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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팔자 좋은 년"

기사입력 2021.02.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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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좋은 년/서명숙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지
멋진 풍경 보러  가지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가지
향기 나는 물로 샤워하지

평생을 백수로 살아온 빨래년은
집에 있을 땐
소파에 나자빠져 몇 날 며 칠 잠을 자도 
아무도 안 깨운다

 외출할 때만
 뒤엉켜있는 옷가지 사이로 빼꼼 고개 내밀고
일어나 앉는 윗옷과 아랫 옷

팔자 안 좋은 놈은
소파에 널어지게 자고 있는
빨래년을 힘겹게 밀치고 나와
 매일  돈 벌러 다닌다

아 향기 나는 물로
샤워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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