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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고장 난 선풍기 / 서명숙

기사입력 2020.11.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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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선풍기/서명숙

 

느리게 돌아가는 날개는 허덕이며 바람을 내보낸다
희미한 바람 한줄기는 힘겹게 나에게 안겨온다

싱싱한 날개를 활짝 펼쳐 두려움 없이 
광속으로 들어갔던 젊은 시절
헐거워져 나사가 풀어진 별 볼 일 없는 날개  
시들어 마른바람 속으로 
힘없이 내맡겨진 중년 

삼단을 겁 없이 누르고 
도도하게 고개 쳐들고 내달리던
지나온 세월의 앞모습

일단으로 고개 숙여 흐느적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지금 시간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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