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학 박사 심상도
1. 대수장군으로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이수생 공
이수생 공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수생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을 일으켰다. 경주 이견대(利見臺)와 언양 경계에서 왜군과 접전하여 전공을 세웠다. 경북 영천에서도 왜적을 추적하였다. 1596년에는 팔공산에서 각 지방의 의병대장들과 회맹하여 공동전선을 펼쳐 왜군을 격퇴하였다. 1597년 정유재란 때는 화왕산성 전투에서 곽재우 장군의 진영에 합세하여 일본군을 격퇴하였다.
임진왜란 당시 이수생 공은 안시명, 이몽란, 최흥국과 교류를 하였다. 이몽란(李夢鸞)은 임란전 미리 왜구의 침입을 탐지하고 밀양, 청도의 선비들과 충성을 맹약하였다. 실제 왜구가 침입하자 안근, 이수생과 양산, 울산 경주 등지에서 싸우고 화왕산 전투에도 참가하였다. 후에 선무원종 3등공신으로 훈록되었다.
최기(崔沂)는 경주인으로 임란을 당하여 장질 최흥국과 더불어 창의하여 공을 세우고 선무원종 3등공신으로 훈록되었다. 최흥국(崔興國)은 후에 공신 책봉을 사양하고 양산 어곡리 두연대에서 양산의 사호(四豪)인 이수생, 이몽란과 함께 후학 양성에 힘썼다.
공을 논할 때 이수생 공은 숨고 나타나지 않아 사람들이 그를 대수장군(大樹將軍)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대수장군은 장군(將軍)의 별칭(別稱)으로 매사에 겸손하고 말없이 수고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中國) 후한(後漢) 때의 풍이(馮異)장군은 겸손하여 여러 장수(將帥)들이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고 있을 때도 항상 슬쩍 큰 나무 밑으로 물러가 자기의 공적을 자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수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풍이는 사람됨이 겸손하여 자기의 공을 자랑하지 않았으며, 행군을 하다가 장수를 만나면 수레를 이끌고 길을 피해 주었다. 나아가고 멈출 때마다 모두 절도가 있었으며, 군중(軍中)에서도 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행군을 멈추고 쉴 때마다 장수들은 함께 앉아서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였으나, 풍이는 거기에 참여하지 않고 홀로 나무 아래로 물러나 있었다. 그래서 군중(軍中)에서는 그를 ‘대수장군(大樹將軍)’이라 불렀다.
한단을 격파하고 나서 유수는 예하 부대의 장수를 새로 바꾸고 각기 병사를 새로 배속하게 하였는데, 군사들은 모두 대수장군에게 소속되기를 원했다. 유수는 이러한 점들 때문에 풍이를 중시하였다. 풍이는 별동대를 이끌고 북평현(北平縣)으로 가서 철경(鐵脛)을 격파하였고, 또 흉노의 우림탑대왕(于林闟頓王)을 항복시켰다.
대수장군은 겸손에 관한 한자성어이다. 이수생 공은 임진왜란 때 세운 전공으로 훈련원첨정(訓鍊院僉正)에 제수되었고, 선무원종공신 3등이 되었으며, 1612년(광해 4년)에 사망하였다. 이수생의 묘소는 향사를 올리는 금호사 바로 뒤에 있는데, 호석과 상석이 있다. 배(配) 숙부인(淑夫人) 남양 김씨와 합장하였다. 묘소는 동면 호포마을에 있으며, 금정산 등산로 초입에 자리잡고 있다. 봄철에는 벚꽃이 아름다우며, 금호사 바로 옆에도 큰 벚나무가 있다.
묘소의 양 옆에는 두 개의 비석이 있다. 그중 하나는 임진왜란 당시 이수생 공의 활동과 그 전공을 기리는 내용으로 1874년(고종 11년)에 양산군수와 전라도암행어사를 지낸 어윤중(魚允中)이 지었다.
“내가 이 땅에 부임하니 공은 이곳의 선대 백성인지라 나는 공의 의로움을 사모하며 나는 그 사람을 공경하노라 울창한 가산 기슭은 공을 묻은 곳이라 이 명을 새겨서 무궁토록 뚜렷이 보이노라” 라는 내용을 적어놓았다.
2. 이수생 공이 참가한 팔공산 회맹
회맹이란 각지의 장수들이 모여 피를 나누어 마시며 적을 물리치기 위한 결의를 다지며 회의하는 것을 말한다. 이수생 공이 참석한 팔공산 회맹은 임진왜란 때 대구 팔공산에서 의병장들이 모여서 의식을 거행했다. 팔공산은 대구 지역은 물론 경상도 일원의 의병들이 모여 전체 전략을 논의한 곳이었다.
전쟁 중 세 차례 의병장 모임이 있었는데 이를 ‘팔공산 회맹’이라 한다. 대구 의병들은 팔공산 부인사에 의병본부인 의병소를 설치하여 산으로 피란 온 백성들을 보호하였다.
전쟁이 벌어진 지 불과 일주일만인 1592년 4월 21일 대구읍성은 일본군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내내 왜군은 팔공산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이눌은 경주 의병장이지만 팔공산 아래 전투에 참전했고, 그때 부상을 입어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임진왜란 동안 대구의 관군과 의병들이 머문 곳은 대구읍성이 아니라 팔공산이었다. 관군은 동화사에, 의병은 부인사에 주둔했다.
경상도 지역 통치를 담당한 일본군 7군 사령관 모리휘원(毛利輝元, 모리 데루모토)은 명석즉실(明石則實, 아카시 노리자네)과 제촌정광(齊村政廣, 사이무라 마사히로)을 수장으로 하는 1,600명의 군대를 대구에 주둔시켰다. 대구지역은 왜적의 주요 침입로로 임진란 초기에 이미 점령을 당하였다. 점령 후 대규모 부대가 주둔하였기 때문에 의병진(義兵陣)을 구성하는데 많은 시일이 소요되었다.
왜적이 침입한 3개월 후인 7월 6일에 팔공산 부인사에서 대구지역의 의병을 조직하였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몇몇 의병장들은 자신의 의병을 이끌고 왜적과 전투를 하였으며 경주, 함창 등지로 나아가 다른 지역의 의병장들과 연합하여 전투를 하기도 하였다.
공산의진군은 부인사에 의병소를 두고 동화사의 관군과 유기적인 연락을 취하면서 조직적으로 활동하였다. 정유년(1597) 이전에는 왜적들이 팔공산으로는 침입하지 못하였다. 공산의진군은 임진란 초기에 크게 활약을 하였는데 그 이후에는 왜적과 전투를 하였다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곽재겸과 류요신이 갑오년(1594, 선조 27)에 공산의병소에서 군무를 보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의병소는 임진란이 종결될 때까지 유지되었으며 대구지역 의병의 구심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3. 이수생 공의 일생
이수생 공은 양산의 입향조로서 본관은 연안, 자는 응생(應生), 시호는 금호(琴湖)이다. 조선 선조 때 훈련원첨정 군자감 판관을 역임하였다. 부친은 봉상시봉사진위장군(奉常寺奉事振威將軍) 팽령공(彭齡公)이다. 명종 7년 신해년 7월 7일에 양산군 동면 금산리에서 출생하여 광해 4년 임자년 8월 10일 62세를 일기로 타계하였다. 슬하에 후강(後降), 후면(後勉), 후필(後必) 3남을 두어 자손이 번창하였다.
공(公)은 타고난 성품이 영리하고 비범하였으며, 효성이 지극하여 이웃의 칭송이 자자하였다. 19세 이후 양산의 선비로서 문무겸비하고, 용기가 뛰어나며 지혜를 갖춘 인물로 인근에 명성을 떨쳤다. 당시 이몽란, 안시명, 최흥국과 더불어 양주 4호걸로 소문났다.
공이 42세 때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재산을 털어 청년을 규합하여 의병을 일으켜 양산을 침범한 왜적 수백명을 동면 내송계곡에서 무찔렀다. 천사장(天使將) 이눌(李訥)과 합세하여 경주, 언양 문덕천에서 왜적을 대파하고 유백춘(柳百春) 군(軍)을 구원하였다. 팔공산에서 적진을 기습하여 대승하였다. 곽제우 장군과 합세하여 화왕산성을 굳게 지켰다. 밀양 면암교(免岩郊)에서 왜적 30여 명을 참수하고, 조총 406정, 왜검 236자루 등 다수의 무기를 노획하였다.
공은 관군과 합세하여 울산성에 주둔한 가토키요마사군을 40여 일간 포위 후 고립시켜 막대한 타격을 가했다. 임진왜란 종식 후 조정에서 창의공신으로 훈련원첨정 군자감 판관을 제수하였다. 그후 50세 때 귀향하여 의검(義劍)을 씻은 곳이 동면 금산리 세검탄(洗劍灘)이다.
금호정을 세워 유명한 유학자들과 교유하면서 세속을 초월한 삶을 살았다. 계자시 금호팔영, 태화강 유진작 등 문헌을 집필하고 후세 양성에 진력하며 여생을 즐긴 곳이 금산리 서당골이다. 공의 고결한 우국충정을 길이 후세에 전하고자 위패를 금호사에 봉안하였다. 후손들은 공의 유덕을 기리기 위하여 고종 11년에 건립한 원비문이 일부 글자가 마모되어 알아보기 힘들어 1982년에 비석을 다시 세웠다. 비문은 당시 양산군수 통훈대부, 전 홍문관 부교리 겸 지제교 경연시독관 춘추관 기주관 서학교수 어윤중(魚允中)이 지었다.
이수생 공은 임진왜란 때 사재를 털어 의병을 일으켰으며, 양산에 침투한 왜군을 무찌르고, 경주, 언양, 울산, 화왕산성 등지에서 왜군을 쳐부수고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성품이 겸손하여 자신의 전공을 내세우지 않아 사람들은 대수장군이라고 칭찬하였다. 요즘 공직자들은 자신의 작은 공을 내세워 승진하려고 상사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 당시 공은 양산의 4호걸로 불리며 후학양성에 힘써 귀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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