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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이신남
길 없는 길 위에서
적당히 비뚤거리게 하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가슴에 푸른 멍이 들고
목젖까지 부어 숨이 차는
그런 날에도 술잔이 투박한 그 집
붉은 의자가 그리울 때가 있다
길 없는 길 위에서
눈물 섞인 술을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자정이 지나도록 수다를 떨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가끔씩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날, 그런 날엔
술잔이 투박한 그 집 붉은 의자에
나를 온통 내려놓고 싶은
젖은 나를 뽀송뽀송 말리거나
너무 말라 부서질 것 같은 몸
축축하게 적시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