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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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미련/YNEWS문예위원장미련 / 서명숙 지금 창밖에는 막바지 겨울비가 질척이며 오고 있다 겨울이 가기 싫어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네 눈이 펑펑 내리는 눈밭에 검은 외투 하얗게 젖도록 시원하게 뒹굴어 보지 못했는데 힘 있는 겨울바다를 눈에 저장도 못하였거늘 봄아 오다가 지붕 위에 걸려 넘어져 그대로 있어라 아직은 너에게 하얀 이 드러내고 싶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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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날 찾는이 없소/YNEWS 문예위원장날 찾는 이 없소 / 서명숙 혹시 하얀 겨울이 보고 싶어 거친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살아남았니 마른 가지 위 방석도 이불 하나도 없이 휑하니 매달린 잎 친구들은 다음 가을을 만들기 위해 총총걸음으로 떠난 아무도 없는 빈자리에 무슨 사연이 있어 남았는지 세찬 바람 위에 마음을 널어 꽁꽁 얼리고 마른 눈물 떨구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고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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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먼지가되어/YNEWS 문예위원장먼지가 되어 서명숙 꽃이 시끌시끌하게 난장판을 지기는 봄 장맛비가 둘러치는 여름 단풍 모자를 쓴 가을 앙상한 마른 가지 휘청이는 겨울 꽃가루와 함께 휘날리고 싶지는 않아 눅눅한 여름엔 곰팡이 핀다 낙엽과 같이 뒹굴기는 허무해라 올 때 털고무신 신고 왔으니 갈 때도 털 부츠 신고 가면 폼은 좀 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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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인생은 순리대로"YNEWS 문예위원장인생은 순리대로 서명숙 방금 한 시 사십 사분이 세월 등에 업혀 가고 있다 지금 딸이 방문 열고 나오는 틈에 끼여 한 시 사십 오분이 같이 나오고 있다 방안 초침이 초깍초깍 일분일초를 세상 밖으로 떠밀고 있다 가지 마라 머리채 잡아도 갈 때 되면 갈 것이고 오지 마라 발길질해도 때가 되면 오고야 마는 시간들 누구든 세월 앞에 고개 숙이고 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어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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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지심도에서..."/YNEWS 문예위원장지심도에서...서명숙 동백꽃이 빼곡하게 고개를 내밀고 우리님들 반겨주리라 기대하고 찾아간 지심도 추운 겨울 모질게도 견뎌내더니 몸살이 나셨나 곳곳에 흔적만 남았네 보이는 건 지루하게 펼쳐져있는 바다에 배 한 척이 전세를 냈는지 혼자 독차지하며 너른 바다 위에 누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또각거리는 샌들 위에 몸을 얹히고 묵묵히 산을 쓸어 담아내는 딸이 편한 운동화 신고 아이고 곡 소리를 내는 나의 등을 밀고 올라간다 지심도 당신이 섭섭지 않게 산 한바뀌를 돌아가며 신발 자욱 꾹꾹 눌러 찍어주고 내려와 오늘 하루 예쁜 여정을 마무리한 고단한 몸을 흔들리는 버스에 구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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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백문이 불여일견... YNEWS 문예위원장백문이 불여일견 / 서명숙 비를 촉촉이 먹은 나무계단을 한 계단 두 계단 천여 계단을 밟아 올라 천지를 보는 순간 악 소리밖에 안 나왔다 괴성을 내 지르는 인간들 소리에 끄떡도 않는 백두산 천지 파란 하늘 한 조각을 떼어 떨어뜨려놓았나 파란 물감 한 통을 쏟아부었나 어쩜 저리도 샛 파란색일까 너울거리는 안개가 이불 깔려 있는 산자락에 늘어지게 누워있는 하얀 구름은 마치 기차가 지나가는 것 같고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바위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답게 위엄이 넘친다 뿌연 안갯속에 몇 번이나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는 당신 순간의 찰나에 도도한 당신을 영접할 수 있었던 복 받은 나는 아주 크고 높은 대단한 산자락을 가슴속에 쓸어 담아 집으로 돌아와서 하나하나 쏟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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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동시대 사람들의 중간 정산동시대 사람들의 중간 정산/서명숙 저마다 하나씩 시퍼렇게 멍든 버거운 돌 하나씩 지게 지고 같은 시간 위에 바람을 밟고 선 친구들 밝은 화장으로 포장한 얼굴로도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눈 밑에 어두운 살이 무거워 발등으로 추락하고 인생 저울의 금이 누가 더 나가나 팔씨름하다가 멍이 든 색깔만 조금씩 다를 뿐 중간 자락 너머에다 하나씩 소쿠리에 눕혀 널어놓은 인생 보따리의 무게는 어쩌면 너나 나나 도찐개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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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서명숙 시인의 빨래빨래 / 서명숙 세탁기 통속에서 뒤엉켜 돌아가는 너덜거리는 옷가지 거친 파도가 하얗게 거품 물고 올라와 힘들고 지친 삶 속 녹슨 찌든 때를 짊어진 무거운 옷에게 뺨을 찰 싹 때린다 어둡고 칙칙한 때 구정물은 말끔히 씻겨 나가고 하얗게 미소 띤 찰랑이는 물속에서 향기 나는 인생을 건져 올려 산뜻한 바람 위에 가벼이 널어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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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늙은겨울 (와이뉴스, 문예위원)늙은 겨울 /서명숙 바짝 말라 살이 쏙 빠진 날씨 흔들리는 살갗을 타고 들어오는 음산한 바람소리 휑한 혓바닥 찌르는 퍼석한 모래알 같은 누런 먼지 교양 없는 무식한 바람에 뒤돌아서 마른 눈물 훔치는 휘마리 없는 가지 늙어가는 인생 늙어가는 겨울 서럽다 말자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잠자고 있는 꽃을 다시 일으켜 세울 대단한 겨울나무 겨울에 태어난 여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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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어쩌다 인생...어쩌다 인생 / 서명숙 차가운 바람 위에 훅 달아오르는 몸을 널어놓았다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널뛰기한다 반으로 접힌 종이 금 자 국을 넘어선 나이 나이가 깡패라던 젊은 피일 때가 있었건만 못된 세월은 나이를 잡아먹고사는 괴물인가 보다 삶은 물 고구마 같은 나이를 장에 내다 팔고 밤고구마 같은 탄탄한 나이를 사 가지고 안방에 밀어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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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고장 난 선풍기 / 서명숙고장 난 선풍기/서명숙 느리게 돌아가는 날개는 허덕이며 바람을 내보낸다 희미한 바람 한줄기는 힘겹게 나에게 안겨온다 싱싱한 날개를 활짝 펼쳐 두려움 없이 광속으로 들어갔던 젊은 시절 헐거워져 나사가 풀어진 별 볼 일 없는 날개 시들어 마른바람 속으로 힘없이 내맡겨진 중년 삼단을 겁 없이 누르고 도도하게 고개 쳐들고 내달리던 지나온 세월의 앞모습 일단으로 고개 숙여 흐느적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지금 시간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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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희망 시 / 서명숙 - 와이뉴스희망 시 / 서명숙 세상은 숨 쉬지 못하고 멈춰버렸는데 시곗바늘은 왜 가고 있나 세상은 병들어 아파하는데 입맛은 왜 좋은가 멈춰버리고 아파하는 세상 속에 나는 왜 손톱이 자라고 머리가 자라고 때가 자라는가 세상은 온통 회색 물감으로 칠 데 반죽인데 꽃은 꾸역꾸역 피어오르고 새는 천연덕스럽게 지지 베베 나는 미용실 갈 날만 기다린다 나는 목욕탕 갈 날만 기다린다 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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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바깥 동정 서명숙 / 와이뉴스바깥 동정 서명숙 아침 댓바람부터 까마귀가 슬피 울며 지나가네 나는 왜 까마귀 소리에 귀를 내어주나 까마귀는 나를 모르는데 나 혼자 지랄 발광하네 까치가 울면 지지 베베 노래하네 하고 말 것을 무슨 사연이 저리 많아 깍 깍 울어대는지 아마도 나의 두 귀가 유독 열리는 건 내 설움 토해내는 소리인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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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가을애상 [哀想] / 선우(禅右) 유진숙 -Y뉴스가을애상 [哀想] /선우(禅右) 유진숙 온기 없는 밴치에서 시위를 둘러 본다 짧은 한나절이 안단테 칸타빌레로 석양 같은 잎을 어루만진다 보도 위 한 잎 두 잎 단풍들이 내리는 잎 꽃잎보다 고운 꽃잎 바라보는 이마에는 서늘한 바람이 흐르고 슬픈 생각 마저 시나브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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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산책 / 문 밖에 나서면 / 서명숙문 밖에 나서면 / 서 명 숙 숨이 막힐 정도로 잔잔한 바다 처연하게 떠있는 섬 하늘마저도 한가로운데 문 안의 풍경은 소란스러워 혼란인 영혼을 따로이 다른 문에 앉혀 놓았다 선상카페에서 나누는 말들도 오가는 인사에 실린 웃음도 모두 문 밖에서 살랑이는 바람 문 안으로 들어서면 소음이 되는 문 밖의 경치 모두 내가 만든 문을 열면 하나가 되는 이제 그 자리에 바다를 얹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