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삽량문화축전에서 거행된 전통 혼례식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 상도
양산시의 최대 규모의 축제인 삽량문화축전이 10월 7~8일에 이틀간 열렸다. 7일 12시에 양산천 둔치 특설 무대에서 양산문화원(박인주 원장) 주최, 문화원 부설 예술문화연구소(전정애 소장) 주관으로 다문화 가정이 탄생하는 성대한 전통 혼례식이 거행되어 하객들과 축제를 구경하러 온 양산시민과 관광객들의 축하를 받았다.
주인공인 신부 캄보디아 출신 켐 쇼파 양, 신랑 이동양 군의 전통 혼례식은 양산문화원 박인주 원장의 주례, 최양두 양산문화원 부원장, 전정애 예술문화연구소장의 사회로 혼례식이 진행되었다.
요즘의 결혼은 거의 대부분 웨딩홀에서 현대식으로 혼례를 치르고 있다.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인 전통 혼례식은 전국의 문화원, 향교 등에서 특별한 이벤트로 열리고 있어 일반 국민은 볼 기회가 거의 없다. 현대 결혼식도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절차와 의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축가, 신랑 신부 애정 표현, 주례 없는 결혼식 등이 새로 생겨 자꾸 번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 혼례식에 포함된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보면 조상들의 혼인, 사랑에 대한 의식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출생률도 전세계에서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데 다 이혼율도 매우 높아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취학아동 감소로 농촌 학교의 폐교 현상,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지방 도시 소멸, 대학교 입학생 감소로 인한 대학교 폐교, 징집 대상 청년의 감소로 군 병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장과 농촌에서 외국인 유입에 의해 겨우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 대학교에 외국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농촌 거주 총각들은 결혼하기가 힘들어 외국인과 결혼이 증가함에 따라 다문화 가정도 보편화되고 있다. 이번 결혼식을 통해 또 하나의 다문화 가정이 탄생하였다. 주례를 맡은 박인주 양산문화원장은 주례사에서 신랑 신부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축원하였다.
2. 전통 혼례식 절차 홀기
1) 행 영서례(行 迎婿禮) 신랑을 맞이하는 예를 올리겠습니다.
- 서지. 문외(婿至. 門外)
신랑이 대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 주인. 출영(主人. 出迎)
신부 측 혼주님 신랑을 맞이하십시오.
- 서읍양. 이입(婿揖讓. 以入)
신랑은 신부 측 혼주님께 읍하고 들어오시오.
2) 행 전안례(行 奠鴈禮) 기러기를 드리는 예를 올리겠습니다.
- 서자. 집안이종(婿者. 執鴈以從)
신랑은 기러기를 시자에게 안겨 들어오시오.
- 지우. 청사(至于. 廳事)
예청에 들어서시오.
- 주인. 시자수지(主人. 侍者受之)
신부 댁 시자는 읍하고 기러기를 받으시오.
- 치안우지(置鴈于地)
기러기를 신랑 맞은편 상 위에 놓으시오.
- 서북향. 궤(婿北向. 跪)
신랑은 북쪽을 향해 꿇어앉으시오.
- 서면복. 흥(婿俛伏. 興)
신랑은 조금 구부렸다 일어나시오.
- 소퇴. 재배(小退. 再拜)
신랑은 조금 물러서서 두 번 절하시오.
신부 댁 시자는 기러기를 신부 방에 가지고 가서 신부에게 안겨주시오.
3) 행 친영례(行 親迎禮)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는 예를 행하겠습니다.
- 모도. 부출(娒導. 婦出)
신부 댁 시자가 신부를 인도하여 예석에 들어오십시오.
- 모동. 부서(婿東. 婦西)
신랑은 동쪽, 신부는 서쪽에 서시오.
- 서읍부. 취석(婿揖婦. 就席)
신랑은 신부를 향해 읍하고 자리로 들어서시오. 신부도 자리로 들어서시오.
4) 행 관세례(行 盥洗禮) 신랑 신부가 손을 씻는 예를 행하겠습니다.
이하 생략
3. 양산의 전통 혼례 절차
『사례편람(四禮便覽)』에 남자는 16세부터 30세 사이에 장가가고 여자는 14세부터 20세 사이에 시집간다 하였다. 또한 동성동본, 즉 동성의 혈족 간에는 혼인할 수 없었으며 1년 이상의 상복을 입는 기간에는 혼인이 불가하여 부모, 조부모, 백숙부모, 형제자매 등 3촌 이내의 상중에는 혼인이 금지되었다(양산문화디지털대전).
한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양산에서도 수십 년 전까지만 하여도 옛 혼속(婚俗)이 존재하였다. 전통 혼례는 본래 육례(六禮)로 행해졌다고 하나 시간이 흐르면서 4가지로 줄여 의혼(議婚), 납채(納采), 납폐(納幣), 친영(親迎)의 사례로 행하게 되었다.
의혼이라 함은 글자 그대로 혼인을 상의하는 일로 주로 중매인이 양가를 왕래하면서 의사를 전달하고 권유하여 성혼이 되게 하는 의식으로서 혼례의 첫 단계이다. 납채(納采)는 성혼이 합의되면 신랑집에서 신랑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사주단자를 신부가에 보내 혼인을 구하는 의식이며, 이것이 이루어지면 다시 신부가에서 신랑가로 택일 단자를 보내게 되는데 이를 연길(涓吉)이라 한다.
납폐는 사주단자의 교환이 끝난 후 정혼이 이루어진 증거로 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예물을 보내는 의식으로 함보내기라고도 한다. 친영은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기 위하여 신부가로 장가를 가는 절차를 말한다. 대개 3일쯤 신랑이 신부가에 묵고 난 후에 신부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신부가 신랑가로 오는 것을 신행(新行)이라고 한다.
1) 전안례(奠雁禮) : 신랑이 기러기를 신부 댁에 전달하면서 혼인에 대한 승낙을 구하는 절차
2) 교배례(交拜禮) : 부부 간에 서로 맞절로서 백년가약을 약속하고 서약을 하는 의식이다. 우리 전통 혼례에서는 혼인을 인륜지대사라 하였다.
3) 합근례(合卺禮) : 합근례란 신랑과 신부가 표주박 잔에 술을 따라 마시는 의례로서 하나의 박이 두 개의 바가지로 나뉘었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와 하나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의식으로 비로소 신랑 신부가 하나가 됨을 상징하고 부부의 인연을 맺어 부부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4. 전통 혼례의 신부 혼주
머나먼 이역만리 캄보디아에서 온 신부 켐 쇼파 양의 전통 혼례식을 위해 부모 역할을 맡은 유기석 회장과 황신선 여성 회장은 (사)남북통일운동 국민연합 양산시회에서 봉사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사)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양산시지회 유기석 회장은 매년 연초 회원 신년인사회에서 양산시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 북한이탈주민의 초중등 재학 자녀 10명에게 1인당 3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전통 혼례식의 신부 혼주를 맡은 유기석 회장과 황신선 여성회장은 그야말로 적임자라 할 수 있다. 평소에 다문화 가정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헌신, 봉사해왔기 때문이다. 신부 혼주 역할은 40분 가량 진행되는 전통 혼례식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혼례식 후 나중에 황신선 여성 회장에게 연락해 보니 신부의 친정 엄마 역할을 너무 충실히 하느라고 혼례식 후 몸살까지 났다고 하였다.
신랑측 가족은 캄보디아를 방문하여 현지에서 캄보디아 문화에 맞춰 1차로 예식을 올렸다고 한다. 외국 며느리를 맞이하는 신랑 부모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오래전 양산문화원에 전통 혼례식을 신청하여 승낙을 받았다고 한다.
황신선 여성 회장은 신부 켐 쇼파 양을 위해 혼례식 당일에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소극적인 역할이 아니라 결혼식 전부터 신부의 한국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고 한다.
혼례식 날 신부 화장을 위해 미용실에도 데리고 다니고, 신부 한복을 맞추는데도 도아주느라 신경을 쓰다 보니 무리하여 결국 몸살까지 났다고 하였다. 신부가 낯선 이국땅에 와서 말도 안 통하고 모든 것이 생소한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친정 엄마 역할과 문화 도우미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 나무로 만든 기러기와 전안례의 의미
전안례(奠雁禮)란 신랑이 기러기를 신부 댁에 전달하면서 혼인에 대한 승낙을 구하는 절차이다. 기러기는 안정(雁情), 안서(雁序), 안적(雁跡)의 세 가지 덕목을 지니고 있다고 하여 혼인하는 신랑 신부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기러기와 같은 덕목, 사랑의 정신을 간직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목기러기는 기러기가 가지고 있는 세 가지 덕목을 사람들이 본받자는 뜻이다. 첫째는 기러기가 가진 사랑의 약속을 영원히 지키는 덕목이다. 기러기의 보통 수명은 15~20년인데, 짝을 잃으면 결코 다른 짝을 찾지 않고 홀로 지낸다고 한다. 둘째는 ‘상하 질서’를 잘 지키고 날아갈 때도 행렬을 맞추어 앞서가는 기러기가 울면 뒤따라가는 기러기도 화답하며 예(禮)를 지키는 덕목이다. 세 번째는 기러기는 왔다는 흔적을 분명히 남기는 속성의 덕목이다.
먹이와 따뜻한 땅을 찾아 이동하는 철새인데, 하루에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간다고 한다. 전체 이동 여정은 4만 킬로미터 가까이 된다.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隊形)을 유지하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대형의 선두와 후미에는 어른 기러기, 중간에는 새끼 기러기를 배치하여 보호한다.
가장 앞에서 날아가는 리더의 날갯짓은 기류(氣流)의 양력을 만들어주기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대장 기러기는 뒤에 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혼자 날 때보다 70% 정도의 힘만 쓰면 날 수 있도록 맨 앞에서 온몸으로 바람과 마주하며 힘을 써야 한다. 머나먼 여정을 옆에서 함께 날갯짓을 하는 동료와 서로 의지하며 날아간다. 선두의 리더가 지치면 뒤에서 날고 있는 기러기와 교대를 한다.
이들은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소리를 낸다. 우리가 듣는 그 울음소리는 실제 우는 소리가 아니라,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겹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이다.
만약 이동 중 동료 기러기가 총에 맞거나 아프거나 지쳐서 대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동료 기러기 두 마리도 함께 대열에서 이탈해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서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또는 죽음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동료의 마지막을 함께 지키다 나중에 다시 무리로 다시 돌아온다.
민감한 계절의 변화를 파악하여 머물 때와 떠날 때를 아는 기러기의 예지,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혜안은 여간 신비롭지 않다. 기러기의 지혜를 상징하는 비안함노(飛雁含蘆)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나르는 기러기가 갈대를 입에 물었다는 뜻으로 지혜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날아 오르거나 내리면서 혹여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목이 걸리지 않도록 미리 대비한다는 의미이다. 먹이 하나를 구할지라도 반드시 보초를 세우고, 무리가 고루 나누어 먹는지를 살핀다.
사람들은 기러기를 예사로이 여기지 않고 사랑을 지키는 정신, 위험을 회피하는 생존의 지혜, 동료를 배려하며 공생하는 협동심을 배우고자 전통 혼례식에는 전안례(奠雁禮)라고 해서 신랑이 안고 온 목기러기를 초례청에 올려놓고 예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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