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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시와의 산책 / 유혹 / 유진숙

기사입력 2020.08.0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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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 유진숙

 

 

대나무 숲이 허공을 향해 울부짖는다

단아한 신발에 농익은 속살을 뽐내며
꽃구름처럼 몽실몽실 
여인의 모습으로 대나무 곁에
앉아있으니.

세월을 탓하리오
그대와 나눈 꿈같은 사연들
내 어찌 잊으리

슬그머니 떠나버린 그리움 한 조각
이 넓은 뜨락에 
살포시 내 곁으로 햇살 한 움큼 내리고
 
바람 따라 춤을 추며
그리운 마음은 끝없이 
하늘 위로만 올라간다

쭉쭉 뻗은 긴 몸매에
곧고 푸른 대나무는 
흔들림 없이 나를 바라보는 
가을에 유혹의 불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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