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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시인과의 산책/이신남 시인의 그리움 하나

기사입력 2019.11.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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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만큼_그리움이_온다.jpg

 

그리움 하나/이신남

 

잔잔한 한낮의 호숫가 서성이며

턱밑까지 차오르는 말

목구멍에 가시로 걸려 차마 하지 못합니다

가슴에 담아 둔 자음과 모음

서로 부딪쳐 헝클어질까 두렵습니다

 

하늘도 여기선 가만히 몸을 내려놓고

먼 산이 내려와 제 얼굴을 비춰보지만

호수란 대상이 있든 없든 그저

영원도 외롭지 않은 맑고 고요한

무심을 깔고 앉았을 뿐인데

세상 가장 슬픈 갈증이 노을에 사위고

그리움 때문에 허공도 내 눈에는 시리고 아팠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가슴에 근심 같은 수초가 자라고

돌 하나쯤 박혀 옹이진 것들이

한 굽이 돌아누울 때마다

내 목소리 그대 가슴에 닿아

별처럼 꽃피울 때까지

기다림의 또 다른 처방을 놓고

독약처럼 쓰디쓴 어둠 마시겠습니다.

 

이신남시인.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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