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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봄 나들이 / 은진사의 봄 / 유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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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칼럼

시인의 봄 나들이 / 은진사의 봄 / 유진숙

절 경내를 경건한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았다. 부처님의 인자하신 자비를 온통 휘감고 있는 듯하여 절로 숙연해졌다. 경내 한가운데에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는데, 싱그러운 연잎이 초록빛을 한창 숨 가쁘게 뿜어대고 있었다. 연못 옆에는 배부른 산모들이 몇몇 보였는데, 때마침 잔잔한 범패음악이 흘러나와 좋은 태교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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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사 봄 나들이 / 유 진 숙

띠동갑 여자친구들 셋이 몇 달 만에 다시 뭉쳤다. 백세시대의 반환점을 막 돌아 나온 중년이지만, 이날만은 소녀시절로 돌아가 마냥 반가움에 얼싸안았다. 머리를 짓누르는 모든 시름도 이 순간만은 다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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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인방이 치유의 시간을 보내기로 한 곳은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은진사란 절이다. 작은 절이지만 야생화 꽃으로 꽤 유명한 곳이다. 유월의 짙은 푸름이, 산과 바다가 어울리는 계절에 그리운 친구들과 만나 하루를 보내기에 족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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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끌고 나온 차를 타고 부산 앞바다 해안도로를 질주했다. 차창 밖으로 옥색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아스라이 먼 수평선이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출렁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갓 따낸 미역에서 풍기는 듯한 특유의 바다 내음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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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장 초입의 어느 참살이 보리밥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시켰다. 슬슬 힘든 세상살이, 주름살 진 이야기들이 터져 나오는 시간이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아파트 평수를 줄였다는 친구의 등을 토닥이다 폐경이 되면서 원형탈모증까지 겹쳤다며 고민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리기 바빴다. 그러다가 노모 간병으로 직장도 관둔 내 신세를 생각하곤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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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은진사를 찾아 야생화를 보면 기분이 좀 가라앉을 것 같아서 친구를 독촉하여 식당을 나섰다. 장안읍 쪽으로 한참을 달리니 아담한 작은 절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줄지어 선 보리수 울타리가 우리를 반겨준다. 빨갛게 익은 보리수 몇 알을 따먹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은진사 입구로 향하였다.
 
절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12개의 십이지신상이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등 12종의 동물 신상이 도로를 지키며 서 있었는데, 이 부근 바닷가에 자리한 해동용궁사에서도 보았던 반인반수의 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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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정원까지 이어지는 길 양옆으로 보리수, 앵두, 자두 등 과일나무가 즐비한 가운데 항아리에 심어놓은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찾아오는 길손을 맞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탈모증으로 고민하던 친구가 제일 먼저 환성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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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 용버들, 흰노루귀, 바람꽃, 개망초, 매발톱, 초롱꽃, 벌노랑이꽃, 금계국 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아름답게 피어 천국의 화원을 방불케 한다. 작고 아담하지만 순박하고 강인해 보이는 우리 산야의 토종 풀꽃들이다. 우리 3인방의 입에서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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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절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커다란 자루를 메고 환한 웃음이 가득한, 배불뚝이 스님의 조각상이 우리를 기다린다. 중국의 산타클로스라고 불리는 포대화상이다. 후량(後粱)의 실존인물로, 포댓자루에 시주 물을 갖고 다니며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륵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져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절은 물론 일반 가정이나 사업장에도 복의 상징으로 많이 모신다고 들었다. 은진사의 포대화상도 넉넉하고 인자하기 그지없었는데, 누가 와서 소원을 빌었는지, 몸뚱이에 잔돈을 잔뜩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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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경내를 경건한 마음으로 한 바퀴 돌았다. 부처님의 인자하신 자비를 온통 휘감고 있는 듯하여 절로 숙연해졌다. 경내 한가운데에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아름다운 연못이 있었는데, 싱그러운 연잎이 초록빛을 한창 숨 가쁘게 뿜어대고 있었다. 연못 옆에는 배부른 산모들이 몇몇 보였는데, 때마침 잔잔한 범패음악이 흘러나와 좋은 태교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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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달만 지나면 이곳 은진사 경내 연못에도 화사한 연꽃이 봉오리를 활짝 열리라. 봉오리 터지는 날, 다시 한 번 찾아 그 처연한 아름다움을 상찬하고 싶다. ‘아침 햇살에 깨어나고 달빛에 잠이 드는 수련화/ 어스름 달빛 비치는 초저녁 호수에 떠/ 다소곳한 기다림을 갖는 여인/ 너를 모르는 체 외면하는 이 누구더냐’라고 노래한 이상희 시인의 시를 읊조리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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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 뜨락에는 자두와 보리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채 뜨거운 유월의 태양 아래 익어가고 있었다. 그 향긋한 과실을 따서 부지런히 입으로 집어넣는 3인방....어느덧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있었다. 서슴없이 분주한 손놀림이 그저 행복해 보인다. 은진사의 새콤한 자두 맛,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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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하고, 바로 옆 기념품 판매점에서 연화차 한 잔씩을 얻어 마셨다.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불면증을 치료해 준다는 차다. 은은한 차향에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냥 나오기 미안해서 작은 기념품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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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곳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작지만 그래서 번잡하지 않아 더 좋은 곳, 고즈넉한 분위기가 세파에 찌든 주름을 다림질해주었다. 오늘 하루 소중한 치유와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준 은진사에 감사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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