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자장매는 수령이 350년 넘은 고매로 매년 1월부터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다.
양산은 남쪽에 자리 잡아 기후가 온화하고 겨울에 눈도 잘 오지 않는다. 옛날 선비들은 눈 속에도 매화꽃을 찾아 떠나는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매화 꽃말은 고결한 아름다움, 맑은 마음, 기품, 미덕이다.
양산에는 도시 곳곳에 매화꽃이 일찍부터 피지만 천년고찰 통도사 자장매와 아름다움을 견줄 수 있는 매화꽃은 없다. 요즘 개량종 홍매화와 달리 자장매는 겹꽃으로 매우 아름답고 색깔도 곱다.
홍매화도 역사와 스토리가 있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게 된다. 자장매가 있는 영각 앞은 남향으로 전각이 북풍한설도 막아주고 양지바른 곳이어서 따뜻하기 때문에 꽃이 빨리 핀다.
통도사 창건 설화를 통해 보면 양산은 매우 따뜻한 곳으로 나온다. 한겨울에도 칡꽃이 피어있어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창건하게 되었다. 양산은 겨울에도 비교적 기온이 높아 눈이 내려도 금방 녹아버린다. 해발 1,081m의 영축산 정상, 천성산, 신불산 등 고산지대에는 눈이 쌓인다. 통도사 창건 설화는 다음과 같다.
신라 때 자장율사는 당나라에 건너가 수도를 하고 부처의 숭고한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전파하고자 부처의 가사와 사리를 받들고 신라로 돌아왔다.
그리하여 사리를 모실 절을 세우기로 하고 문수보살께 절을 세우기에 적당한 곳을 물었다. 그랬더니 어느 날 밤 꿈에 훌륭하게 차려입은 동자가 나타나서 부처님 모실 곳을 일러주었다.
“동국에 부처를 모시도록 하라.”
자장율사는 동국이 신라를 가리키는 것은 분명하나 넓은 신라의 어느 곳이 좋을지 몰랐다. 그래서 나무로 오리를 만들어 동쪽으로 날려 보냈더니 얼마 후 오리는 한 송이 칡꽃을 물고 돌아왔다.
자장율사는 칡꽃이 피어있는 곳에 절을 세우라는 것이 부처님의 뜻임을 깨닫고 흰 눈이 쌓여 있는 한겨울에 칡꽃을 찾아 나섰다. 며칠을 찾아다니던 어느 날 양산에서 좀 더 들어가는 영취산 자락에 이르러 보니 큰못이 있었는데 그 못 주변에 신기하게도 두 송이의 칡꽃이 피어있었다.
자장율사가 인근의 경치를 살펴보니 송림이 울창하고 산봉우리들이 열을 지어 둘러쳐져 있었으며 검푸른 못물은 마치 고요히 잠들어 있는 듯했다. 율사는 세상에서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은 다시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곳에 절을 세우니 그 절이 유명한 통도사였다.
통도사 자장매는 창건주 이름을 빌려 쓰고 있어 기품이 있고 매우 아름답다.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면 많은 불자, 관광객이 매화꽃을 감상하기 위해 몰려든다. 커다란 카메라를 든 사진가들도 많이 방문하고, 사진 동호회 회원들도 단체로 오기 때문에 자장매 주변은 항상 붐비고 있다. 2월 8일자 조선일보에 자장매 사진이 실렸다.
한겨울에도 피는 매화꽃을 그리기 위해 김창한 화백은 19년째 통도사를 방문하고 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매일 캔버스를 펼치고 자장매를 그리는 열정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김화백은 양산시 원동면에 있는 야생 매화를 그리기도 하고, 구례 화엄사의 흑매를 그리기 위해 탐매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자장매는 이미 1월부터 피었는데, 일찍 핀 꽃이 시들면 이어서 또 다른 꽃이 핀다. 계속 피고 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으며, 꽃망울이 맺힌 가지도 많아 개화기간이 아주 길다. 거의 두 달 이상 동안 피어 있다. 통도사 자장매가 가장 빨리 피고, 지리산 자락의 홍매화는 늦게 피기 때문에 시차를 둔 탐매여행이 가능하다.
자장매와 함께 홍매화 두 그루가 더 있다. 극락보전 뒤에 있는 홍매화는 색깔이 뚜렷하게 차이가 나서 조화를 이룬다. 하나는 연분홍 매화꽃, 또 다른 하나는 진분홍 매화꽃을 피운다. 올해는 매화나무 가지 전지를 심하게 해서 꽃이 풍성하지 않다. 연분홍 매화는 이미 많이 피었으나, 나무가 훨씬 큰 진분홍 매화는 몇 송이 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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