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양산물금지구 택지개발사업 중 발견된 수문비 유적
1. 수문비 발견 경위 및 비문 내용
한국토지공사가 2008년 12월 물금신도시 택지개발 3단계 사업 중 하나인 증산양수장 철거공사를 벌이다가 조선시대 비석을 발견해 양산시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지면 위로 일부 모습만 드러낸 이 비석은 높이 120㎝, 폭 100㎝ 정도 규모의 자연석 재질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 비석은 1729년 조선 영조 5년 때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며 공사참여자 이름이 새겨진 것을 감안하면 일종의 공사실명제를 적용한 비석으로 풀이된다고 양산시 관계자가 발표했다.
양산시와 한국토지공사는 이 비석을 문화재청에 신고하였다. 문화재청은 현장에서 자문회의를 갖고 비석을 완전 발굴한 뒤 새겨진 문구 해석 및 보존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비석이 발견된 곳은 낙동강과 인접한 곳으로 조선시대 때 홍수조절을 위해 수문이 축조된 곳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비석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께 증산양수장이 건축되면서 지반을 다지는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되었다
수문비를 완전하게 발굴한 후 증산의 구두공원과 인접한 대방노블랜드 6차아파트 앞의 근린공원에 설치했다. 증산의 모양은 거북처럼 생겼는데, 근린공원은 거북의 머리 바로 앞에 있다. 수문비의 규모를 보면 바위 높이가 3.2m, 가로 2.8m, 폭 1.7m이다. 자연석 바위에 글자가 새겨져 있고 상태가 양호하여 눈으로 판독이 가능하다. 수문비 유적의 안내판에 다음의 내용이 적혀있다.
“양산물금지구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 중 2008년 12월 양산시 물금읍 증산리 1185-1번지 일원에서 수문비 유적이 매장되어 있음을 발견하여 문화재 분포조사 후 발굴되었음. 수문비 주변 일대가 일제강점기의 양배수장과 관련시설물 조성으로 인하여 원 지형이나 조선시대 수문 및 수문비가 건립되던 시기의 지형이 남아있지 않았음으로 수문비와 수문부재로 추정되는 석재를 수습하여 근린공원으로 이전 하여 보존함.”양산 황산언 석조 수문 준공기 각석(梁山 黃山堰 石造 水門 竣工記 刻石)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개축구제(改築舊堤) / 석작수문용본(石作水門用本) / 각역졸기승(各驛卒曁僧) / 군역이월내필(軍役二月基畢) / 즉옹정칠년기유(卽雍正七年己酉) / 사월결성오등내(四月結成吳等內) / 시야 감역 김진원(時也 監役 金振遠).해석은 다음과 같다. 오래된 제방을 개축하고 돌로 수문을 만들었다. 본역(本驛, 황산역) 및 각역(各驛)의 역졸과 승군(僧軍)을 동원하여 2개월 만에 수문건축의 부역을 마쳤는데, 때는 바로 옹정7년 기유년(1729년) 이었고 황산역의 기관장인 오등내의 재임시기였다. 공사 감독인 감역(監役)은 김진원(金振遠)이다.
앞 글자가 마모되었는데, ○吏는 역리(驛史)로 추정된다. 즉 역리(驛史) 김방언(金邦彦) 박일엽(朴日曄), 앞 글자가 마모된 ○色은 역색(驛色)으로 추정된다. 즉 역색(驛色) 박중무(朴重茂), 강위도(姜渭道), 김익화(金益華), 김익황(金益晃), 김중석(金重錫), 김한석(金漢錫), 최영흘(崔榮屹), 최동흘(崔東屹), 김만종(金萬宗), 박맹엽(朴孟曄), 박세우(朴世祐), 앞 글자가 마모된 ○필(筆)은 비석 글씨를 쓴 사람으로 보이는데, 정시륜(鄭始崙)이다.
역리(驛史)는 조선시대에 역참에서 제반 업무를 담당한 아전을 말한다. 역리(驛吏)는 왕명이나 문서를 전달하는 ‘전명(傳命)’이라는 역(役)을 담당한 역민(驛民)의 하나로, 지방 이서층(吏胥層)에 해당하였다. 역리는 역리 호적에 오른 역호(驛戶)로서 대대로 세습되었다. 소속된 역을 본관(本貫)으로 삼아 성명과 나이, 사조(四祖)와 외조(外祖) 및 처의 성명, 나이, 솔정(率丁) 등을 기재하여 역리 호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병조와 감영, 군현 및 본역에 보관하고, 3년마다 도망자와 사망자, 입역 대상자 등을 파악하여 역리를 확보하도록 하였다.
역리의 임무는 첫째, 왕의 명령인 전명 및 공문서의 전달과, 감사를 포함한 수령의 교체에 따른 영송 및 접대를 담당하였다. 둘째, 왕명을 전달하는 사신 및 외국을 왕래하는 사신들의 짐과 각종 진상품을 운반하였다. 셋째, 공용 역마를 길러 바치는 일을 담당하였다.
역리들은 지급받은 마위전(馬位田)을 경작하여 거기서 얻은 재원으로 말을 사육해 입대시켰는데, 말 값이 오를 경우에는 가산을 탕진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조정에서 목장마를 나눠 주거나 향리를 조역(助役)으로 차정하는 조역정책(助役政策)을 실시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끝으로 변방의 요충지에 위치한 역에서는 군사 임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2. 수문비를 건립한 황산역의 역리
황산역은 조선 세조 때 만든 40개 찰방역 가운데 하나인데, 11개 속역을 두었다. 황산역 찰방은 현재 물금읍 서부마을에 위치하였다. 세조 이후에는 11개 속역 외에 동래의 휴산역, 소산역, 언양, 밀양 등의 16개 역을 관할하였다. 종6품으로 역의 업무를 관할하는 찰방을 비롯해 역리, 역졸, 역노 등 약 8,800여 명이 속해있어 규모가 큰 역이었다.
황산역의 역졸들은 관리들의 이동 편의 제공, 죄수 호송도 담당하였다. 조정에서 긴급한 사안이 생기면 군수나 현감에게 군사를 빌리지 않고, 역졸을 징발했다. 역졸은 비밀스러운 임무인 암행어사 출두에도 투입되었다. 지방 수령을 감찰하는 암행어사 출두 때 따라 나오는 군사가 역졸이다.
역에 소속된 말의 사용은 마패를 소지한 관리들만 가능했다. 마패의 상징인 말 그림은 빌릴 수 있는 말의 수로서 5 마패까지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암행어사에게 발급된 마패는 2 마패가 많았다. 원래 마패는 암행어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무로 지방 여행을 하는 관리들이 역참의 역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증명서다. 마패는 병조에서 마문(馬文)을 발급하여 상서원(尙瑞院)에서 받을 수 있었다. 지방의 경우에는 관찰사나 병마절도사, 수군절도사가 마패를 발급할 수 있었다.
수문비에 나오는 역색(驛色)은 진주 소촌역(召村驛)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른바 6방분임(六房分任)에 따라 역리가 이방색(吏房色), 병방색(兵房色), 호방색(戶房色), 예방색(禮房色) 등으로 구분되어 실무를 나누어 담당하였다.
일반적으로 이방은 본역, 외역의 역리와 역졸로부터 신공전을 수납하고, 신관과 구관의 영송 및 관청에 필요한 물품을 수송하는 일을 맡아보았다. 호방은 공수전을 관리해 쌀과 콩을 거두고 역민으로부터 역에 필요한 물품을 징수했으며, 마위전, 복호전을 관리하는 일을 주관하였다.
예방색은 삭전(朔錢)과 수요품의 조달을, 병방은 역참에 필요한 도구를 구입하는 비용과 왕래하는 사객의 인마기세(人馬騎貰) 및 복세전(卜貰錢)을 마련하는 일, 왕이 능행할 때 역마를 입대하는 일과 마적(馬籍)을 관리하는 일 등을 맡았다. 대동색과 관청색은 본역대기(本驛垈基)에서 콩을 징수하여 역마를 기르고 대동고(大同庫)를 관리하며, 찰방의 월급과 상정미(詳定米)의 대전(代錢)을 수납하는 일을 맡았다. 그리고 형방색은 각종 문부(文簿)를 수보(修報)하는 일을, 승발(承發)은 문첩(文牒)을 수보하며 전관(傳關) 등을 담당하였다.
역의 운영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설정한 전지로 공수전(公須田)이 있었다. 1445년(세종 27) 7월의 전제개혁에서는 공수전의 절급 기준으로 지방관의 관품 외에 도로의 중요도에 따라 대중소의 3등급으로 구분하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되었다. 『경국대전』에는 지방관청의 등급과 관계없이 부, 대도호부, 목뿐만 아니라 도호부, 군, 현에도 하나같이 15결을 지급하되, 주요 교통로의 대로, 중로에 각각 10결, 5결 씩을 더 지급하였다.
반면에 역(驛)의 경우 대로, 중로, 소로의 3등급으로 구분하여 각각 20결, 15결, 5결을 지급하되, 황해도와 평안도, 함경도의 대로역에는 각각 25결, 10결씩을 더 지급하였다.
3. 수문비 건립에 동원된 승군
승군(僧軍)은 나라의 위난을 구하기 위하여 승려들이 조직한 군대를 말한다. 물금신도시 조성 공사 중 발견된 황산언 수문비 기록에 보면 공사를 담당한 사람들은 역리와 승군들이었다. 조선시대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는 탄압을 받았으며, 승려들에 대한 규제도 심하였다. 승려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하여 도첩제를 시행하였다.
조선 초기 궁궐을 건립하고 도성을 쌓는 일에 일반 백성을 동원하면 농사에 지장이 초래되므로 승려를 부역에 동원하였다. 승려들을 부역에 동원하여 일을 시키고 그 대가로 도첩을 수여하였다. 불교를 탄압하는 정책을 취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빈민 구제에도 승려들의 역할이 필요하였고, 각종 부역에도 전문기술을 지닌 승려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도첩제가 폐지된 이후에는 호패를 주면서 승려들을 각종 부역에 동원하였다.
조선 초기에는 무도첩승을 승군으로 동원하여 일정 기간 성곽 또는 요새를 수축하게 한 뒤 그 대가로서 호패(號牌)를 급여하고 신분을 보장해 주었으나, 그 뒤의 무도첩승은 모두 환속시켜 군인으로 만들었다.
1592년(선조 25년)의 임진왜란 때 휴정(休靜)은 전국 사찰에 나라를 구할 것을 호소하는 격문을 보냈고, 전국 각지에서는 의승군(義僧軍)이 궐기하여 왜적을 물리치는 데 분연히 나섰다. 주요 대첩은 영규(靈圭)의 청주성발성(淸州城拔城), 처영(處英)의 행주산성대첩, 유정(惟政)의 지휘 아래 이루어진 평양탈환 때의 모란봉전투(牡丹峰戰鬪)와 도성수복 때의 수락산전투, 노원평전투, 송교전투 등을 들 수 있다.
병자호란 때에는 각성(覺性)과 명조(明照) 등의 의승군이 활약하였다. 각성은 1624년(인조 2년) 팔도도총섭이 되어 남한산성을 쌓는 일을 감독하였고, 병자호란이 일어나서 왕이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3,000명의 의승을 모아 항마군이라 이름한 뒤 스스로 승대장이 되어 북상하였으나, 도중에 왕이 항복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진군을 중지하였다. 명조는 1627년 후금이 침략해 오자, 의승군 4,000명을 거느리고 안주(安州)에 진을 쳐서 크게 전공을 세웠고, 병자호란 때에는 군량미를 모아서 전선에 보내는 등 맹활약하였다.
예로부터 치산치수는 위정자의 근본적인 책무였다. 조선시대 물금지역의 홍수조절을 위한 수문 건립에 황산역의 역리와 승군들이 참여한 비석이 발견되어 구두공원 근린공원에 보존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홍수와 가뭄이 빈번하고 냉해, 우박 등의 자연재해가 연달아 발생하여 백성들의 삶이 매우 곤궁하였다. 역사기록에 재해, 역병에 시달린 참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정비사업으로 양산의 낙동강, 양산천은 국비로 공사하여 재난을 방지하는 혜택을 보고 있다. 양산천 제방도 높인 덕분에 태풍 차바 때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낙동강 정비사업으로 1,873,000㎡ 규모의 황산공원이 조성되어 시민들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자전거도로, 산책로, 캠핑장, 파크골프장, 야구장, 축구장, 연못, 초화류 공원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경남도 제2호 지방정원이 완성되면 더욱 시민들이 자주 방문하게 될 것이다.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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