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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백문이 불여일견... YNEWS 문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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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서명숙 시인의 백문이 불여일견... YNEWS 문예위원장

 

백문이 불여일견 / 서명숙

 

비를 촉촉이 먹은 나무계단을 한 계단 
두 계단 천여 계단을 밟아 올라
천지를 보는 순간
악 소리밖에 안 나왔다

괴성을 내 지르는 인간들 소리에 
끄떡도 않는 백두산 천지 

파란 하늘 한 조각을 떼어 떨어뜨려놓았나
파란 물감 한 통을 쏟아부었나
어쩜 저리도 샛 파란색일까

너울거리는 안개가 이불 깔려 있는 산자락에 
늘어지게 누워있는 하얀 구름은
 마치 기차가 지나가는 것  같고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답게 위엄이 넘친다

뿌연 안갯속에 
몇 번이나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는 당신

순간의 찰나에 
도도한 당신을 영접할 수 있었던 
복 받은 나는

아주 크고 높은 대단한 산자락을 
가슴속에 쓸어 담아
집으로 돌아와서 하나하나 
쏟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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