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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연꽃 /유진숙

기사입력 2020.10.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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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유진숙

 

영취산 산기슭에
붉은 노송들이 억겁의 세월을 지나온 듯
휘어진 허리로 인사 건넨다

 

 

능선을 탄 붉은 햇살
연꽃 위에 앉아
번뇌하며 속세의 찌든 때
정갈하게 참선하고

세월의 틈바구니에
모든 중생의 눈과 귀 열어 놓고
다소곳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
가는 줄기에 대롱대롱 피어오른다

맑은 달빛 내리는 날
윤기 나는 담홍으로 다시 태어나면
너처럼
우아하지도 않는 그냥 수수한 모습으로
당신의 꽃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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