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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바라본 풍경
서명숙
차창에
흐르는 굵은 빗줄기 때문에
차창 밖의 리얼한 상황을 가리고 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서있는 애매한 여인
뒤돌아서 있을까
앞모습일까
멈출 생각도 없어 보이는 빗줄기를
묵묵히 받아내고 있는
죄 없는 벤치
왠지 난 저 여인보다
그 옆에 서있는 벤치가
더 불쌍해 보인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본 많은 사람들은
우두커니 서있는 여자에게
마음이 더 쓰이겠지
여자는
마음을 바로 돌려
비가 없는 곳으로 피할 수는 있지만
벤치는
거북이 같은 짧은 다리로
힘겹게 엉금엉금 기어가는 동안
이미 뚝 끊고 달아난
얄미운 빗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