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1. 서울 인왕산의 국사당 유래
국사당 신앙은 원래 전국적으로 믿어왔으며, 연원이 오랜 전통적인 마을에 산신당, 서낭당과 함께 기본적, 복합적으로 존재하였다. 국사당은 동제당(洞祭堂)에 포함되지만 최고의 상위 신격을 봉안하는 마을 제당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 마을에 다른 당과 국사당이 있는 경우 위계 서열로 보면 상위당으로 국사당, 중위당으로 산신당, 하위당으로 서낭당이 각각 있다. 그래서 국사당을 상당이라 하고 제의 역시 상당인 국사당에서 먼저 치른다.
서울 인왕산 소재 국사당의 경우 한자로 국사당(國師堂)이란 현판이 걸려 있어도 주민들과 외지 무당들은 반드시 국수당 또는 인왕산 선바위 국수당이라 부른다.
국사당의 국사(國師)는 국수당, 국시당의 국수와 국시가 한자로 취음 표기된 문헌상의 기록일 뿐 특별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인왕산은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과 나란히 서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는 산이다. 조선 세종 때 불법을 지키는 금강신의 이름을 따 인왕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인왕산(仁王山)은 조선이 망하면서 일본인들에 의해 임금 ‘왕’(王)자가 성할 ‘왕’(旺)자로 바뀌는 수난을 당했다가 현재는 원래의 한자로 돌아갔다.
인왕산 국사당(仁王山國師堂)은 중요민속문화재 제28호(1973년 7월 16일 지정)로 지정되어 있다. 국사당은 한국 무속신앙에서 신을 모셔놓고 굿을 하는 데 편하도록 민가와 좀 떨어진 곳에 짓는 굿당 중 하나다. 매년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사당을 국사당(國師堂)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인왕산 국사당은 한양을 수호하는 신당으로, 현재 인왕산 기슭의 선바위 밑에 위치하고 있으나, 원래는 남산 꼭대기에 있었다. 따라서 그 연혁은 남산과 관련된 신앙의 역사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남산의 산신을 목멱대왕에 봉했다는 기록이 나오고, 목멱신사(木覓神祠)에 관련된 기록이 있어 조선시대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 중 태조실록 8권, 태조 4년 12월 29일 무오 1번째 기사에 ‘이조에 명하여 백악(白岳)을 진국백(鎭國伯)으로 삼고 남산(南山)을 목멱대왕(木覓大王)으로 삼아, 경대부(卿大夫)와 사서인(士庶人)은 제사를 올릴 수 없게 하였다.’고 나온다.
태종실록 15권, 태종 8년 5월 22일 경오 1번째 기사에 백악(白岳), 목멱(木覓), 한강(漢江)의 신(神)에게 비[雨]를 빌고, 각전(各殿)으로 공상(供上)하는 약주(藥酒)를 정지하였다.
태종실록 21권, 태종 11년 5월 21일 신사 3번째 기사에 여러 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다. 명하여 대신(大臣) 성산군(星山君) 이직(李稷) 등을 보내어 비를 빌게 하였으니, 장차 22일에 종묘(宗廟), 사직(社稷), 백악(白岳), 목멱(木覓), 한강(漢江), 북교(北郊)에 제사를 지내려 함에서였다. 또 검교 참의(檢校參議) 최덕의(崔德義)를 보내어 화룡제(畫龍祭)를 양진(楊津)에 베풀게 하였다.
전설에는 이성계가 젊었을 때 비가 내려 노모와 딸이 사는 한 허름한 집에 잠시 신세를 졌다. 잠을 자는데 대들보 세 개가 등에 얹히는(무학대사가 해몽해준 그 꿈) 꿈을 꾸었다.
집주인 할머니가 그 꿈을 듣고 왕이 될 것이라는 해몽을 해주었다. 그때 마침 옆에 자고 있던 딸이 그것을 듣고 깨어 이 손님이 왕이 되냐고 떠들었다.
당황한 이성계에게 노파가 딸의 뺨을 때리라 시켰고 이성계는 엉겁결에 따귀를 쳤는데 딸은 죽고 말았다. 그리고 노모가 하는 말이 액땜했으니 오늘 일은 발설하지 말라며 내보냈다. 훗날 이성계가 그 집을 찾아보니 흔적도 없었고, 노모와 딸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세운 게 지금의 국사당이라고 전해진다.
인왕산 국사당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남산에서 현재의 위치로 강제로 옮겨졌다. 일본인들이 남산 기슭에 일본 신도의 신사인 조선신궁(朝鮮神宮)을 지을 때 더 높은 곳에 조선의 국사당이 있는 것을 용인할 수 없어 옮기도록 했다. 조선 백성의 원망을 불감당이라 판단한 일제는 차마 없애지는 못하고 이전을 강요하였다.
국사당은 국가에서 인정하고 제사를 지내는 수호신사이며 수도 한양에 위치해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무속신앙의 중심으로 숭배되고 있다. 국사당의 규모는 무속시설 시설 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2. 아름다운 소나무 숲속에 자리한 서리마을 국사당
하북면 지산리 서리마을에 있는 국사당은 고을을 수호하는 신을 모신 제당(祭堂)이다. 국사당의 신목은 수백 년 된 소나무로, 커다란 소나무 앞에 돌로 만든 제단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개 국사당(國師堂)이라고 하나 양산에서는 국사당(局司堂)으로 표기해왔다. 서리마을 국사당 현판은 취산국사(鷲山局社)라고 적혀있다. 2020년 6월 28일 양산숲길보전회 회원들과 함께 국사당과 황토숲길을 답사하였다.
국사당 주변은 온통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도 쾌적하고 소나무 피톤치트 향을 맡을 수 있어 좋았다.
국사당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천신신앙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높은 산 정상에 국사를 모셔놓고 지역 수호신으로 섬기고, 호랑이로부터의 환난을 막을 수 있도록 석마(石馬)를 모시기도 했다. 서리마을 국사당 또한 석마를 모셔 호환을 막고자 했으나 현재 석마는 없어졌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의 국수당(지역에 따라 국사당을 국수당이라 부르기도 함)에는 쇠말이 봉안되어 있다. 국사당에 쇠로 만든 쇠말, 또는 돌로 만든 석마를 모시는 이유는 외부로부터 침입해오는 호랑이를 이 말이 뒷다리로 차서 격퇴하기 때문이다.
부석면 창리의 쇠말이 뒷다리로 차서 호랑이를 격퇴시키다가 쇠말의 뒷다리가 부러졌다는 전설이 있다.
국사당은 원래 통도사 무풍교 서남쪽에 있는 여의주봉 정상에 위치했고, 통도사가 매년 정월 14일에 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위치로 이전된 동기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조선 후기 억불정책의 일환으로 사찰에 해를 끼치려는 관원이 말을 타고 국사당 옆을 지나려 하자 말이 꼼짝도 하지 않아 현 위치로 이건했다고 전해진다.
국사당에는 산왕대신을 조각해 모셔놓았으며, 1991년까지 통도사에서 음력 1월 14일에 제를 지냈다. 서리마을에서도 매년 음력 3월 3일과 9월 9일에 제를 올렸다. 그러나 제대로 보존하지 못해 낡고 허물어지자 하북면민들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1995년 3월 ‘국사당 보존위원회’를 결성하였고, 양산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1995년 7월 31일에 국사당을 재건하였다.
국사당 왼쪽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신선들이 바둑을 두고 있으며, 동자는 찻물을 끓이고 있다. 국사당 왼쪽 담장 안에 큰 소나무를 벤 흔적인 그루터기가 남아있다.
작년 6월 28일 답사를 할 때 보니 국사당 주변 정비사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어 약간 어수선하였다. ‘다인 팜카페’에서 국사당으로 올라오는 목재 데크로드 공사도 한창이었다. 국사당 옆에 주차장을 새롭게 포장하고 화단도 각종 야생화를 심어놓았다.
야생화는 마삭줄, 맥문동, 비비추, 원추리, 꽃무릇, 수호초, 구절초 등을 식재하였다. 정자와 벤치도 있어 휴식과 힐링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국사당 옆에는 국사정이라는 큰 건물이 있는데, 이곳은 국사당에 제를 올릴 때 주민들이 제사 음식을 준비하고 나눠 먹는 곳이며, 각종 비품을 보관하는 장소다. 국사정 앞은 전망대 역할을 하여 통도환타지아가 잘 보이고, 통도사 산문 앞의 마을, 솥발산공원묘지도 멀리 보인다.
국사당 올라가는 데크로드 길목에 있는 김대수 대표가 운영하는 ‘다인 팜카페’(055-384-0312)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메뉴는 연잎오리훈제찜, 연잎밥 정식, 전통차가 있다.
김대수 대표가 직접 농사짓는 농장에서 오디, 블루베리, 아로니아, 둥근 대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식당에서 식사 후 농특산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국사당을 구경하고 ‘다인 팜카페’에서 식사를 하면 안성맞춤이다.
3. 국사당과 연계되는 황토숲길
하북면 지산리 서리마을에 있는 국사당은 통도사 황토숲길과 연계가 되어 있어 걷기 좋다. 다인 팜카페에서 출발하여 목제 데크계단을 올라가 국사당을 구경하고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아가면 지산마을회관까지 갈 수 있다.
왕복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반대로 지산마을 회관이나 지산마을경로당 앞에 주차를 하고 황토숲길을 따라 국사당까지 갔다가 되돌아올 수 있다.
답사를 끝내고 차를 타고 축서암 주차장으로 이동하면 암자 뒤의 황토숲길을 걸을 수 있다. 코스는 다양하여 해발 1,081m의 영축산으로 오를 수 있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임도와 등산로가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자신의 체력에 맞춰 걸으면 된다. 축서암을 기점으로 다양하게 개설된 가까운 황토숲길 코스를 선택하여 가볍게 산책할 수 있다.
통도사 후문 지산마을 구판장이 있는 마을버스 종점에 주차를 하고 황토숲길 코스를 걸어가면 축서암 코스와 만난다. 곳곳에 황토숲길 안내판이 있어 능력에 맞는 코스를 취사선택하여 걸으면 된다. 비로암 방향으로 가는 등산로도 있고, 영축산 방향으로 직진하면 등산로가 나오는데, 초반부는 오르막이 심하지 않아 중간 정도 가다가 되돌아 나오면 된다.
통도사 황토숲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형성되어 있어 힐링하기에는 최적의 아름다운 숲길이다. 소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트 향을 맡으며 천천히 걸어가면서 사색을 하기에도 좋다.
험한 등산로가 아니고 평탄한 숲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 알맞다. 스릴과 모험을 즐기는 답사객은 험준한 영축산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국사당이나 황토숲길은 다니는 답사객이 많지 않아 걷기에 좋다. 천신신앙과 연계되는 서리마을 국사당을 둘러보며 역사공부도 하고, 황토숲길을 따라 걸으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승용차가 있는 답사객들은 위에 소개한 코스대로 답사하면 되고,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경우 지산마을 광장에서 내려 황토숲길을 걸어가면 된다.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 상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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