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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식은밥

기사입력 2022.08.1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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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밥  


창영 서명숙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호호 불어가며 먹고 있다
한여름에 더운밥을 먹는 시어머니 아들과 손주를 부러워해야 하나 

굽이굽이 둘러치는 산을 넘어 도착했다고
남편과 자식은 손님 대접을 극진히 받으며
따끈한 밥을 호호거리며 먹고 있다

한쪽 귀퉁이에는 누런 냄비에 말라빠져 있는
밥이 놓여있다 
족히 며칠은 숙성시킨 밥이다
내 밥인가 보다 
먼저 시어머니가 
시범을 보이며 먹는다 
나는 밥을 먹기 전에 물 대신 서러운 눈물부터 삼켰다

멀리서 같이 온 손님은 더운밥에 웃음까지 넣어
먹기 바빠서 누런 냄비 밥은 눈에 안 보이나
나는 뜨거운 밥이 잘 보이던데

며느리도 멀리서 온 손님인데

식은 밥을 
서러운 눈물에 말아서 먹고
혼자 방에 가서 울분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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