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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시인과의 산책(2) / 생명의 뿌리 / 유진숙

기사입력 2020.05.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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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뿌리 / 유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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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시골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친 곳에
갓 심은 과일나무들
간밤에 내린 비에 생기 돋은 새싹들이
눈이 마주치자 생끗 윙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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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허리만큼 가늘어도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 보면
쇠약한 듯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꿋꿋이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린 잎은 아직 수줍은 듯 
나뭇가지 마디마다 
소녀의 젖무덤처럼 봉긋 피어 
붉은 노을 속으로 몸을 가린다

불어치는 바람에
금세라도 떨어질 듯 어린 열매들
뜨거운 햇볕 먹고 쑥쑥 자라
알알이 영근 몸을 자랑하겠지
머지않은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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