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 상 도
1. 상당산성 축성은 김유신 장군 아들이 쌓았다는 설
김유신 장군이 고구려의 낭비성을 공격하여 함락시킨 정확한 위치가 밝혀지지 않고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다. 낭비성은 청주에 있는 상당산성이라는 설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지난 11월 22일에 청주의 상당산성을 답사하였다.
청주의 상당산성(上黨山城)에서 상당(上黨)이란 뜻은 높은 지위의 무리가 있다는 뜻과 주변에 비해 높은 곳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백제시대 상당현에서 유래한 듯하며, 현재 청주시 상당구의 어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름 붙여진 청주 상당산성은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잘 남아 있는 조선 중후기의 대표적인 석성이다. 둘레는 4.2㎞, 내부면적은 22만 평에 이른다. 오목한 분지를 싸안고 등성이를 둘러쌓은 전형적인 포곡식 산성이다.
산성의 정확한 축성연대는 알 수 없다. 김유신(金庾信) 장군의 아버지 김서현 장군이 쌓았다는 설, 김유신 장군의 셋째 아들 원정공(元貞公)이 쌓은 서원술성(西原述城)이라는 설이 있다. 또는 궁예(弓裔)가 쌓았다는 설도 있다.
원래 청주 상당산성은 삼국시대 토성으로 시작되었다. 그 뒤 여러 차례 축성되었는데, 특히 조선왕조 숙종~영조 사이에 대대적인 개축이 있었다. 오늘날의 산성 모습은 대체로 그 당시에 개보수된 것이다.
조선후기 청주읍성에는 충청도 병마절도사영이 있었다. 청주 상당산성에는 병마우후가 있었다. 당시 상당산성에는 남·동·서의 세 문과 수문, 암문과 동장대·서장대, 산성의 지휘관이 거처하는 관사와 여러 부속 건물, 창고, 구룡사(九龍寺)와 남악사라는 두 절, 청심암이라는 암자, 승군 창고, 연못 다섯 군데와 우물 열다섯 개가 있었다.
영조 때는 주둔군이 모두 238명이었고 비축된 양곡은 5,000석 가량이었다. 성안에 절이 있었던 것은 성을 지키는데 필요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승군이 거주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규모를 가진 청주 상당산성은 19세기에 점점 퇴락하고 문루도 모두 없어졌지만,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1970년 10월 1일 사적 제212호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1971년부터 성벽과 누문을 복원, 수리하기 시작하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의하면 상당산성은 지정면적 180,826㎡. 원래 그 자리에 백제시대부터 토성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상당산성은 1716년(숙종 42) 석성으로 개축되었다. 백제시대에 청주목(淸州牧)이 상당현(上黨縣)이라 불렸고, 숙종 때 축성기록에 ‘上黨基址 改石築(상당기지 개석축)’이라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8부 능선에서 시작하여 성안의 골짜기를 포함하고 있는 동서의 등성이를 타고 사행(蛇行)하는 성벽은 네모나게 다듬은 화강암으로 쌓았으며, 4.2㎞의 유구가 잘 남아 있는 서벽과 동벽의 높이는 약 3∼4m에 이른다.
성벽은 비교적 잘 남아 있으나 성벽 위에 설치하였던 성가퀴[城堞 : 성 위에 낮게 쌓은 담]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성벽의 안쪽은 돌을 깨뜨려 틈을 메운 뒤 흙을 채우고 다지는 공법을 사용하였다.
청주 상당산성에는 3개의 큰 문이 있다. 남문은 공남문 또는 공작루, 동문은 진동문, 서문은 미호문으로 부른다. 공남문은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공남문은 수차례 붕괴되었으나, 1977년에서 1978년까지 보수공사를 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공남문의 문 옆벽에는 1802년에서 1836년까지 성을 개·보수한 기록이 남아 있다.
공남문 앞은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사적공원으로 크게 이용되고 있다. 공남문을 들어서면 옹벽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이것은 남아 있는 용도(甬道)의 일부다. 공남문을 지나 서쪽으로 오르는 성둑 길에는 성둑을 따라 돌멩이가 박혀 있다.
이는 성둑 위에 다시 쌓는 여장(女墻)의 흔적으로, 공남문 서쪽길에 여장의 일부가 복원되어 있다. 우리말로 ‘성가퀴’라고도 한다. 요철로 된 부분을 통해 적의 공격을 피하면서 되치는 기능을 하였다. 일부에서는 이 산성을 삼국시대 김유신(金庾信)장군의 전적지인 낭비성(娘臂城)으로 비정하기도 하나 확실하지 않다(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둑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작은 문이 나타난다. 이것은 비밀통로 역할을 한 암문(暗門)이다. 암문은 남암문과 동암문 두 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청주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청주는 물론 증평, 오창, 미원으로 이어지는 벌판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2. 상당산성 발굴 조사
청주 상당산성은 1970년대부터 꾸준한 발굴조사와 복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청주대학교 이원근 교수와 충북대학교 박물관은 각각 1978년과 1982년에 지표조사를 하였는데, 모두 간략한 조사에 그쳤다. 본격적인 발굴 조사는 1990년대에 들어와서 시작되었다(디지털청주문화대전).
충북대학교 호서문화연구소는 1994년에 동장대의 옛터를 시굴 조사하여 보화정을 복원하였으며, 1995년도에는 발굴조사를 통해 서장대의 규모와 위치가 확인되었다. 서장대 혹은 제승당은 15평 규모였다. 2000년에도 성벽보수구간을 중심으로 시굴조사가 진행되었다. 그와 동시에 산성 복원도 꾸준히 이루어져 어느 정도 조선시대의 산성 원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
2002년에는 청주시의 의뢰를 받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북벽의 수구에서 미호문까지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다. 목적은 2001년 1차 시굴조사를 바탕으로 향후 성벽보수공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발굴 결과 미호문 밖 고석축을 포함한 성벽구간, 옛 산성으로 추정되는 성벽과 북벽 수구의 집수시설, 건물지 2개소가 밝혀졌다.
이와 같은 발굴 결과 청주 상당산성의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청주 상당산성에는 진동문, 미호문, 공남문의 3개문과 동암문, 남암문의 2개 암문, 치성 3개소, 수구 3개소가 있었다. 현재의 저수지는 본래 수문이 홍수로 없어진 후 1943년에 보다 확장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서문은 3곳의 성문 가운데 가장 특이한 평면을 가지고 있는데, 성밖으로 좌우에 성벽을 돌출시켜 방어에 유리하도록 옹벽(擁壁)을 만들고, 문안에서 왼쪽으로 휘어 돌아 문루(門樓)에 오르게 하였다. 이는 흔히 암문(暗門)에서 볼 수 있는 형식으로, 서문에 이를 응용하여 비용을 줄이고 전술 효과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문루는 1978년 복원 후, 지반이 침하되어 변형이 일어나 2015년 해체후 원형 복원하였다.
미호문(弭虎門)에서 바깥으로 38m 떨어진 곳에 옛 서문 자리가 남아 있다. 문길의 길이는 590cm이고 측벽은 대부분 유실되었다. 옛 서문 유구는 발굴조사 자료를 토대로 2003년도에 정비하였다.
상당산성 미호문(弭虎門 : 서문)은 그간 수차례 부분 보수가 이루어졌다. 문루여담 및 육축구간의 면석선단석이 이완 및 기울어짐이 심하여 관람객 안전을 고려하여, 문화재 전문가의 자문과 고증을 거쳐 성벽 및 자연석 미석, 여장 하부 1단 등을 2014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전면 해체 보수하였다.
3. 북한 무장간첩 김동식 공작장비 비밀 매설장소(드보크)
상당산성 1호 치성(서남 치성) 근처의 드보크는 북한 직파간첩이 지하당 건설 및 요인 암살 등 대남공작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권총, 실탄, 무전기, 난수표 등 공작장비 25종 80점을 매설한 장소로서 검거 간첩 김동식에 의해 확인 발굴되었다. 2015년 12월 청주시는 시민들과 청소년들이 북한 대남공작 현장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안보의식 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새로이 단장하고 안내판을 설치하였다.
김동식은 1990년 5월 제주도 서귀포 해안을 통해 국내로 침투해 1980년부터 서울에서 활동하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이선실(본명 이화선, 권력서열 19위)을 접선해 대동(帶同) 복귀시켰던 무장간첩이다. 1990년 10월 북한으로 돌아간 김동식은 ‘공화국 영웅 호칭’을 받았다(월간조선, 2015년 3월호).
김동식은 다시 1995년 9월 제주도 온평리 해안을 통해 2차 침투해 공작임무를 수행하다 적발돼 총격전 끝에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체포됐다. 당시 그의 임무는 이선실 복귀 때와 같이 암약 중이던 고첩 ‘봉화 1호’를 북으로 호송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 창건 50주년이 되는 1995년 10월 10일을 즈음해 김정일에게 선물할 공작성과로 ‘봉화 1호’의 복귀를 결정했다. 물론 김정일에게 보고해 결재까지 받았다고 한다. 김동식은 ‘봉화 1호’를 복귀시키는 호송원으로 선발된 것이다.
김태욱씨는 “김동식이 복귀 호송하려던 ‘봉화 1호’는 이미 1980년 검거돼 우리 정보기관을 위해 역용(逆用) 공작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역용 공작이란 침투 간첩을 포섭해 역이용하는 공작을 말한다. 무려 15년간 북한 공작지도부에 들키지 않고 고첩으로 활동해 온 것이다.
정각사를 나온 김동식이 사찰 인근에 숨어 있던 간첩 박광남과 함께 걸어가자, 뒤를 밟던 김 요원이 “손들어!”를 외쳤다. 그러자 김동식과 박광남은 안주머니에서 소음기가 부착된 브라우닝 권총을 꺼냈다. 총격전이 벌어졌고 김동식은 관통상을 입고 붙잡혔지만, 박광남은 인근 석성산 쪽으로 달아났다.
당시 군경 6000여 명이 투입됐고 헬기 4대와 군 수색견 16마리, 심지어 반지름 4km 안의 모든 생물체를 감별할 수 있는 열상탐지기(TOD) 등 첨단 전자장비까지 동원했다. 10월 27일 11시경 부여군 초촌면 신암리 야산에서 총상을 입은 박광남을 검거, 경찰병원으로 후송 중 오후 5시 37분쯤 사망했다. 그러나 부여경찰서 소속 나성주 순경(당시 30세)과 장진희 순경(당시 31세)도 작전 중 안타깝게 순직했다.
청주 상당산성은 김유신 장군이 공격하여 함락시킨 낭비성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산성 축성은 부친 김서현 장군, 3남 술원공이 쌓았다는 설이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쟁패의 현장임은 분명하다. 또한 현시대의 남북대결이 전개되며 북한에서 남파한 간첩들이 공작 도구를 은닉한 장소가 상당산성 치성 앞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상당산성 답사를 통해 호국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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