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 상 도
1. 김유신 장군 무예 수련 터 단석산
단석산은 경주시에서 서남쪽을 바라볼 때 군소 산들을 넘어 검푸르게 멀리 바라보이는 산이다. 높이 827m로 경주 주변의 산중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단석산 남쪽은 넓은 대지가 펼쳐져 있고 그 한가운데에 큰 자연호수가 있어 화랑들이 말을 기르고 조련하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유신 장군의 무예 수련장으로 유명하다.
단석산은 신라시대 화랑들의 수련 장소로 이용되었던 산이다. 산 이름인 ‘단석산(斷石山)’은 바위를 잘랐다는 뜻으로, 김유신이 화랑이던 17세 때 이 산의 어느 동굴에서 수련하던 중 깨달음을 얻어 바위를 칼로 내리쳐 쪼갰다는 이야기가 삼국사기, 동국여지승람, 동경잡기 등에 기록되어 있다. 김유신이 쪼갰다는 바위는 지금도 정상에 있다.
경주국립공원 단석산 공원지킴터의 직원에게 김유신 장군이 칼로 자른 단석에 관해 물어보니 정상에 있는 잘린 바위가 아니고 정상을 넘어 천주암 방향으로 가면 송곳바위가 있는데, 그곳이 김유신 장군이 무예 수련을 하며 바위를 칼로 자른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힘들게 송곳바위까지 가서 현장을 보니 반대쪽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위험하였다. 바위도 칼로 자른 것처럼 보였다. 무예 연마를 하며 담력을 키우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단석산은 경주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말 그대로 노천 박물관 소리를 듣는 남산이나,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에 비해서 인지도가 낮고 등산객도 약간 적은 편이다. 하지만 단석산에도 국보 제199호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 등 전국의 흔한 산에서는 보기 힘든 문화재가 곳곳에 있다. 산 일대가 경주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국의 산에서 비법정 탐방로가 매우 많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박방룡 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지금 우리가 호칭하고 있는 ‘단석산’은 신라시대 ‘월생산’ ‘달내(래)산‘이었다”고 주장한다. “‘월생산(달내산)’이라는 이름은 조선 후기까지 존재했던 달내창(달천창)이라는 창고이름으로 남아 있었으며, 지금까지도 건천읍 서면 선동리 마을회관과 휴게 정자 건물 이름으로 남아있다”고 하였다.
단석산 쉰길바위는 아마 높이가 쉰길이나 된다고 하여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쉰길바위에도 칼로 자른듯한 단석이 있다. 쉰길바위는 높은 바위 벼랑으로 위험하지만 내려다 보는 전망은 매우 좋다. 거대한 바위 두 개가 서로 맞닿아 있으며, 그 사이는 매우 협소하였다. 신선사에서 쉰길바위를 거쳐 단석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에는 진달래꽃 군락지가 있어 아름답다.
2. 김유신 장군의 무술 수련
삼국사기 제41권 열전 제1(三國史記 卷第四十一 列傳 第一)에 김유신 장군의 무술 연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악은 단석산으로 추정되지만 김유신 장군의 탄생지인 충북 진천군에도 무술을 연마한 동굴이 있다. 또한 경북 영천군에도 지역에서 중악이라고 주장하는 곳이 있다. 김유신 장군이 경주에서 화랑도로 활동하였으므로 단석산이 중악으로 유력하다.
김유신 공은 15세 때 화랑이 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기꺼이 따르며 ‘용화향도(龍華香徒)’라고 불렀다. 진평왕 건복 28년(서기 611) 신미, 공의 나이 17세였을 때, 고구려(高句麗)ㆍ백제(百濟)ㆍ말갈(靺鞨)이 국경을 침범하는 것을 보고 비분강개하여 외적을 평정하려는 뜻을 품었다. 그리하여 혼자 중악(中嶽)의 석굴에 들어가서 목욕재계하고 하늘에 고하여 맹세하였다.
“적국이 무도하여 승냥이와 호랑이가 되어 우리의 영역을 침략하니 거의 편안할 해가 없습니다. 저는 일개 미약한 신하로서 재주와 힘을 헤아려보지 않고 나라의 환란을 없애기로 뜻을 세웠습니다. 하늘은 굽어 살피시어 저에게 힘을 빌려 주시옵소서.”
4일이 지나자, 홀연히 거친 베옷을 입은 한 노인이 와서 물었다. “여기는 독충과 맹수가 많아서 무서운 곳인데 귀한 소년이 여기에 와서 혼자 거처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어르신께서는 어디서 오셨으며, 존함을 들을 수 있을런지요?”
“나는 일정한 거처가 없이 인연 따라 가고 머무나니, 이름은 ‘난승(難勝)’이라 하노라.”
공은 이 말을 듣고는 노인이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아채고, 곧바로 두 번 절하고 다가가서 말하였다.
“저는 신라 사람입니다. 나라의 원수를 보니 마음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와서 누구라도 만나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엎드려 비옵건대, 어르신께서는 저의 정성을 불쌍히 여기시어 방술(方術 : 신선도에서 방사가 행하는 갖가지 술법)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하지만 노인은 묵묵히 말이 없었다. 공이 눈물을 흘리면서 예닐곱 번이나 쉬지 않고 간청하니, 노인은 그제야 말하였다.
“그대가 어린 나이에도 삼국을 병합하려는 뜻을 품고 있으니 장하지 아니한가!” 그리고는 곧바로 비법을 주면서 말하였다. “조심해서 함부로 전하지 말라! 만약 이를 불의한 일에 쓴다면 도리어 재앙을 받을 것이다.”
노인은 말을 마치자 작별하고 2리쯤 갔는데, 유신이 뒤쫓아가 바라보았지만 노인의 흔적은 없고 다만 산 위에 오색찬란한 빛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3.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 단석산 중턱에 이르면 거대한 암벽이 ㄷ자 모양으로 높이 솟아 하나의 석실(石室)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인공적으로 지붕을 덮어서 석굴 법당을 만들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바위면에는 10구의 불상과 보살상이 새겨져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동북쪽의 독립된 바위 면에는 도드라지게 새긴 높이 8.2m의 여래입상이 1구 서 있다. 둥근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며, 머리 위로 2단으로 된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작게 솟아있다.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에는 U자형 주름이 선명하고, 트인 가슴 사이로는 띠 매듭이 보인다. 오른손은 어깨 높이로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왼손은 내려 손끝이 아래로 향하여 손바닥이 보이게 하고 있다.
동쪽면에는 높이 6m의 보살상이 새겨져 있는데, 상반신에는 옷을 걸치지 않았으며, 왼손은 들어서 가슴에 대었고 오른손은 몸 앞에서 보병(寶甁)을 쥐고 있다. 마멸이 심해서 분명하지는 않지만 남쪽면에도 광배(光背)가 없는 보살상 1구를 새겨서 앞의 두 불상과 함께 삼존상을 이루고 있다. 이 보살상의 동쪽면에는 400여 자의 글이 새겨져 있는데, ‘신선사(神仙寺)에 미륵석상 1구와 삼장보살 2구를 조각하였다’라는 내용이다.
북쪽 바위면에는 모두 7구의 불상과 보살상, 인물상이 얕게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왼쪽에서부터 여래입상, 보관이 생략된 보살입상, 여래입상, 반가사유상을 나란히 배치하였다. 반가사유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왼손을 동쪽으로 가리키고 있어 본존불로 인도하는 독특한 자세를 보여준다.
아래쪽에는 버선같은 모자를 쓰고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한 공양상 2구와 스님 한분이 새겨졌는데, 신라인의 모습을 추정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7세기 전반기의 불상 양식을 보여주는 이 마애불상군은 우리나라 석굴사원의 시원(始原) 형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클 뿐만 아니라, 당시 신앙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2022년 6월 30일 경주 The-K호텔에서 열린 ‘2022경북문화포럼’에서 서남영 덕성여대 교수는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의 해석과 의미’란 주제발표를 통해 “단석산에 위치한 마애불상군은 여래상 1구나 혹은 삼존불과 같이 단순한 구성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10구가 연속적으로 배치돼 불상의 구성이 다수라는 점, 조상기에서 확인되는 주존의 존명이 미륵이라는 점, 그리고 수도인 경주 일대에서 제작됐다는 점 등에서 우리나라 마애불상의 계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불교 조각사에서도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단석산 마애불상군은 미륵대불을 비롯한 삼존구성과 그 외 반가사유상과 공양자 상에서 확인되는 양식적인 특징을 삼국의 불상들과 비교해보면 제작 시기는 7세기 전후로 추정된다”고 추정하였다. “마애불상군이 위치해 있는 단석산과 신선사가 김유신을 비롯한 신라 화랑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삼국통일을 염원하고 이 땅에 미륵정토를 구현하려고 했던 신라의 기념비적 유적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단석산은 경주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등산로 입구에 공원지킴터가 있다. 이곳에 승용차 몇 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어 주차하고 걸어 올라가면 된다, 신선사까지 가는 임도가 있지만 길이 커브가 심하고 가파르며, 중간에서 차를 만나면 교행하기가 매우 위험한 구간이 대부분이다. 건천 쪽에서 오르는 등산로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신선사에서 단석산 정상까지는 1.1km이다. 공원지킴터 가기 전에 있는 마을은 봄이면 꽃대궐을 이뤄 매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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