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목)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 상 도
1. 국사당
양산지역에서 사찰에 국사당이 있는 곳은 신흥사가 유일하다. 통도사 국사당은 서리마을에 있어 주민들이 관리하고 동제를 지내고 있다. 전에는 통도사에서도 재를
올렸다고 한다.
신흥사 국사당은 귀중한 문화유산이므로 잘 보호하고 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천신(天神) 신앙을 믿어왔는데, 천신은 하늘 자체 또는 하늘을 관장한다는 신(神)이다. 천신은 하늘님, 하느님, 하나님 등의 호칭이 쓰였다.
제주 신화의 천지왕, 중국 도교의 영향을 입은 옥황상제(玉皇上帝), 『삼국유사』에 나오는 불교의 영향을 입은 제석(帝釋) 등의 호칭도 사용되어왔다. 『가락국기(駕洛國記)』에서는 단순히 ‘황천(皇天)’이라고만 호칭하기도 한다.
인왕산은 한양의 서쪽에 있다하여 원래 이름은 서산(西山)이었다. 단순하고 밋밋했던 산 이름은 세종 때 지금의 이름 인왕산(仁王山)으로 바뀌었다. 인왕이란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신(金剛神)의 이름인데, 조선왕조를 수호하려는 뜻에서 산의 이름을 개칭했다. 이렇듯 인왕산은 불교와 인연이 깊은 산이다.
인왕산 국사당(國師堂)은 조선시대 나라에서 제례나 기우제 등을 지냈던 신당이다. 국사당에선 지금도 인간문화재 무속인이 연례적으로 내림굿, 재수굿, 치병굿 등을 한다.
선바위는 인왕산에서 가장 유명한 바위로 2개의 거대한 바위 모습이 마치 스님이 장삼을 입고 서 있는 것처럼 보여 선(참선 禪)자를 붙여 선바위라 불렀다. 주변에 장군바위, 해골바위, 범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많다.
국사당은 나라의 스승을 모시는 사당이란 뜻으로 지금의 남산 자리에 당을 세운 것이다. 이곳에는 조선을 건국의 스승으로 나옹, 지옹, 무학대사의 영정을 모시고
태조 이성계, 정도전, 등이 모셔졌으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국사당을 인왕산 인왕사로 철거, 이전했다. 일본 총독부는 국사당을 옮기고 남산에 일본양식의 조선신궁을 건립하였다.
세종실록 8권, 세종 2년 6월 8일 을사 1번째 사 1420
년, 상왕이 공비(恭妃)를 명하여 백악(白嶽), 목멱(木覓 : 남산), 송악(松嶽), 감악(紺嶽) 및 양주 성황(楊州城隍)의 신에 기도하게 하니, 공비가 곧 환관을 보내어 기도하였다.
세종실록 8권, 세종 2년 4월 17일 을묘 4번째 기사
1420년, 흥복사에서 기우제를 지내고, 또 바람, 우레, 비를 맡은 신에게 비를 빌고, 삼각산, 목멱산(남산), 한강, 양화진에도 비를 빌었다.
세종실록36권, 세종 9년 6월 11일 무진 1번째 기사
1427년, 각산과 목멱산에 무당을 보내어 비를 빌었다.
한승훈 원광대 동북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는 『무당과 유생의 대결 : 조선의 성상파괴와 종교개혁』이라는 책에서 조선시대 중반에 성리학 질서의 강화, 사대부들의 무속 퇴치와 성상파괴운동을 다루었다. 유학자들이 집요하게 음사(淫祀 : 부정한 제사)라고 무속신앙을 탄압했지만 무속인들은 끝내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그 유구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천신 신앙과 무속 신앙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신앙이며, 뿌리였기에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불교가 처음 우리나라에 전래되었을 때도 우리의 고유한 토속신앙과 마찰이 심했다. 불교에서 전통 신앙을 존중하고 절충하면서
포용한 것이 사찰 내에 있는 산신각, 국사당이라 할 수
있다.
2. 사찰의 국사당
마곡사 국사당(麻谷寺 國師堂)은 충남 공주시 사곡면(寺谷面) 운암리(雲岩里) 마곡사에 있는 당우(堂宇)인데, 1984년 5월 17일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63호로 지정되었다. 마곡사 경내에 있으며 자장율사, 지눌, 범일, 도선 같은 고승(高僧)들의 영정(影幀)을 모셔둔 곳이다. 국사(國師)가 되기까지 필요한 많은 수행과 정진(精進)을 승려들에게 상징적으로 전하고 있는 건물이다.
1796년(정조 20)에 중창하였는데, 조선 말기의 수법이 보인다. 자연석 기단(基壇) 위에 세운 정면 3칸, 측면 2칸의 3익공(翼工) 건물로, 제공 끝은 수직으로 자르고 제공 부분에 연꽃 및 연꽃 봉오리를 조각하였다. 남쪽 1칸은 온돌방이며 나머지 2칸은 우물마루를 깔고
그 벽면에 고승의 영정을 걸었다. 또한 오른쪽 벽면에는 태화산 산신(山神)이 모셔져 있는데 이 영정들은 최근에 걸린 것이라 한다.
태화산을 품고 있는 마곡사는 대한 불교조계종 25교구
중 제6교구 본사이다. 마곡사는 100여 개에 이르는 충남지역 조계종을 관장하는 대본산의 하나로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 7개 사찰 중 하나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던 곳은 백범당이다. 김구 선생은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치하포 나루에서 일본군 장교를 처단하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하여 마곡사 백련암에서 스님으로 은신 생활을 하였다.
마곡사에서 은거할 때 법명은원종(圓宗)이었다. 백범당에는 김구 선생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친필 휘호가 있고, 옆에는 해방 후 이곳을 찾아와 기념식수를 한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이 있듯이 봄에는 마곡사 운치가 있고,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고 한다.
대구 비슬산 유가사 국사당의 위패는 ‘봉청비슬산내국사지신위(奉請琵瑟山內局司之神位)’, 상량문은 동치십일년 임신 오월 이십칠일 경술 유시(同治十一年 壬申 五月 二十七日 庚戌 酉時)로 적혀 있다. 동치 십일년은 1872년 임술년으로 유가사 국사당을 건립한지 149년이 되었다.
유가사 국사당은 전형적인 삼량가(三樑架)로 건립되었다. 서까래를 받치는 부재를 도리라고 한다. 양쪽으로 경사진 지붕을 만들려면 최소한 도리가 세 줄로 걸려야 한다. 이를 삼량가라고 한다. 삼량가는 한국건축 지붕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단위이다. 이것은 빗물 배수를 위해 양쪽 경사지붕을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삼량가는 앞뒤 기둥에 대들보를 건너지른 다음 양쪽 처마에 각각 도리 하나씩과 대들보 중앙에 대공을 세우고
종도리를 얹은 다음 세 도리에 의지해 서까래를 양쪽으로 거는 구조이다.
삼량가는 규모가 작은 건물이나 살림집 중에서도 홑집 형태의 문간채나 행랑채, 광채 등 부속채에 많이 사용되는 가구 방식이다. 또 삼량가는 맞배지붕이 대부분이며 포가 없는 민도리집이나 익공형식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3. 매화꽃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신흥사 국사당
신흥사 국사당 현판에 기사년 입춘이라고 적혀 있어 1989년 2월 4일에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국사당 정면 좌우에 석조 등탑이 두 기가 있다.
국사당 건물은 정면 3간, 측면 1간의 맞배지붕 건물로 왼쪽 벽에는 매화꽃, 오른쪽 벽에는 대나무, 뒷면 벽에는 나무 그림이 그려져 있다. 국사당 주변의 담장 바깥 사방은 매화나무가 있어 봄철이면 아름다운 매화꽃으로 장식되어 그윽한 매화 향을 풍기는 선경이 된다.
신흥사 국사당은 개방하지 않고 항상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담장 바깥에서만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3월 7일, 11일, 13일 총 세 번을 답사하였다. 국사당 내부가 궁금하던 차에 원동면 화제리에 사는 정덕유 윤은선 부부를 만나 이런 사정을 얘기했다.
독실한 불자인 윤은선 씨는 국사당 내부의 산신령 할아버지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주지 스님을 잘 알고 있어 국사당 내부를 볼 수 있도록 부탁을 해보겠다고 하였다.
3월 11일 오후에 시간을 내서 정덕유 윤은선 부부와 함께 신흥사를 방문하여 해동 호법 주지 스님을 친견하고 차를 마시며 궁금한 점을 질문하였다. 주지 스님은
친절하게 신흥사와 국사당의 내력을 알려주었다.
차를 마시고 허락을 받은 후 국사당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주지 스님과 정덕유, 윤은선 부부에게 감사드리는
바이다.
신흥사 국사당이 있는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는 매화농장이 많은 곳으로 매년 3월 20일을 전후하여 국지도
69호선 도로변에 있는 쌍포매실다목적광장에서 원동매화축제가 열린다.
신흥사 일주문 주변, 국사당 주변은 매화꽃이 만발하여 연중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신흥사 소유의 매화농장은 규모가 크다. 신흥사에서 바라볼 때 건너편 언덕은 신흥사 매화밭이 자리 잡고 있다.
원동매실은 1930년경 원동면 원리 삼정지마을에서 재배를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확산되어 영포마을을 중심으로 대단위로 재배하게 되었다. 원동매실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6년부터 매화축제를 개최하며 대폭 확대되어 원동지역 400여 농가에서 매실을 재배하고 있다.
원동매실의 품종은 ‘남고’로 순수 토종매실이며 원동지역의 온화한 기후와 충분한 일조량 등 매실 재배에 적합한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매실 고유의 효능이 타지역보다 높다. 개량종에 비해 과육이 단단하고 향이 진하며 매실의 주성분인 구연산의 함량이 월등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원동매화축제가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취소되었다. 원동매화꽃은 해가 갈수록 전지를 심하게 해서 볼품이 없어지고 있다. 영포리 명품 매화산책로 주변에는 전지를 심하게 하여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매화나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매실 수확을 쉽게 하고 매실을 굵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지를 많이 자르고 있다. 토종 매실 대신에
개량종을 심는 경우도 있고, 아예 다른 수종으로 교체해버리는 농가도 있다.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겠다.
신흥사, 국사당, 신흥사 일주문 앞을 흐르는 맑은 계류인 영포천이 있는데, 상류는 민가가 없어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계곡이다. 일주문 현판에는 축천산신흥사(鷲遷山新興寺)라고 적혀 있다. 신흥사가 있는 골짜기는 옛날부터 절골이라고 하였다.
국사당 내부에는 국사대신상 그림이 있으며, 촛대 두 개와 향로가 있다. 위패는 국사대신지위(局司大神之位)라고 적혀 있다. 신상이 안치되어 있는 탁자의 서랍장은 격자무늬로 매화, 난초, 대나무, 모란 등 각종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세종실록 49권, 세종 12년 8월 6일 갑술 4번째 기사
1430년, 예조에서 각도 산천 단묘 순심 별감(各道山川壇廟巡審別監)이 보고한 조건에 의해서 마련하여 아뢰기를, “전주(全州)의 성황위판(城隍位版)에 ‘전주부성
황지신(全州府城隍之神)’이라 쓰고, 판위(版位) 뒤에
봉안(奉安)한 신상(神像)이 모두 5위(位)이온데, 영락(永樂) 11년 6월 일 예조의 수교(受敎)에, ‘산천 성황의 신(神)은 다만 신주(神主) 1위만을 남겨 두되 목패(木牌)에 쓰며, 거기에 설치한 신상(神像)은 일체 다 철거하여 사전(祀典)을 바로잡으라.’ 하였은즉, 이제 이에 설치된 신상도 또한 철거하여야 합니다.”
“국사당(國師堂)에는 위판이 없고, 속설(俗說)에 전하기를, ‘법사존자(法師尊者)에게도 역시 은두고리(銀豆古里), 은향합(銀香合), 은장등(銀長燈)을 각기 하나씩 쓰고 있고, 사당지기가 4명이 있다.’ 하오니, 마땅히
사당을 헐고 은그릇을 수납하고, 사당지기는 군역에 충정해야 한다 하였사온데, 이상 8개 조항 가운데 전주, 영흥, 함흥의 성황은 국가에서 제사를 행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타례(他例)에 의하여 당해 고을에서 제사를 지내도록 하고, 감악산(紺岳山), 의관령(義館嶺), 송악산(松岳山)의 신상(神像)은 철거하지 말고 그 근처에 적당한
땅을 택하여 따로 나라에서 제사를 행하는 사당을 세워
위판을 설치하게 하고, 그 은그릇은 타례(他例)에 의하여 놋그릇[鍮器]으로 대신하도록 하소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산에 있는 사찰 중 국사당이 있는 곳은 신흥사가 유일하다. 하북면 서리마을에 있는 국사당은 현재 마을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현판에는 축산국사(鷲山局司)라 적혀 있다.
신흥사 일주문 근처에 있는 국사당은 전후좌우로 아름다운 매화꽃으로 둘러싸여 꽃단장을 하고 있어 그윽한
매화향기가 진동한다. 불교에서 육법공양 중 꽃공양이
있는데, 바로 신흥사에서 국사대신에게 매년 봄철에 꽃공양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환경을 지니고 있는 신흥사 국사당을 잘 보호하고, 보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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