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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끝에 서서
가을을 본다
서명숙
허름한 비탓길 산기슭에
땅을 향해 고개 숙인
살이 빠져 말라빠진 나무 한 그루
그 위에 허옇게 변해가고 있는
단풍잎 몇 개만이
헐거운 나뭇가지를 겨우 붙잡고
기대고 있다
해가 빠지는 저녁
이 세상 외로움을 다 사가지고
눈깔에 가득 집어넣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을 하늘색은 쓸쓸함이 묻어난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마저
외로움을 싣고 가고 있다
가을은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