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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도박사의 화요칼럼, 금정산 고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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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심상도박사의 화요칼럼, 금정산 고모당

 

 

1. 금정산 고당봉과 금샘

금정산(金井山)은 부산광역시 금정구, 북구와 양산시 동면과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이 산을 따라서 부산광역시와 양산시의 경계가 결정되며, 가장 높은 지점은 고당봉으로 해발 801.5 미터이다.

금정산은 태백산맥이 남으로 뻗어 한반도 동남단 바닷가에 이르러 솟은 명산이다. 부산의 진산(鎭山)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동래현 북쪽 20리에 금정산이 있고, 산꼭대기에 세 길 정도 높이의 돌이 있는데 그 위에 우물이 있다. 둘레가 10여 척이며 깊이는 일곱 치쯤 된다. 물은 마르지 않고, 빛은 황금색이다.

전설로는 한 마리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그 속에서 놀았다고 하여 금정이라는 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로 인하여 절을 짓고 범어사라는 이름을 지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금정은 금어(金魚)가 사는 바위 우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금정은 우리 말로 하면 금샘이다. 범어사의 유래가 된 범어(梵魚)는 금샘에서 놀던 금어를 이르는 말이다.

금정산은 낙동강과 수영강(水營江)의 분수계가 되는데, 최고봉은 북쪽의 고당봉(801.5m)이다. 북으로는 장군봉, 계명봉(602m)이 뻗어 있고, 남으로는 원효봉(687m), 의상봉, 파리봉, 상계봉 등 600m 내외의 봉우리들이 백양산(白陽山, 642m)에 이어진다.

금정산의 정상 고당봉은 부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지만 26여 년 전까지만 해도 ‘본명’이 없었다. 조선 영조시대 <동래부 지도>에는 금정산 주봉을 ‘고암(姑岩)’으로 표기했고, 이외에도 고당봉(姑堂峰), 고당봉(高堂峰), 고당봉(姑黨峰), 고당봉(高幢峰), 고담봉(高潭峰), 고단봉(高壇峰) 등의 이름으로 불렀다. 제대로 된 고증 없이 사람마다 제멋대로 쓴 탓에 무려 7개의 이름이 사용되었다.

 

1994년 금정구청은 ‘금정산 표석비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고당봉 고증 작업에 나섰다. 학계와 향토사학자, 사찰 관계자 등이 참여해 토론한 결과 두 개의 이름의 최종안에 오르게 되었다. 제1안은 ‘고당봉(姑堂峰)’, 제2안은 ‘고당봉(高幢峰)’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제1안의 ‘고당봉(姑堂峰)’ 근거는 “고려시대까지 내려오는 우리나라 모든 산신은 여신이었고, 금정산도 할미신이기 때문에 할미 고(姑), 집 당(堂) 자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제2안 ‘고당봉(高幢峰)’은 “금정산이 범어사를 품고 있는 점과 원효봉, 의상봉 등 여타 봉우리 이름으로 볼 때 '부처님의 법문을 높은 깃대에 세웠다'는 뜻의 높을 고(高), 깃발 당(幢) 자를 쓰는 게 옳다.”는 주장이었다. 제1안은 민속신앙, 제2안은 불교적 관점의 주장이었다.

 

결론은 고당봉에 수백 년 동안 자리한 고모당(姑母堂) 당집 등이 제1안 주장의 유력한 근거로 인정받음으로써 금정산 정상의 공식 명칭은 ‘고당봉(姑堂峰)’으로 확정됐다. 같은 해 12월 비로소 본명을 새긴 ‘고당봉(姑堂峰)’ 표석을 세웠다.

 

2. 고당봉 고모영신이 된 화주보살 박씨

 

금정산 정상의 고당봉 명칭 결정의 근거가 된 고모당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고당봉 정상 조금 아래에 산신각인 고모당(姑母堂)이 있는데, 범어사와 인연이 깊은 불심 돈독했던 화주보살 박씨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지만 역사적 근거가 있는 사실은 기록에 의해 뒷받침되어 공식 인정을 받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에 밀양사람인 박씨가 결혼에 실패하고 불가에 귀의하였다. 임진왜란으로 잿더미가 된 범어사에서 화주보살이 되어 절의 살림을 꾸려 나가는데 신명을 바쳤다. 어느덧 나이가 많아 이보살이 큰스님께 “제가 죽으면 화장을 하고 저 높은 고당봉에 고모영신으로 모시는 당집을 지어 고모제를 지내주면 높은 곳에서 범어사의 수호신이 되어 절을 돕고 지키겠습니다.” 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에 주지 스님께서는 박씨의 유언대로 박씨 사후에 고당봉에 고모당을 지어 1년에 두 번씩(음력 1월 15일, 5월 5일) 고모제를 지냈는데 이후 범어사는 화엄비보사찰로 사찰이 번창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병원에서 못 고치는 마음의 병도 이 고모당에 와서 빌면 씻은 듯이 나아 마음이 편안해지며, 하는 일도 잘 풀린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고모당의 고모영신은 기도발 잘 받기로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몰려든다. 특히 산신기도를 하기 위해 고모당을 찾는 무속인들의 성지가 되었다. 필자가 방문한 지난 11월 26일에 중년의 남녀가 기도하러 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등산객도 호기심 차원에서 한 번씩 둘러보았다.

 

고모당은 크기가 매우 협소하며 문은 잠그지 않았다. 고양이, 쥐 등이 신당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기도하고 나갈 때 문을 꼭 닫으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가져온 음식도 가져가라는 주의사항 안내문이 있었다. 범어사에서 매일 사람을 보내 고모당을 관리하고 있다.

 

고모당은 자연석으로 쌓은 돌담장이 둘러쳐져 있다. 크기는 매우 협소하여 산신각 안으로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없다, 산신각의 정식 명칭은 ‘금정산 산신각 고모영신당(金井山 山神閣 姑母 靈神堂)’이었다.

 

고당봉 큰 바위 아래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1평 남짓한 작은 당집 내부에는 위패가 두 개 모셔져 있는데, 왼쪽은 고모영신(姑母靈神), 오른쪽은 산왕대신(山王大神)이다. 촛대 2개, 향로 하나, 향꽂이, 위패가 있는 단 위에는 술잔 두 개, 조화를 꽂은 화분 두 개가 있다.

 

3. 범어사 스님들이 모시는 고모당 당제(堂祭)

 

고모당의 창건 연기는 “궤범어사기궤유전”(1902년) 산 축령에 기록이 되어 있다. 박씨 할머니는 금정산 담당하는 진호신(鎭護神)으로 모셔져 사람들에게 화재, 수재, 풍재 등 삼재(三災)가 발생되지 않도록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선신(善神)으로 존경받아 왔으며 금정산을 지키는 산신(山神)으로 추앙되고 있다. 금정산 정상을 고당봉(故堂峰)이라 부르게 되었다.

 

매년 정월보름에는 인근의 주민들이 제물을 정성껏 준비하여 당제를 올리고, 양기가 가장 강한 오월 단오날에는 범어사 어른 스님과 강원 학인 스님들이 금정산 범어사를 수호하는 고당 할머니 고모영신(姑母靈神)전에 “세상 모든 중생들 무사안녕과 발보리심 하여지이다”라고 축문을 읽는다.

 

범어사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년 정월 보름날 밤에 합동으로 제물을 준비하여 정성껏 고모영신(姑母靈神)전에 당제를 올린다. 육식을 금하고 목욕재계를 하고 맑고 깨끗하게 단장하여 고당제를 모신다.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달에 가족들의 건강과 가정의 행복을 고모영신께 기원하는 것이다.

 

한때 범어사의 젊은 스님들이 이곳에서 당제(堂祭)를 모시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고모당집을 훼손한 적도 있었다. 그 후부터 범어사에 좋지 않은 나쁜 일들이 자주 일어나자 범어사에서 고모당을 다시 고쳐 지었다고 한다. 고모당은 우리의 전통 신앙과 불교의 융합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상호간에 배척하지 않고 존중하는 결과로 보인다.

 

당제를 모시기 위해 스님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범어사에서 출발하여 서로 다른 코스로 고모당까지 걸어간다. 범어사-원효암-사기표석-북문-고모당으로 올라간다. 다른 한 패는 범어사-내원암-사기표석-고당봉-고모당에 도착한다. 이것은 범어사의 지표를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신에게 고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당제를 마치면 미륵사로 내려가 석간수를 마시고 범어사로 내려간다. 우리의 고유한 산신 신앙이 앞으로도 잘 계승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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