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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하나/이신남
잔잔한 한낮의 호숫가 서성이며
턱밑까지 차오르는 말
목구멍에 가시로 걸려 차마 하지 못합니다
가슴에 담아 둔 자음과 모음
서로 부딪쳐 헝클어질까 두렵습니다
하늘도 여기선 가만히 몸을 내려놓고
먼 산이 내려와 제 얼굴을 비춰보지만
호수란 대상이 있든 없든 그저
영원도 외롭지 않은 맑고 고요한
무심을 깔고 앉았을 뿐인데
세상 가장 슬픈 갈증이 노을에 사위고
그리움 때문에 허공도 내 눈에는 시리고 아팠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가슴에 근심 같은 수초가 자라고
돌 하나쯤 박혀 옹이진 것들이
한 굽이 돌아누울 때마다
내 목소리 그대 가슴에 닿아
별처럼 꽃피울 때까지
기다림의 또 다른 처방을 놓고
독약처럼 쓰디쓴 어둠 마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