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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에 만난 시인의 그리움/가을시작(詩作) 海印 李 鎬 亨

기사입력 2019.12.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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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작(詩作)  海印 李 鎬 亨

 

꽃망울 문 여는 꿈을 꾸던 그 때는

해를 찾아 산을 넘고

끝 날줄 모르는 아득한 그리움으로

빈 들판을 하염없이 서성이다가

걸어놓은 못난 마음 작은 바람에

허수아비 되어

가을빛 닮은 하얀 두건을 쓰고

저마다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어둠의 시작은 또 다른 끝인가

감추고 싶은 아픔도 꺼내 보이며

목까지 차오른 울음

소매 끝에 접어 숨기고

그대 느린 숨결 낙엽으로 흩날려도

물들다, 물들다 잠들어버린 가을을 안고

그대 지나간 곳으로 시선 모으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지 머뭇거리며

바람 하나에 한 뼘도 되지 않았던

부러진 생각들을

숱한 응어리 허물어지며 걸러내어진 날

애틋한 사랑 갈라놓은 항변의 몸짓인가

저녁노을에 취한 성난 파도는

세월을 밀어 내고 있다

내가 끌리는 것은 진정무엇인지도 모르는

기억 속에서 지우지 못한 쾌락이며 파괴며

나 자신의 부정인가

함께 갈 날이 아닌 줄 알았더라면

이 길이지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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