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학 박사 심 상 도
1. 양산시의 유채꽃축제 취소와 유채꽃 단지 유지
전국의 유채꽃 명소는 코로나 19 확산을 염려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호응한 지자체가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바람에 사상 최초로 축제도 취소되고 관광객이 마음 붙일 곳이 없어졌다. 각 지역마다 계절별로 매화꽃, 벚꽃, 유채꽃, 꽃무릇, 국화, 코스모스 등 꽃을 주제로 한 축제를 개최하면서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였다. 전염병 때문에 양산시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원동매화축제, 양산천 유채꽃축제를 취소하였고, 창원시는 전국 최대규모의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를 취소하였다.
삼척시는 근덕면 상맹방리 국도변 일원에 조성된 5.5㏊ 규모의 유채꽃밭을 4월 3일 오후 2시부터 트랙터 3대를 투입해 밀어버렸다. 매년 봄 ‘삼척 맹방 유채꽃 축제’가 열려왔다. 이 기간 20~30만 명의 관광객이 상맹방리를 방문하였다. 19회째인 올해는 3월 23일부터 4월 28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취소되었다. 주민들이 외지 관광객 유입으로 코로나 청정 지역인 삼척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민원을 제기하는 바람에 씨를 수확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갈아엎었다.
제주 서귀포시 녹산로 10km 도로변 유채꽃, 가시리 일대 유채꽃 광장 9.5㏊(95000㎡)의 유채꽃밭을 4월 8일 갈아엎는 초강수를 두었다.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은 코로나 19 감염병 확산에 지난 3월 13일 부산시에서 대저생태공원을 전면 폐쇄하고, 유채꽃 축제도 취소했다. 폐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계속 몰리자 결국 부산시는 4월 10일 76만㎡에 달하는 유채꽃 경관 단지를 갈아엎고 말았다.
양산시에서도 매년 유채꽃을 심어서 유채꽃축제도 하고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해 왔다. 올해 역시 양산천변 우방아이유쉘 아파트 앞에 유채꽃 단지가 조성되었고, 낙동강변 황산공원의 마음정원 옆, 물금역 횡단육교 앞의 전망대 근처, 국민여가 캠핑장의 주차장 근처 등에도 유채꽃밭을 다양하게 조성하여 인기를 끌었다.
양산시는 다행스럽게 타지역처럼 유채꽃밭을 갈아엎지 않아서 시민들이 유채꽃을 즐길 수 있었다. 필자가 유채꽃이 절정일 때 양산천, 황산공원을 주중과 주말에 걸쳐 방문해보니 전염병 확산을 우려할 만큼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양산천 유채꽃단지는 길게 조성되어 있고 제방둑이나, 자전거도로를 따라 유채꽃을 감상할 수 있게 접근로가 분산되어 안심할 수 있었다.
황산공원의 유채꽃밭은 여러 군데에 분산되어 있고 면적이 광대하고, 산책로가 다양하여 많은 인파가 일시에 집중될 우려가 없었다. 자전거 이용자와 도보 이용자가 혼재되어 있었지만 별다른 혼란은 유발되지 않았다. 모든 방문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안심하고 꽃구경을 할 수 있었다. 양산시에서 유채꽃밭을 갈아엎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2. 유채꽃 축제와 유채꽃 효용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봄꽃 축제를 목적으로 한 경관용 유채의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신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한 유채의 봄 파종 재배법, 거름 관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관용 유채가 3천ha 이상 재배되고 있으며, 갈수록 면적이 급증하고 있다. 유채는 팜, 대두와 함께 세계 3대 기름작물로서 그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유채의 용도는 경관용뿐만 아니라 식용, 에너지 등 산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이 된다. 따라서 유채를 활용한 자원순환체계가 정착이 되면 농촌경제 활성화,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게 된다. 대규모 경관용 유채를 식품 소재로 활용하는 등 유채의 고부가 가치를 높이는 '유채 자원순환 모델'을 농촌진흥청에서 실제 전남, 경남지역에 현장 적용한 결과, 3배 이상의 농가소득 향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진도군, 해남군, 50ha)과 경남(창녕군, 합천군, 100ha) 현장 거점 단지를 육성해 유채 기름을 생산하고 착유 부산물인 유채박을 재활용한 결과, 농가 소득이 3배 증가되었다. 경관용 유채(170만 원/ha) → 자원순환(510만 원/ha)으로 국내 경관용 유채 총 재배 면적인 3,370ha에 유채 자원순환모델을 적용했을 경우, 경제적 가치는 약 17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었다.
유채 자원 순환 모델은 봄철 유채꽃(경관, 지역축제) → 유채 씨앗 수확 후 다양하게 재활용 → 유채기름 생산(압착유+정제유) → 유채박 활용(유기질 비료, 가축사료)으로 연결된다. 유채박(油菜粕)은 유채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말한다. 유채박은 인공적 처리를 하지 않은 천연 단백질 덩어리다. 일반적으로 단백질 함량은 36~39% 수준이다. 대두박보다 메티오닌 함량이 높으나 라이신 함량은 낮다. 조섬유 함량은 11~13%로 높아 가소화 에너지가 낮으며 가축의 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 이영화 박사에 의하면 눈으로만 즐기고 버려지던 경관용 유채를 씨앗 수확을 통해 유채 기름을 생산하면 유채 자원의 고부가 가치 창출,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수입산 식용유를 대체할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고 친환경적인 국산 유채기름 공급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유채는 농진청에서 개발한 품종인 '탐미유채', '탐라유채' 등으로 기름함량은 45%, 올레인산 함량은 65%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인체에 해로운 에루신산이 1% 이내로 식용에 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 부안군 농업기술센터는 4월 14일 계화 유채경관단지 회원 17명을 대상으로 다용도 유채신품종 지역적응연구 및 신품종 이용촉진사업 현장 중간평가를 했다.
부안군 상서면 통정리에 위치한 농업기술센터 새기술 실증 시범포장에서 진행된 평가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신품종 채종포 74% 올레산 고함유 품종인 '유려', 흰꽃을 가진 경관용 품종인 '중모 7003', 단교 80~83호, 목포 127~132호 등 계통 선발된 신품종 지역적응 연구포가 처음 소개됐다.
카놀라유는 유채기름의 일종이다. 카놀라(canola)는 Canadian oil, low acid에서 따온 말로, 이 기름에 쓰이는 유채의 재배품종을 가리키기도 한다. 원래 유채기름은 불쾌한 쓴맛이 강하고 심장병과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에루신산이 포함되어 있어 식용이 불가능하며, 호롱불을 켜거나 윤활유로 쓰던 기름이었다. 캐나다에서 에루신산이 적게 포함된 신품종인 카놀라를 개발한 이후에 유채유는 식품 및 공업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농약에 저항을 가지도록 개발된 GMO(유전자변형 농산물) 품종이 이용되는 경우도 많으며, 국내에도 허가되어 시판되고 있다. 카놀라유 부작용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해로울 가능성'이 제기되어 일부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GMO 카놀라유에 맞서 국민건강을 책임질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고품질 유채유 생산 품종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카놀라유는 올리브유, 포도씨유처럼 '프리미엄 식용유'로 분류되지만 가격은 절반가량으로 설날, 추석 등 명절 연휴 때 선물용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식용유다. 발연점이 높아 전반적으로 활용도가 높다. 2017년 전체 판매액 약 3천 2백억 원 가운데 카놀라유가 37.6%로 1위였다.
3. 다윈의 진화론을 수정하도록 한 우장춘 박사의 유채꽃 연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우장춘(1898~1959) 박사가 유채에 관한 연구를 하여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우 박사는 1935년 십자화과 배추속 식물들을 이용한 실험으로 종의 합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유채(油菜)의 유전과 육종 연구를 하면서 1931년 「유채품종의 특성조사」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논문을 발표하였다. 1935년 도쿄제국대학에서 십자화과속의 식물에 관한 게놈분석을 시도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하여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의 중요성은 현재 존재하는 식물 종(種)을 재료로 하여 또 다른 종을 실험적으로 합성해 냈다는 데 있다.
이것을 ‘종의 합성’이라고 하며, 세계적으로 이 방면의 연구를 새롭게 개척한 것이다. 즉, 염색체 수 10개의 일본 재래종 유채와 염색체 9개의 양배추를 교배해서 염색체 19개의 고유 유채를 만들어 우리의 주위에 이러한 종간잡종(種間雜種)이 있음을 밝힌 것이다. 종은 기존의 종간 교잡으로 새로운 종을 낳고 이것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세포 내 염색체의 배가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다윈이 1859년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하여 밝힌 진화론은 종내에 존재하는 변이가 자연 선택에 의해 새로운 종으로 발전한다고 하였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이종교배로는 생식능력을 갖춘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없고, 동종교배를 통해 생겨난 자손들이 자연선택을 거치며 분화되는 방식으로만 새로운 종이 생겨난다고 하였다.
우장춘은 서로 다른 종을 교배하여 이미 알고 있는 또 다른 종을 합성해 냄으로써 다윈이 생각하지 못했던 진화의 원리를 보완하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다윈의 진화론에 나오는 “종은 자연도태의 결과로 성립된다.”는 설에 수정과 보충을 가한 것이다. 『종의 합성』은 복합적인 사유가 가능한 현대진화론 시대를 열어주는 과학적 발견이었다. 또한 1945년에 발표된 「채소의 육종기술」은 그의 오랜 연구와 경험을 체계적으로 확립한 결론이며, 이 논문에서 말한 예언이 현재 성공적으로 대부분 실용화되고 있다.
우 박사는 다른 종끼리 교배하는 과정에서도 유채처럼 완전히 새로운 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 다윈의 진화론을 수정하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우박사는 시대를 잘못 타고나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이후 배추속의 또 다른 식물인 흑겨자(염색체 8개)를 양배추와 교배해 에티오피아겨자(염색체 17개)를 만들어내고, 배추와 교배해 갓(염색체 18개)을 만드는 실험도 성공하면서 총 6종의 배추속 식물 간의 관계를 도식화한 '우장춘의 삼각형'을 완성하였다. 이런 연구 업적은 현대 육종 기술이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전 세계 농업학교의 모든 육종 관련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1960년대에 전라도, 경남, 제주도 지역에서 유채재배가 일반화된 것은 일본에서 귀국한 우장춘 박사가 동래원예시험장에서 일본의 적종 유채 품종을 도입하여 종자를 생산 보급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우장춘기념관은 부산시 동래구 우장춘로62번길 7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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