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 유진숙
대나무 숲이 허공을 향해 울부짖는다
단아한 신발에 농익은 속살을 뽐내며
꽃구름처럼 몽실몽실
여인의 모습으로 대나무 곁에
앉아있으니.
세월을 탓하리오
그대와 나눈 꿈같은 사연들
내 어찌 잊으리
슬그머니 떠나버린 그리움 한 조각
이 넓은 뜨락에
살포시 내 곁으로 햇살 한 움큼 내리고
바람 따라 춤을 추며
그리운 마음은 끝없이
하늘 위로만 올라간다
쭉쭉 뻗은 긴 몸매에
곧고 푸른 대나무는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는
가을에 유혹의 불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