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2 (수)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 상 도
1. 김유신 장군의 사망
문무왕 13년(서기 673년, 당 고종 함형 4년) : 김유신 향년 79세에 죽다(삼국사기 제43권 열전 제3(三國史記 卷第四十三 列傳 第三). 함형(咸亨) 4년(서기 673) 계유는 곧 문무대왕 13년이다. 그해 봄에 요성(妖星)이 나타나고 지진이 나자 대왕이 이를 걱정하였다.
유신이 나아가 말했다.
“오늘의 변괴는 그 재액이 소신에게 있는 것이지 국가의 재앙이 아닙니다. 왕께서는 근심하지 마시옵소서.”
대왕이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과인의 큰 걱정거리요.”
왕은 담당관에게 재액을 물리치도록 기도하게 명하였다.
여름 6월에 융복(戎服, 군복)을 입고 병기를 든 수십 명이 유신의 집에서 울면서 나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본 사람이 간혹 있었다. 유신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이는 필시 나를 보호하던 음병(陰兵)이 나의 복이 다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가는 것이니, 나는 곧 죽을 것이다.”
그 후 십여 일 지나서 유신이 병으로 눕게 되자 대왕이 몸소 행차하여 위문하였다.
유신이 말하였다.
“신이 모든 힘을 다하여 임금을 모시려 하였으나 소신의 몸에 병이 들어 이렇게 되었으니 오늘 이후로 다시는 용안을 뵈옵지 못하겠습니다.”
대왕은 울면서 말했다.
“과인에게 경이 있음은 마치 물고기에게 물이 있는 것과 같으오. 만약 피치 못할 일이 생긴다면 백성들을 어떻게 하며 이 나라는 어찌하란 말이오!”
유신이 대답하였다.
“신은 어리석고 못났으니 어찌 국가에 보탬이 되었겠습니까? 다행스럽게도 현명하신 임금께서 의심 없이 등용하고, 변치 않고 임무를 맡겨 주셨기에, 대왕의 밝으심에 의지하여 하찮은 공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지금 삼한이 한 집안이 되고 백성들이 두 마음을 가지지 아니하니 비록 태평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조금 안정되었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신이 보옵건대 예로부터 제왕의 자리를 잇는 임금들이 처음에는 잘하지 않는 이 없지만 끝까지 이루어내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대의 공적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없어지니 심히 통탄할 일입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공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아시며 수성하는 것 또한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시고, 소인배를 멀리하고 군자를 가까이 하시어, 위로는 조정이 화합하고 아래로는 백성과 만물을 편안하게 하여 화란이 일어나지 않고 대대로 왕업이 무궁하게 된다면 신은 죽어도 유감이 없겠습니다.”
왕이 울면서 이 말을 받아들였다.
가을 7월 1일, 유신이 자기 집의 침실에서 죽으니 향년 79세였다. 대왕이 부음을 듣고 매우 애통해하며 채색 비단 1천 필과 벼 2천 섬을 부조하여 상사(喪事)에 쓰게 하고, 군악의 고취수(鼓吹手, 북을 치고 피리를 부는 사람) 1백 명을 보내 주었다. 금산원(金山原)에 장사 지내고 담당관에게 명하여 비석을 세워서 그의 공명을 기록하게 하였으며 또한 민가를 정하여 묘소를 지키게 하였다.
2. 김유신 장군의 묘소
김유신(595~673년)의 묘는 송화산(松花山) 줄기가 동쪽으로 뻗어 전망이 좋은 구릉 위의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1963년 1월 21일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면적은 579,569㎡이다. 삼국유사 제1권 기이 제1(三國遺事 卷第一 紀異 第一)에 의하면 제54대 경명왕(景明王) 때에 이르러, 공을 흥무대왕(興武大王)에 봉하였다. 능은 서산(西山) 모지사(毛只寺) 북쪽에 동으로 뻗은 봉우리에 있다.
삼국사기에는 흥덕왕(興德王) 10년(835년), ‘흥무왕(興武王)’으로 추존되어 사후 왕으로 지위가 격상되었다고 기록되었다. 삼국유사에는 경명왕 때 추존되었다고 하여 차이가 있다.
김유신 묘소는 지름이 30m에 달하는 원형의 큰 무덤이다. 봉분 둘레에는 둘레돌[護石]을 두르고 그 외곽에는 바닥에 깐돌[敷石]을 깔았으며, 돌난간[石欄干]을 둘렀다. 둘레돌은 대체로 통일신라시대 왕릉의 둘레돌과 같은 양식으로서 벽석(壁石)·연헌석(緣軒石), 연대석(緣臺石)으로 짜여 있다(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둘레에는 95㎝ 높이의 탱주석(撐柱石)을 세웠는데 소면석(素面石)과 신상석(神像石)을 교대로 배치하였다. 신상석은 모두 12개로 자상(子像: 쥐) · 축상(丑像: 소) · 인상(寅像: 호랑이) · 묘상(卯像: 토끼) · 진상(辰像: 용) · 사상(巳像: 뱀) · 오상(午像: 말) · 미상(未像: 양) · 신상(申像: 원숭이) · 유상(酉像: 닭) · 술상(戌像: 개) · 해상(亥像: 돼지) 등 십이지신상이 새겨져 있다.
이 십이지신상은 다른 왕릉이 갑주무장상(甲胄武裝像)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평복에 무기를 들고 있으며 모두 오른쪽을 향하고 있고 몸[身部]은 ‘을(乙)’자형으로 틀었다. 새김은 대체로 엷게 새긴 느낌을 주나 그 수법은 세련되고 능숙하다.
김유신장군 묘소의 호석에 새겨진 십이지신상은 그 크기가 각각 세로 96cm, 가로 61cm이다. 모두 문관복을 입고 발을 양옆으로 벌린 정면상이나, 몸과 머리는 오른쪽으로 향한 측면상이다. 손에는 삼지창이나 검 또는 도끼 등의 무기 를 들고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긴 저고리를 허리띠로 묶어 늘어뜨린 옷을 입고, 밑에는 바지를 입었다. 길게 늘어진 소매는 팔뚝에서 묶여져 있고, 옷자락이 늘어진 부분이 바람에 젖혀진 듯 풍성한 옷 주름을 형성하고 있다.
상 전체의 신체 비례가 알맞고 팔다리의 표현이 자연스럽다. 또한 각 상의 동물형 얼굴은 그 특징을 살려 세부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조성 시기는 조각 기법으로 미루어 묘를 축조한 이후인 8세기 후반경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능묘 주변에서는 이 밖에도 12방위에 따라 매장된 납석제 십이지신상 중 4개의 상이 발견된 바 있는데 그 조각 솜씨가 뛰어나고 무관의 복장을 하고 있으며, 양식적으로는 8세기 중엽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납석제의 십이지신상 1벌을 무덤 주위에 따로 파묻어 이중으로 배치한 것은 이 전김유신묘와 헌덕왕릉 뿐이다.
김유신 장군 묘비석 끝 글자에 릉(陵)과 묘(墓) 자가 겹쳐진 상태를 보이고 있다. 김유신 장군 묘에는 정면에 1710년께 세운 비석이 있고 묘를 마주보고 오른쪽에는 1930년대 후손들이 만든 비석이 서 있는데 오른쪽 비석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른쪽 비석의 비문은 ‘개국공순충장열흥무왕릉(開國公純忠壯烈興武王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릉’과 ‘묘’라는 한자가 같은 위치에 드러나 있다.
특히 비석에 물이 스며들 경우 두 글자 가운데 '묘' 자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문중에서는 오래전에 비석을 세운 데다 관리도 경주시에서 하고 있어 명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김유신 장군이 ‘흥무대왕’으로 추봉된 사실을 모르고 ‘묘’ 자를 새겼다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그 자리를 돌가루로 메우고 ‘릉’자를 다시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문중에서는 ‘묘’ 자를 메우는데 사용된 돌가루가 비석의 돌과 다른 성분이어서 세월이 흐르면서 형태를 드러냈고 물기가 스며들면 더욱 선명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3. 김유신 장군 묘소의 논란
전에는 이 묘 아래에 수묘(守墓)의 금산재(金山齋)가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없어졌다. ‘태대각’이라 새긴 신라비편(新羅碑片)이 경주 교동에서 발견되어 김유신의 기공비편(紀功碑片)으로 추정되기도 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이 비편에 의해 김유신이 죽자 당시 문무왕이 왕명으로 예를 갖추어 후대한 예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아울러 기공비가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존하는 석비는 1710년(조선 숙종 36)에 경주부윤(慶州府尹) 남지훈(南至熏)에 의해 건립된 것이다. 문인석, 무인석, 석상(石床) 등은 모두 수년 전 보수할 때 첨가된 후보물(後補物)들이다. 그런데 학계 일각에서 이 무덤은 김유신묘가 아니고 신무왕의 무덤이라는 설도 있다.
김유신이 묻힌 금산원의 무덤은 『삼국유사』에는 서산 모지사(毛只寺) 북쪽, 동으로 향해 뻗은 봉우리에 있다고 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모지사 북쪽 봉우리에 있고 부(府)와는 서쪽으로 4리 거리라고 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경주부 서쪽 서악리(西岳里)라 기록되었다. 김유신의 것이라 전하는 묘소는 오늘날 경상북도 경주시 충효동 산 7-10번지에 있는데 이것이 진짜 김유신의 무덤인가에 대한 의문이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4. 김유신 장군에 대한 사후 평가
김유신 장군은 신라 당대부터 나라를 크게 일으킨 충신이자 주석지신(柱石之臣)으로 숭앙받았다. 주석지신은 나라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신하이다. 주석(柱石)은 기둥과 주춧돌을 가리키는 말로 주석지신은 나라의 기둥과 주춧돌 노릇을 하는 신하를 의미한다.
김유신(595∼673)은 삼국통일에 중심 역할을 한 사람으로, 김춘추(후에 태종무열왕)와 혈연관계를 맺으며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였고, 여러 전투와 내란에서 큰 공을 세웠다. 660년에 귀족회의의 우두머리인 상대등이 되어 백제를 멸망시켰으며, 668년에는 신라군의 총사령관인 대총관(大摠管)이 되어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당의 침략을 막아 신라 삼국통일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사후 동해의 용이 되었다 알려진 문무왕과 함께 김유신은 33천의 하나가 되어 신라를 진호(鎭護 : 난리를 진압하고 나라를 지킴)한다는 의식이 널리 퍼졌다. 신라에서 무열왕에게 당 태종과 같은 '태종'의 묘호를 붙인 것을 당이 항의하며 지우도록 요구했을 때, 신라 조정은 당 태종이 현신(賢臣) 위징(魏徵)을 얻어 대업을 이룬 것과 무열왕이 성신(聖臣) 김유신을 얻어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룬 것은 동격이라는 논리로 거절하고 있다.
고려의 현종(顯宗)은 최치원·설총과 더불어 그를 개국공(開國公)에 봉했다.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은 열전의 총 분량(10권) 가운데 3권을 모두 김유신에게 할애하고 있을 정도로 김유신을 존중하였다.
『삼국사기(三國史記)』의 열전 10권에 모두 51인이 실려 있는데, 열전의 첫 3권이 모두 김유신에 대한 것이다. 분량으로 보나 열전에 기재된 순서로 보나 고려시대까지 김유신이 얼마나 중요시되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우리역사넷). 조선조에는 무묘(武廟)를 세워 배향해야 할 인물의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삼국사기』 열전 말미에서 김부식은 유신의 재능뿐 아니라 신라 조정에서 그를 중용하여 믿고 일을 맡겨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공업을 이루었다며 신라 조정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을지문덕의 지략과 장보고의 의용도 중국의 서적이 아니었으면 영영 잊혀질 뻔했는데 김유신 같은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칭송하여 사대부는 물론 꼴 베고 나무하는 아이까지도 능히 알고 있다며, 그 사람됨이 반드시 다른 사람과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유신은 신라 화랑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태종무열왕과 문무왕을 연이어 섬기면서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게 한 신라를 대표하는 장군이자 죽을 때까지 신라의 앞날을 걱정한 충신이었다.
자신의 아들 원술이 당과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도망쳐오자, 비록 그가 패배의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는 지위가 아니었음에도 군율에 따라 처형할 것을 주장한 것은, 사사로운 정 대신 국가에 대한 충의를 선택한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김유신의 부인 지소부인 역시 김유신이 죽은 이후에도 아들 원술을 만나지 않았고, 원술 자신도 후에 큰 전공을 세워 상을 받았지만, 끝내 자신의 행위가 부모를 실망시킨 것을 부끄러워하며,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일생을 마쳤다고 하니 그 집안 전체가 충의와 명예를 우선시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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