연산면에 있는 황산성을 답사하였다. 화랑 관창이 죽은 연산면 관동리 현장을 방문하였다가 동네 주민을 만나 물어보니 황산성으로 차가 갈 수 있고 주차장도 있다는 말을 듣고 골짜기를 지나 올라갔다. 황산성 입구에 안내판과 황산성 복원 염원비가 설치되어 있어 감동받았다.
백제가 신라군에 패배하여 망국의 길로 접어든 황산벌 전투 현장을 주민들이 잊지 않고 중요한 역사 유적인 황산성을 복원하고자 하는 염원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여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복원 염원비를 읽어보니 황산벌 전투에서 전사한 백제군과 신라군을 모두 추모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감명깊었다. 비문 내용과 유적 복원에 앞선 인사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서기 660년 여름 삼한일통(三韓一統)을 꿈꾸는 신라군이 백제로 짓쳐들어왔다. 신라 김유신 장군이 이끄는 5만 대군에 맞서 백제는 계백 대장군의 5천 결사대로 하여금 이를 저지케 했다.
오로지 나라를 지키겠다는 충의(忠議)의 깃발 아래 결사 항전에 나선 계백의 5천 결사대는 신라 김유신 군(軍)과 맞서 네 번의 싸움에서 이기고도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다섯 번째 마지막 전투에서 패해 이곳 황산벌의 산중고혼(山中孤魂)이 되었다.
그 후 1400여 년이 흐르도록 5천 결사대 젊은 영웅들의 숨결은 이곳 황산성(山城)에 머물러 돌아보는 이 없이 천년 설움을 솔숲 소리로 토해내니 대를 물린 후인(後人)들의 가슴은 아프고 처절하다.
이에 우리 연산면의 뜻있는 후인(後人)들이 황산성복원회(黃山城復原會) 결성하고 십시일반(十一飯)의 뜻을 모아 민간 복원 기금을 모금하는 등 황산성(黃山城) 복원(復原)의 간절한 염원(金)을 드러내 밝히니 충청남도가 화담(和答) 하고 논산시가 호응(好應)해서 마침내 황산성(黃山城) 복원(復原) 사업을 시작(始作)했다.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는가?
바라거니와 계백 장군의 웅혼(魂)한 지략(知略)이 피어올랐던 황산성(山城) 복원(原)하고 나라를 위한 충의(忠義)의 넋으로 화(化)한 백제의 5천 결사대와 천리 먼 길 나서 순국혼(殉國魂)으로 화한 신라군 전몰(戰歿) 장병들의 외로운 넋을 위령(慰靈)하는 합동(合同) 위령비(慰靈碑)를 건립하여 자랑스러운 이 논산(論山) 우리 연산(山) 땅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호국(護國)의 성역(聖域)으로 길이 일컬어지기를 염원(願)하여 황산성복원회(黃山城復原會)의 이름으로 이 비를 세우노라.
서기 2022년 12월 일
황산성 복원회장 : 도기정
회원 : 강기애, 강정숙, 곽도영, 김만중, 김명화, 김선원, 김의현, 김중식, 김태원, 류진선, 박민자, 박지연, 박현배, 안종명, 오인호, 이순봉, 이영숙, 이우원, 이준행, 이창구, 이충렬, 이태경, 전선희, 정규태, 주재순, 최창열, 홍만기.
3. 황산성 답사 소감
백제의 최후를 장식한 계백 장군이 이끄는 5천 명의 결사대의 항전은 언제 들어도 비장한 느낌이 든다. 백제 의자왕의 사치와 향락, 실정으로 국정은 기울고 있을 때 나당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나라가 멸망하였다. 의자왕은 성충, 흥수 등 충신의 간언을 멀리 하고 아첨하는 신하들만 가까이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계백 장군은 꺼져가는 백제의 불꽃을 마지막으로 타오르게 하고 장렬하게 전사하여 만고의 충신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백제인의 충절과 기백을 보여준 계백 장군은 영원히 역사적 위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황산벌 전투도 거의 1400여 년 가까이 오래전 일이 되어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의론이 분분하다. 현지 주민들은 역사의 현장에서 대를 이어 살아왔기 때문에 역사학자들보다 오히려 정확하게 볼 수도 있다.
황산벌 전투가 벌어진 곳은 신양리, 신암리 마을로 전해지고 있다. 신암리 마을회관을 방문하여 주민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사람이 없었다. 마을 길을 걸어가면서 멀리 보니 주민이 밭에서 일하고 있어 논두렁을 가로질러가 인사를 하였다. 밭에서 김장용 무를 뽑고 있었다. 황산벌 전투에 대해 질문하였다. 87세 이기병 씨는 황산벌 전투에 대해 여러 가지 중요한 정보를 알려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화랑 관창이 죽은 장소를 알려주었는데, 연산면 관동리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또한 신라군은 세 방면으로 진격해왔다고 설명하였다. 신라군이 진격한 곳은 황룡리의 용처럼 생긴 황령고개, 명암리 양경고개, 국사봉 등이었다.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 데 대하여 감사 인사를 하고 화랑 관창이 죽은 관동리로 향했다.
관동교라는 다리를 지나 관동리 새마을 회관 겸 노인회관을 사진 찍고 마을 안쪽으로 계속 들어갔다. 도로 옆의 밭에서 일하는 주민을 만나 화랑 관창에 대해 물어보았다. 77세의 도민선 씨는 황산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황산성 입구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도민선 씨는 황산성을 관저골이라 불렀다고 하였다. 군사 요충지인 황산성에 주둔한 관리의 주거지인 관저가 있었다고 하였다.
오후 시간이라 황산성으로 걸어갔다 오기에는 늦었지만 차로 갈 수 있다는 말에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조금 올라가니 황산성의 성벽이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성안에 물이 고여 있는 큰 우물도 남아 있었다. 성벽을 따라 올라가는 등산로에는 영산홍, 철쭉 등을 심어 놓았고 정자, 벤치도 있었다. 성벽은 현재 복원 공사 중으로 성벽 돌이 무너져 내린 곳이 보였다.
정상에 올라가니 향적산(국사봉)까지 8.2km, 주차장 430m라는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었다. 쉼터와 정자도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주변은 철쭉, 영산홍을 심어 놓아 주민들이 잘 관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황산벌, 비닐하우스, 강 등이 내려다 보여 조망이 좋았다. 쉼터 주변에는 기왓장이 많이 흩어져 있어 건물이 설치되었던 흔적이 드러났다. 황산성을 내려가는 등산로는 가팔라 밧줄이 설치되었고, 성벽 돌도 보였다.
황산성을 일주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왔을 때 등산로에 까만 산양 한 마리가 나타났다. 멀리서 사진을 찍었는데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황산벌 전투에서 순국한 백제 군사가 산양으로 환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선한 눈망울을 지닌 산양은 천천히 필자가 내려온 황산성 정상 쪽으로 올라갔다. 황산성은 당초 답사 계획에 없었지만 운 좋게 주민 잘 만난 덕분에 살펴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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