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 상 도
1. 낭비성 함락작전에서 이름을 떨친 김유신
삼국사기 제41권 열전 제1(三國史記 卷第四十一 列傳 第一) 김유신 상(金庾信 上) 조에 전투 상황이 나온다(네이버 지식백과).
건복 46년(서기 629) 기축 가을 8월, 왕이 이찬 임말리(任末里), 파진찬 용춘(龍春)ㆍ백룡(白龍), 소판 대인(大因)ㆍ서현 등을 파견하여 군사를 거느리고 고구려의 낭비성(娘臂城)을 공격하게 했다. 그때 고구려인들이 병사를 내어 맞받아치자 우리 편이 불리해져 전사자가 매우 많았고 사기도 꺾여서 더 이상 싸울 마음이 없어졌다.
유신은 이때 중당 당주였는데 아버지 앞으로 나아가 투구를 벗고 고하였다.
“우리 군사가 패하였습니다. 저는 평생 충효를 다하기로 결심하였으니 전쟁에 임하여 용감히 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릇 듣건대, ‘옷깃을 들면 갖옷이 바르게 되고, 벼리를 당기면 그물이 펴진다.’ 했습니다. 제가 마땅히 벼리와 옷깃이 되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말에 올라 칼을 뽑아 들고, 참호를 뛰어넘어 적진을 드나들더니 적장을 베어 그 머리를 가지고 돌아왔다. 아군이 이를 보고 승세를 타 떨쳐 공격하여 5천여 명을 베어 죽이고 1천 명을 사로잡았다. 성 안에선 크게 두려워하여 감히 저항하지 못하고 모두 나와 항복하였다.
삼국사기 제4권 신라본기 제4(三國史記 卷第四 新羅本紀 第四) 진평왕(眞平王) 조에도 전투 기록이 나온다(네이버 지식백과).
51년(서기 629) 가을 8월, 임금이 대장군 용춘(龍春)과 서현(舒玄), 부장군 유신(庾信)을 보내 고구려 낭비성(娘臂城)을 침공하였다. 고구려인이 성에서 나와 진을 쳤는데, 군세가 매우 강성하여 우리 병사가 그것을 바라보고 두려워하며 싸울 생각을 못했다.
유신이 말하였다.
“나는 ‘옷깃을 잡고 흔들면 가죽옷이 바로 펴지고 벼리를 당기면 그물이 펼쳐진다.’고 들었다, 내가 벼리와 옷깃이 되겠노라!”
그리고는 즉시 말에 올라 칼을 빼들고 적진으로 향하여 곧바로 나아갔다. 적진에 세 번 들어갔다 나왔는데 매번 들어갈 때마다 장수의 목을 베거나 군기를 뽑았다. 여러 군사들이 승세를 타고 북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돌격하여 5천여 명을 목 베어 죽이니, 낭비성이 마침내 항복하였다.
삼국사기 제20권 고구려본기 제8(三國史記 卷第二十 高句麗本紀 第八) 영류왕(榮留王) 조에도 낭비성 전투가 짧게 언급되었다(네이버 지식백과).
12년(서기 629) 가을 8월, 신라의 장군 김유신(金庾信)이 동쪽 변경을 침범하여 낭비성(娘臂城)을 빼앗았다.
병사를 지휘한 신라 진영의 군 수뇌부의 관등은 다음과 같다. 이찬(임말리)은 신라 17관등 중 둘째, 소판(대인, 서현)은 셋째 등급으로 진골만이 오를 수 있었다. 임말리는 임영리(任永里)라고도 한다. 파진찬(용춘, 백룡)은 넷째로 진골만이 오를 수 있었다. 대장군(용춘, 서현)은 신라 때의 무관직의 으뜸 벼슬이다. 관등으로 따지면 이찬 임말리가 최고위직으로서 전투를 총지휘하였다. 무관직의 대장군은 용춘과 서현이다.
감유신은 부장급으로 중당당주였으며, 군관이라 할 수 있다. 낭비성 전투에서 김유신이 가장 큰 공을 세워 이름을 떨쳤다. 적국인 고구려에서는 상관인 김용춘이나 김서현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장군 김유신에게 낭비성을 빼앗겼다고 하였다. 김유신은 엄청난 활약을 하여 역사의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신라본기 낭비성 전투 기록에 따르면 김유신은 홀로 적진에 세 번이나 들어가 참호를 뛰어넘어 장수의 목을 베어 오거나 깃발을 빼앗아 올 정도로 맹활약하였다. 김유신의 모습은 고구려군 입장에서 가장 두렵고 껄끄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김유신의 활약으로 패배의 기운이 감돌던 신라군은 사기충천하여 일거에 전세를 뒤집으며 낭비성을 함락시켰다. 신라군의 분투로 고구려군 5,000여 명을 참살하고 1,000여 명을 포로로 잡는 대승을 거두었다. 고구려군의 병력 손실은 무려 75%로 살아서 도망간 비율은 25% 밖에 되지 않는 대패였다.
2. 낭비성의 위치
낭비성은 경기도 북부 지역 또는 충청북도 지역으로 비정되기도 한다. 『대동지지』에서는 충주로 비정하였으며,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지리서들은 오늘날의 청주 지방을 『삼국사기』의 낭자곡(娘子谷) 혹은 낭비성이라 하고 있다. 한편 이를 더욱 발전시켜 오늘날의 청원군 북이면 부연리와 토성리에 걸쳐 있는 속칭 낭비성으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부연리의 옛 산성은 높이 250m의 야산에 석축되었으며, 바로 부근에 노고성(老姑城)이 있어 주·부성(主副城)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7세기 전반기의 신라와 고구려의 경계는 오늘날의 임진강 유역이어서 문제가 있으나 지명이 그대로 전존되어 주목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융합고고학과 이도학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낭비성을 오늘날의 청주로 비정하는 견해도 있다. 필자는 청주의 상당산성을 낭비성이라는 주장에 따라 답사했는데, 안내판에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포천 반월산성을 낭비성이라 주장하여 지난 5월 2일에 답사하였다. 포천시 군내면에 있는 반월성 안내판에 낭비성이라는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포천 반월성(抱川 半月城)은 삼국시대에 축조된 산성으로 1998년에 사적 제403호로 지정되었다. 포천시 군내면 구읍리 청성산(해발고도 283m)에 위치하고 있으며, 성의 형태가 마치 반달과 같아 반월성이라고 불린다. 성의 둘레는 1,080m이고 면적은 116,305㎡로 산 정상을 둘러 쌓은 퇴뫼식(산봉우리를 중심으로 정상 주위에 머리띠를 두른 것처럼 성을 축조한 방식) 산성이다.
반월성은 포천을 관통하는 경흥로(43번 국도로 서울과 함경도, 강원도를 연결하는 최단 노선)와 수직으로 놓여 있어 대로를 따라 이동하는 적의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리적 장점을 가지고 있는 요충지이다.
백제가 한강 지역을 점령하고 북진했을 시기에 축조되기 시작하여 고구려와 신라가 한강 지역을 점령했을 시기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신라는 629년에 고구려의 낭비성인 반월성을 차지하면서 한강 이북 지역의 영토를 확장하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반월성은 「여지도서(輿地圖書)』,「대동지지(大東地志)』등 조선시대 문헌에 "1618년(광해군 10)에 판관 이성구가 개축하여 1623년까지 사용하였으며, 둘레가 1,930척이고 성안에는 두세 곳의 우물 및 장령, 삼대, 기우제단, 성황사 등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문헌과 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삼국시대에 주로 이용되었고 이후 폐성되었다가 조선 중기 후금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하여 개축하였고 포천지역을 수호하는 중심 산성으로서 기능 하였다. 현재 산성에는 발굴조사를 통해 치성과 문지, 건물지, 우물지, 토광, 제단 등의 시설이 발견되었으며 옛 성벽의 2/3 정도 복원을 완료하였다.
3. 신라 삼국통일의 시작, 낭비성 전투
신라는 6세기 중반 한강유역을 점령하고 북방 진출을 위해 고구려를 지속적으로 견제하였다. 신라의 한강 이북 군사 거점인 북한산성이 고구려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기 북부지역 중 한강과 육로로 직접 연결되는 포천지역을 반드시 확보하고자 했다.
7세기 초 신라의 진평왕은 한강유역의 지배권을 확대하기 위해 고구려 영토를 점령하고자 629년(진평왕 51년) 8월 경기 북부지역 중 고구려의 최대 전략적 요충지이며 최남단 방어기지인 낭비성 공격을 명하였다. 이에 따라 당대 최고의 장군인 김용춘 (태종무열왕의 아버지), 김서현(김유신의 아버지) 등 5명의 장수와 당시까지는 소규모 부대를 이끌었던 김유신 등이 참전하였다.
전투 초기에는 고구려군의 기백에 눌려 신라군에게 전세(戰勢)가 불리했지만, 김유신이 충정 을 맹세하고 고구려군 진영을 휩쓸고 다니며 승기를 잡아 5천 명의 목을 베고 1천 명을 사 로잡는 큰 성과를 올렸다.
당시 고구려군의 규모를 약 7~8천 명으로 추정하는데, 병력의 약 80%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김유신은 낭비성 전투에 장군이 아닌 중당당주(中幢幢主, 군관)로 참가하여 큰 공을 세웠으며, 이를 기반으로 장군의 자리에 올라 신라의 삼국통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4. 포천 반월성의 시대별 활용
1) 백제
백제는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4세기 후반부터 석성을 쌓으며 군사 시설을 정비하였다. 포천 반월성도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 백제 관련 유물이 출토되고 있어 고구려가 차지하고 있던 동북방까지 영토를 확장하고자 북방 교통의 요지였던 포천지역에 산성을 축성한 것으로 보인다.
백제는 북방의 고구려를 견제하기 위해 산성을 북쪽 방향으로 반월 형태로 쌓았으며 침입하는 적을 관찰할 수 있는 장대 등을 설치하였다.
2) 고구려
1995년 반월성의 발굴조사시 포천지역의 고구려 지명인 ‘마홀(馬芴)’ 명문 기와가 출토되어, 고구려가 반월성을 점령한 것을 증명한다. 당시 반월성의 관할 범위는 포천지역을 비롯해 양주지역까지 경기북부 지역을 총괄했던 것으로 보이며, 한강 일대를 점령한 신라와 완충지대 역할을 담당하였다.
반월성에는 한강 유역 고구려 산성의 건물지와 동일한 구들 시설이 발견되고 있으며, 6세기 말 이후의 고구려 유물이 출토되고 있어 신라 진흥왕의 북방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활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3) 삼국시대 한강 이북 방어시설의 거점
포천지역은 지리적으로 경흥로의 육로를 통해 남북이 이어지고 영평천, 한탄강, 임진강 등 수로를 통해 동서가 연결되었다. 때문에 경기 북부 지역을 방어하는 산성들은 철원에서 포천으로 통하는 남북교통로(경흥로)를 방어축으로 삼아 남북 방향으로 축조되었다. 그리고 하천을 자연적인 장애물로 활용해 동서를 잇는 산성을 축성하여 ‘십자’ 모양의 방어 체계를 구축하였다.
포천에는 남북축으로 냉정리 산성(포천 관인면), 성동리산성(포천 영중면), 반월성(포천 군내면), 고모리 산성(포천 소흘읍)이 있었으며, 동서축으로 대전리 산성(옛 포천 청산면), 고소성(포천 창수면), 주원리 산성(포천 창수면), 성동리 산성(포천 영중면), 운악 산성(포천 화현면) 등이 축조되어 유기적인 방어체계를 구축하였다.
4) 신라
신라는 고구려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629년 반월성 (낭비성)을 공격하여 점령하였 다. 더욱이 낭비성 전투에서 승리하며 김유신이 신라 최고의 장군으로 명성을 날렸으며, 승 전의 기세를 바탕으로 고구려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게 되었다.
신라는 한강 이북에서 반월성을 최대 군사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동문, 동치성 등을 설치하며 방어를 강화했다. 그리고 기와를 올린 누각 형태의 대규모 건물을 짓고 무기 보관과 군사 주둔을 위한 시설로 활용하였다.
5) 통일신라
대동강 일대를 점령하며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경기 북부지역에서 당나라와 대치하고 있었다. 이 시기 신라는 반월성의 장대와 동문 일대를 보수하며 중요 군사거점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8세기 중엽 발해와 국경을 접하며 대치하던 시기 반월성에 8동 정도의 건물을 짓고 군사 및 행정 거점으로 이용하였다.
이는 발굴 조사 결과 8세기를 전후한 시기, 당시 관청에서 사용한 막새와 벼루 등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알 수 있다. 통일신라 시기 포천지역의 지명은 ‘견성군(堅城郡)’으로 견고한 반월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6) 조선
반월성은 고려시대부터 이용되지 않고 방치되어 오다가 조선 광해군대 (1618년, 광해군 10 년)에 와서 북방의 후금을 방어하기 위해 무너진 성벽을 고치고 군사를 주둔시켰다. 특히 반 월성을 중심으로 포천현을 도호부로 승격시켜 군사 거점으로 삼았다. 이후 광해군이 폐위되고 인조가 즉위하면서 반월성에 주둔했던 군사를 해체시켜 더이상 활용되지 못했다.
5. 포천 반월성 답사 소감
포천 반월성은 청주의 상당산성과 마찬가지로 잘 정비되어 있었으며, 둘레길, 체육시설도 조성되어 있었다. 포천 반월성은 포천시 군내면사무소에 주차하고 약 1km 정도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나오기 때문에 답사하기 쉬운 편이다. 임도는 완만한 오르막길로 땀이 많이 흘렀다. 산성은 남쪽을 제외하고 잘 복원되어 있었지만 복원된 성벽이 무너진 곳이 있었다. 발굴조사도 하고 안내판을 설치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관광안내소도 설치되어 있었다.
산성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아서 군사적 요충지임이 확연하였다. 사방이 잘 보였으며, 남북으로 오가는 교통, 사람의 이동, 물류를 통제하기 쉬운 곳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간의 산성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졌으며, 발굴조사에서 삼국시대 유물도 고르게 나왔다. 한강 유역과 임진강 등을 통제할 수 있는 군사 거점으로 이곳을 차지한 신라가 결국은 삼국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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