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1. 나당 군사동맹과 당나라의 약속 위반
경북 문경시의 시청 건물 민원실 앞에 당교사적비가 있는데 지난번에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상주시의 윤직교차로에 있는 당교사적지비(唐橋史蹟地碑)를 알아보기로 한다. 당나라 총사령관 소정방 장군은 신라를 도와서 백제를 멸망시키고, 고구려를 패망시킨 후 궁극적으로 신라까지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유신 장군은 당나라의 이러한 흉계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대비책을 세웠다.
신라는 진평왕 43년(621)에 처음으로 당에 사신을 파견한 이래 급속히 접근하는 한편 삼국의 상호항쟁을 삼국내의 세력균형에 의하여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일차적 시도였다. 즉 선덕여왕 11년(642)·12년에 신라는 여제(麗濟)의 침공을 당에 전하며 구원을 청하기도 했지만 한편 김춘추가 고구려에 가서 청병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에서 삼국의 성장과정에서 삼국관계에 의한 역사적 배경을 의식한 점과 삼국 자체내에서 문제해결을 시도했다는 점 등이 주목된다. 그러나 이에 실패한 신라는 오직 당과의 제휴가 불가피했고 고구려정벌에 실패한 당은 여제가 연합했다는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신라를 끌어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당군사동맹(羅唐軍事同盟)이 체결될 수 있었다(우리역사넷).
비담의 난을 평정하고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했던 김춘추는 그 아들 문왕과 함께 진덕여왕 2년(648)에 당으로 가서 당 태종을 만나자 태종은, “내가 양국을 평정하면 평양 이남과 백제 토지는 다 그대 新羅에게 주어 길이 평안하게 하려 한다(『三國史記』권 7, 新羅本紀 7, 문무왕 11년). 고 말하였고,
이어 계책과 군기(軍期 : 군사 출병 시기)를 정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곧 나당군사동맹이며 이는 신라의 단순한 청병과 당의 막연한 출사의 약속만이 아니었다. 나당 양국이 여제를 멸망시키면, 그 전후에 있을 양국간의 영토 분할 약정으로서 평양 이남과 백제 전토(全土)는 신라가 영유한다는 외교적 타결이었다.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멸망시킨 뒤, 663년(문무왕 3) 당나라는 신라에 계림대도독부를 설치하고 문무왕을 계림주대도독(鷄林州大都督)으로 임명하는 등, 노골적으로 신라를 그들의 예속하에 두려고 하였다(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그리고 당나라는 백제의 고지(故地)에는 웅진도독부(熊津都督府)를, 고구려의 고지에는 안동도호부(安東都護府)를 설치하여 우리 영토를 손아귀에 넣어 지배하고자 하였다. 신라는 이에 맞서 고구려·백제의 유민과 함께 당과의 전쟁을 전개하여, 마침내 676년에 당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삼국을 통일하였다.
2. 당교 답사
당교는 군사 및 교통 요충지로서 경북 문경시 모전동과 상주시 함창읍 윤직리의 경계인 모전천에는 있었다는 나무로 만든 다리로서 신라 김유신 장군이 당나라 소정방과 당의 군사들을 독살해서 이 다리 밑과 주변에 묻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전한다.
필자는 문경시와 상주시의 경계 지점에 있는 당교를 답사하기 위하여 상주시 윤직교차로로 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먼저 상주시에서 설치한 당교사적지비(唐橋史蹟地碑) 사진을 찍었는데, 위치는 모전로, 3번국도 경상대로, 경서로 사이에 있었다. 차량의 이동의 많아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 주의해야만 한다.
상주시와 문경시 사이에 있는 함창육교 위에서 다리 아래를 바라보니 경북선 철도, 지하차도, 모전천이 보였다. 3번국도의 확장, 포장으로 당교가 사라졌다는 자료를 보고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해보니 경사가 심한 도로 비탈면을 내려가야 당교로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가시나무가 있는 사이로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모전천까지 간신히 내려갔다.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완전히 내려가 보니 콘크리트 수로 터널 3개가 3번 국도 밑으로 설치되어 있었는데, 겨울철이라 통로에 흐르는 수량이 많지 않았다. 오른쪽 통로로 물이 많이 흘러가 접근할 수 없었고, 가운데는 물이 흐르지 않지만 반대쪽을 내다보니 물이 보여 걸어갈 수가 없었다. 왼쪽 통로는 물이 흐르지 않고 모래가 쌓여 있어 걸어갈 수가 있었다.
콘크리트 수로가 낮아서 허리를 숙이고 한참 걸어가 반대쪽 통로로 갔다. 물에 빠지지 않도록 하천 옹벽에 바짝 붙어서 사진을 찍었다. 현장 조사를 한 후 옹벽 위로 올라가 도로 경사로를 거슬러 3번국도 함창육교 위로 올라갔다. 역시 반대쪽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코스였다.
당교가 있었던 콘크리트 수로 양쪽을 다 조사하고 사진 찍은 후 수로를 허리 숙이고 통과하여 반대쪽으로 걸어간 사람은 필자가 최초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전천에 물이 많이 흐를 때는 위험해 걸어갈 수가 없다. 비가 조금 와도 신발이 물에 젖기 때문에 수로를 걸어갈 수가 없다.
상주시 입구에는 커다란 돌에 ‘경상도의 뿌리 상주시’라고 적어놓은 비석이 있었다. ‘경상’이라는 지명은 고려 때 이 지방의 대표적 고을인 경주와 상주 두 고을의 머리 글자를 합하여 만든 합성 지명이다. 995년(성종 14) 전국을 10도로 나눌 때 상주 관할을 영남도(嶺南道), 경주·금주(金州 : 지금의 김해) 관할은 영동도(嶺東道), 진주 관할은 산남도(山南道)라 하였다.
조선 시대까지 실제로 길이 10m 정도의 나무로 된 다리가 있었으며, 이곳을 ‘당교(唐橋)’ 혹은 ‘뙤다리’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1990년대까지 이 자리에 변형된 모습의 다리를 수시로 이용하였는데 국도 3호선 도로 확장 포장으로 흔적도 남지 않고 없어졌다. 당교가 있던 곳은 모전천 물이 흐르는 콘크리트 수로로 변하였다.
문경시청이 있는 앞의 도로가 당교로이고, 상주시 함창읍 당교로로 연결된다. 문경시청은 문경시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아니고 상주시 함창읍과의 경계선에 바짝 붙어 있다. 상주시 함창읍에는 당교와 관련된 도로명 지명인 ‘때다리길’이 있다. 상주시 함창읍의 경북선 철도가 지나가는 바로 밑의 들판은 ‘때때리들’이라고 한다. 당군의 장수 소정방 장군과 군사들이 독살되어 묻혔다는 당교와 관련된 지명이 무려 135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3. 상주시 당교사적지비의 유래
당교는 신라 이래로 오랜 역사를 지닌 다리이다. 삼국유사와 여지도서(與地圖書) 등에는 신 삼국통일에 기여한 명장 김유신(金庾信) 장군의 지략(智略)으로 신라를 정복하려고 이곳에 주둔한 당나라 소정방 蘇定方 장군의 군사들을 몰살시켰던 곳으로 전해오고 있다.
당교 일대는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군사와 교통상의 요충지로 인식되어 이곳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이 치열했던 지역이다. 이러한 사정은 그 뒤에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지속되었으며 특히 16세기 말엽에 일어난 참혹한 전란(戰亂)인 임진왜란 때도 왜군(倭軍)은 중요한 거점인 이곳에 상당한 병력을 주둔시켜 관리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 측에서도 전세(戰勢)를 만회(挽回)하고자 이곳 탈환에 심혈을 경주하였으며, 그 가운데 두드러진 사례는 창의군(倡義軍)에 소속 된 민중측(民衆側) 선봉장인 이축(李軸)의 공격과 영남북부지방 여러 고을 향병들의 연합적 항쟁으로 당교는 우리 측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묻어있는 유서 깊은 당교가 도로확장 과정에 철거되어 사라졌으므로 여기에 비를 세워 그 유래를 밝히고자 시민들의 긍지를 고취하고 역사적인 산 교육장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본다.
삼국유사 원문 해설
신라의 고전(古傳)에 따르면 당나라 소정방이 이미 고구려, 백제 두 나라를 토벌하고, 또 신라마저 치려고 머물러 있었다. 미리 김유신 장군이 그 뜻을 알아채고 당나라 군사들을 초대하여 독약을 먹여 죽이고는 모두 쓸어 묻었다. 지금 상주(尙州) 지경(地境)에 있는데 이곳이 그들을 묻은 곳이다.
2008년 5월
상주시장
이상에서 살펴본 상주시 당교사적지비, 지난번에 소개한 문경시청에 있는 당교사적비에 관련된 두 번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지고 기록을 남겼지만 실제로 문경시와 상주시에는 당교와 연관되는 지명이 천년이 지나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다양한 마을 유래와 전설, 도로명 주소가 있다.
설령 소정방 장군이 신라의 삼국통일을 방해하다가 여기서 독살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당나라 군사의 주요 지휘관과 군사들이 독살되어 당교에 묻힌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명이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고, 마을 유래와 전설 역시 역사와 연결되기 때문에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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