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걸음
서명숙
초년은
거북이걸음보다 느리 터지게 걷더니
중년은
토끼같이 뛰어다니다가
말년이 된 지금
총알보다 빠르게 날아가고 있네
몇 달 전만 해도
넙덕하고 허연 피부에
풍채가 적당히 좋았는데
며칠 전에 본 당신의 모습은
허연 둥근달이 냉정한 세월이에게 치여
홀 죽 하고 쭈글 한 반달 모양이 되어 있었다
우리 인생의 열매가 익는 속도는
떫은 감이
홍시가 되는 것보다 빠르다
우리네 인생 늙어가는 길이
비행기보다 빠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고 했나
익어가는 게 아니라
떨어져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