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학 박사 심 상 도
1. 정현덕 동래부사의 일생과 양산과의 인연
[심상도 총괄운영위원장] 정현덕(鄭顯德), 1810~1883년)의 본관은 초계(草溪), 자는 백순(伯純), 호는 우전(愚田)이다. 1850년(철종 1년) 증광 문과(增廣文科)에 병과로 급제하여 1862년(철종 13) 오위 부사과(五衛副司果) 등을 역임하고 고종(高宗) 초에 서장관(書狀官)에 임명되어 서형순(徐衡淳)을 따라 청나라에 다녀왔다.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집권 후 그의 심복으로서 1867년(고종 4년) 동래 부사가 되었다. 그해 9월 임기가 끝났음에도 계속 자리를 지켜 1874년(고종 11년) 정월 승지에 임명되어 동래를 떠날 때까지 약 7년 동안 요직인 동래 부사를 지냈다.
정현덕 부사 흥학비(興學碑)는 1874년(고종 11년)에 건립되었으며 동래향교에 남아 있다. 정현덕은 선정을 베풀어 여러 가지 공적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동래의 인심을 바꿔 놓을 정도로 교학을 진흥시켰다. 동래부사 정현덕은 2002년 부산광역시에서 선정한 ‘부산을 빛낸 인물’ 목민관 부문에 뽑혔다.
동래 땅을 추로지향(鄒魯之鄕 : 공자, 맹자의 고향)으로 만들고자 하였으며, 집집마다 충신, 효자, 열녀가 나오는 가풍을 잇게 하여 순후한 고장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동래향교는 코로나 19 때문에 5월 31일까지 폐쇄한다고 공고문을 붙여놓고 개방을 하지 않았다. 담장 바깥에서 흥학비를 간신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1868년(고종 5년) 정현덕의 시를 새긴 태평원 시비(太平園詩碑)는 부산광역시 동래구 칠산동 246번지에 있다. 금강원 시비(金剛園詩碑)는 1867년에 세웠으며, 금강 공원의 금강연못 밑에 있다. 가로 4.2m, 세로 1.2m, 높이 1.2m의 자연석에 새긴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묘년(1867년 고종 4년)에 나 동쪽으로 오니, 이 고을 백성과 물자가 번성하구나, 주민은 모두 태평한 시절을 즐기고 있지만, 늙은 태수만이 폐단 막은 공적이 없네, 붉은 연꽃 연못 루대에서는 달을 노래하고, 푸른 버들 성곽에서는 술집 깃발 날린다네, 계림의 옛이야기 의연히 남아 있으니, 만파식적 피리 아직도 소리가 들리는구나, 커다란 바다 옆의 높다란 성곽에는, 백년 동안 변방의 봉화불 조용했었지, 조정에선 나를 목민관으로 삼았지만, 치적이야 어찌 옛사람과 같을 수 있나, 감히 관대한 정치로 풍속을 교화한다 하겠는가, 오랑캐와 이웃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네, 임금의 은혜 갚지 못한 채 몸은 덧없이 늙어가고, 옥 피리와 매화꽃에서 또 봄을 보내는구나.”
양산의 황산베랑길 자전거도로 길 옆에 '행동래부사정공현덕영세불망비(行東萊府使鄭公顯德永世不忘碑)', 즉 동래부사 정현덕의 영세불망비가 있다. 동래부사를 지낸 정현덕의 덕을 기려 1871년에 세운 비다. 부산시 물문화관에서 화제리 방향으로 올라가는 오른쪽에 있다.
양산의 낙동강 제방을 수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양산군에 속한 구포를 동래군에 빼앗겨 구포복설을 할 때 동래부사가 정현덕이었다. 정현덕은 통도사 ‘이름 바위’에 아들 면시(冕時)와 함께 이름을 남겼다. 동래부사로 재직할 때 통도사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범어사 옛길의 비석거리에 범어사에서 세운 정현덕 영세불망비가 있다. 범어사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지장암 근처의 샘터 바로 옆에 있는 금어동천(金魚洞天) 바위에도 이름을 남겼다.
2. 정현덕 동래부사의 선정
동래부사 정현덕은 고종 8년(1871년) 자신의 돈을 바쳐 성과 관청 건물을 세워 표창을 받았다. 경상 감사 김세호(金世鎬)가 올린 장계(狀啓)에, ‘동래부(東萊府)의 성과 관청 건물을 수리하거나 새로 세울 때 관원들은 녹봉을 희사하고 백성들은 의연금을 내어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큰 공사를 준공하였으니, 해당 부사(府使) 정현덕(鄭顯德)과 공사를 감독한 사람들을 논상하는 일을 해조로 하여금 품처하게 하소서.’라고 아뢰었다.
임금이 전교하기를, "관원들은 녹봉을 희사하고 백성들은 의연금을 내어 백성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서도 빨리 완공하였으니, 온 마음을 다하여 치적을 이루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권장하는 뜻을 보이지 않을 수 없으니, 해당 부사 정현덕에게는 새서(璽書 : 옥새가 찍혀 있는 문서)와 표리(表裏 :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는 옷감)를 내려주는 은전을 베풀고, 유학(幼學) 박태규(朴泰奎)는 초사(初仕)에 조용(調用 : 벼슬에 등용)하라고 명하였다. 자원하여 의연금을 낸 여러 사람들에 대해서는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좋은 쪽으로 품처하게 하라." 하였다.
고종 4년 9월 14일 동래 부사 정현덕이 역관이 창고 식량의 부족량이 나는 폐단을 보고하였다. 의정부(議政府)에서 아뢰기를, "방금 경상 감사(慶尙監司) 이삼현(李參鉉)의 보고를 보니, 동래 부사(東萊府使) 정현덕(鄭顯德)의 첩정(牒呈)을 낱낱이 들어, ‘일본 사람에게 공급하는 각 창고의 식량이 장부에 남아 있는 것을 가지고 끝까지 조사하여 보니 현재 미(米) 2만 1,018석(石) 남짓 가운데서 정해년(1887)에 감동 역관(監董譯官) 최석(崔昔)에게 대하(貸下)하고 아직 상납하지 못한 것과 예전에 포흠(逋欠)되어 배당하여 바치게 한 데서 빠뜨린 미(米)를 더 내려준 것 등 각 항목의 허류(虛留)와 응하(應下) 중(中)에 미는 9,572석이 부족하고 태(太 : 콩)는 676석이 부족합니다.
일이 변경(邊境)의 수요(需要)에 관계되니 참으로 극히 우려되고 걱정스럽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변경의 수요가 이렇게까지 군색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작은 우려가 아닙니다. 이른바 감동 역관에게 대하하였다고 한 984석은 이미 연수(年數)가 오래된 데다가 또 지적하여 징수할 곳도 없으니 특별히 탕감(蕩減)을 허락하고, 미리 빌린 미(米) 4,936석 및 저치미(儲置米) 중에 부족한 미 3,997석과 태 676석에 대해서는 도내(道內)의 환곡(還穀) 가운데서 이 숫자에 준해서 획송(劃送)하여 입본(立本)한 후 해부(該府)에서 해마다 배정하여 절목(節目)을 만들어서 본부(本府)에 보고하고 시행하게 해서 이와 같이 셈할 것을 깨끗하게 청산한 뒤에 만약 한 톨의 곡식이라도 부족량이 나는 폐단이 있을 경우에는 해리(該吏)에게 형률을 시행하고 부사(府使)를 엄하게 감처(勘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백성의 고충을 해결하였다.
3.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따른 정현덕 동래부사의 처벌
조선과 일본은 임진왜란 중에 국교가 단절 상태였지만 임진왜란이 끝나자 곧바로 국교 재개 회담을 열었고, 수 차례의 회담 끝에 1683년(숙종 9) 8월 동래부사와 대마 도주가 조선왕조와 에도막부를 대표해 계해약조를 맺었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출입이 허가된 이외의 지역으로 나가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첫 번째 약조였다.
계해약조의 내용은 비석에 새겨 초량 왜관 앞에 세웠다. 약조제찰비는 일본인들의 활동 영역을 초량 왜관으로 한정시켰다. 약조제찰비를 지키는 조선 측 책임자는 동래 부사, 부산 첨사, 그리고 동래 훈도(訓導)였다.
일본 측 책임자는 막부 쇼군, 대마 도주, 그리고 왜관의 일본 책임자인 관수왜(館守倭)였다.
메이지 천황은 1868년(고종 5년) 연말에 대마도를 통해 조선에 국서를 보내 초량 왜관에서 훈도 안동준에게 국서를 전달했다. 내용에 ‘황조(皇祚)’, ‘황상(皇上)’ 같은 용어가 들어 있어 안동준은 예전 관행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대마도 사람들은 1년이 넘도록 초량 왜관에 머물며 국서를 접수시키려 노력했다. 훈도 안동준, 부산 첨사 김철균, 동래 부사 정현덕은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접수를 거부하였다.
1870년에 메이지 천황은 외무성의 외교관 3명을 보내 조선에 국서를 보냈다. 그들은 초량 왜관에 1년 가까이 머물며 안동준과 교섭을 했다. 1872년 1월에 국서를 보냈으나 역시 훈도 안동준에게 막혔다. 일본인들이 5월에 초량 왜관을 박차고 나가면서 계해약조는 사실상 파기되었다. 조선은 죽음을 각오한 56명의 일본인을 무력으로 막을 용기와 실력이 없었다.
동래 부사 정현덕은 찾아온 일본인 56명을 동래부 안의 별무사청에 머물게 했다. 일본인들이 제풀에 지쳐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며칠이 지나도록 접견하지 않았다. 훈도 안동준과 별차 고재건은 난출 책임으로 면직시키고 현풍서와 한인진이 임시 훈도와 임시 별차에 임명되었다. 일본인들은 교섭에 실패하자 왜관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계해약조의 규정은 유명무실해졌고, 조선과 일본의 평화관계는 끝났다.
고종 11년 7월 3일 영의정 이유원(李裕元)이 아뢰기를, "신이 일전에 안동준(安東晙)의 죄목을 대강 들어서 삼가 아뢰어 윤허를 받은 만큼 잡아 가두고 엄하게 신문하여 실정을 알아낸 다음 법조문대로 감처(勘處)하기를 기다렸는데,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변방의 일은 관계되는 것이 얼마나 중대합니까? 감사(監司)와 수령(守令)으로 있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관직에 있었으니 응당 일에 따라 규찰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함께 흐트러져서 오직 안동준의 말이면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적인 안면에 익숙하여 감히 물리치지 못하고 간사하고 교활함에 빠져 감히 적발하지 못하고 덮어두는 데에만 매달려 변경의 말썽을 일으키게 되었으니, 직분으로 지켜야 할 바를 생각하면 게을리 한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전 경상 감사(慶尙監司) 김세호(金世鎬)는 견파(譴罷)를 시행하고, 전 동래 부사(東萊府使) 정현덕(鄭顯德)은 더욱 관대하게 용서하기 어려우니 곧바로 찬배(竄配)하는 처벌을 시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윤허하였다.
명성황후는 쇄국정책을 전면 폐기함과 동시에 대원군 집권 당시 쇄국정책을 담당했던 동래부사 정현덕(鄭顯德)과 부산훈도 안동준(安東晙), 경상도관찰사 김세호(金世鎬)를 차례로 파면하고 유배보냈다. 정현덕은 동래 부사에 이어 승지, 이조 참의가 되었으나 흥선 대원군이 임금의 외척인 민씨 일파에 쫓겨나자 파직당해 귀양을 갔다.
1882년(고종 19) 임오군란 발발과 더불어 대원군이 재집권한 뒤 복귀하여 형조 참판에 올랐다. 얼마 후 대원군이 다시 쫓겨나고 정현덕은 원악도(遠惡島 : 사람이 살기 힘든 외딴 섬)로 유배되었다가 그곳에서 사사(賜死)되었다. 정현덕은 당파싸움 와중에 억울하게 희생당하였다.
홍문관(弘文館)에서 응교(應敎) 강우형(姜友馨), 부응교(副應敎) 윤상익(尹相翊), 교리(校理) 김사준(金思準), 신용선(申容善), 부교리(副校理) 김중식(金中植), 부수찬(副修撰) 윤길구(尹吉求), 서광범(徐光範)이 연명 차자(聯名箚子)를 올려 "사사 죄인(賜死罪人) 정현덕(鄭顯德) 등의 지속(支屬 : 가족)들을 다 분산시켜 유배(流配)하는 법을 시행하소서." 하고 아뢰었으나 고종은 듣지 않았다. 정적의 가족까지 처벌하라고 주장하였으나 고종이 거절하였다.
조선시대 목민관들은 가렴주구를 일삼는 탐관오리가 많았지만 흉년과 전염병으로 양산의 백성들이 굶주릴 때 자신의 재산을 베풀어 구휼하고 세금을 감면해준 이만도 양산군수, 민영훈 동래부사, 정현덕 동래부사 같은 훌륭한 인물들도 있어 존경을 받고 있다.
과거의 양산시장들이 부정과 비리로 불명예 퇴진한 경우가 있었다. 코로나 19 전염병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든 양산시민들을 위해 양산의 정치인들은 심기일전하여 기부도 하고 봉사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정치적으로 여야가 갈려 극한 투쟁하고 조선시대처럼 잔인하게 보복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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