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상도
1. 현대적 물금 신도시에서 가장 낙후된 동부마을, 서부마을
물금읍 신도시에는 고층아파트가 즐비하고 도로망도 잘 구축되어 있으며, 각종 편의시설과 양산부산대병원도 있어 생활하기에 편리하다.
그러나 물금읍의 원도심이자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물금읍 동부마을, 서부마을은 옛 모습을 간직하며 발전과 동떨어져 있다. 물금역을 지나 구도심으로 진입하면 마치 금방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느낌이 든다. 시간이 멈춘듯한 지역이다. 한 마디로 이곳은 첨단의 물금 신도시와는 딴판으로 소외되고 낙후한 마을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과거에 허허벌판이고 논밭이었던 신도시 지역은 계획도시로 우후죽순 고층아파트가 들어섰고, 경부선 철도 물금역 주변의 원도심은 정반대로 개발에서 소외되어 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과거 한때 물금역 주변은 양산에서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가장 활발하고,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이었다.
이제는 반대로 신도시 개발로 주변 지역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동안 원도심인 동부마을과 서부마을은 정체도 아닌 퇴보를 거듭하는 사이에 마을의 젊은이는 신도시로 떠나고 연로한 계층들만이 모여 사는 외딴 섬처럼 변했다. 마치 양산시에서는 물금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의 마을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여 첨단도시와 비교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구도심 마을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억제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금읍 동부마을과 서부마을의 도시계획 미집행으로 지역의 낙후성은 매우 심각하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를 규정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조항이 합헌 결정을 받았다.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고도 20년이 지나도록 사업을 집행하지 않으면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취소하도록 하는 제도다. 물금읍의 동부마을과 서부마을 주민들도 헌법에 입각하여 양산시민으로서 정당한 복지혜택을 받고, 환경권을 누리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나갈 당당한 권리가 있다.
필자는 동부마을과 서부마을 주민들의 억울하고 소외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민대표를 통해 듣고 2018년에 두 번에 걸쳐 마을의 실상에 대해 양산신문에 칼럼을 쓴 바 있다. 지난 3월 7일 마을 대표들이 필자에게 윤영석 국회의원에게 제출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해달라고 요청하여 흔쾌히 응하였다. 3월 8일에는 그간의 사정을 파악하기 위하여 서부마을의 옥영호 씨 농막을 방문하여 주민 대표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백대현 김영자 부부, 박갑원 류순란 부부, 옥영호 최혜경 부부, 윤경석 씨 등과 만났다.
그동안 양산시, 양산시의회, 물금읍사무소, 나동연 전 시장, 김일권 시장에게 도시계획시설과 관련하여 민원을 제기한 내용을 들었다. 답변은 대체로 상투적이고 의례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동부마을과 서부마을도 신도시 계획에 포함하여 개발하였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개발을 억제하며 방치하다가 주민들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자 무책임한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문제다.
1. 주민들의 도시계획도로 개설 요구에 대한 양산시 답변
주민 박갑원 씨가 제안한 민원(2016년 10월 14일 접수)에 대한 양산시의 답변(주무관 박희지, 정책기획담당 김진일, 기획관 박창일)은 다음과 같다. 물금 서부마을 언덕 일대는 1986.5.20.(경상남도 고시 제1986-109호)로 용도지역(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정 및 이에 적합한 기반시설(도로, 공원, 녹지 등)이 결정되었으며, 상기 지역은 용도지역 지정 이후 미개발지로서 개발여부가 불투명한 현 시점에서는 기반시설 확충은 어려운 실정이나 현재 추진 중인 2020 양산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시 주변여건, 토지이용, 시설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주민 박갑원 씨가 요청한 도로개설 민원(2017년 11월 1일 접수)에 대한 양산시 물금읍장의 답변(주무관 문경곤, 환경담당 권수현, 총무과장 최기주, 물금읍장 박종태)은 다음과 같다. 귀하께서 요청하신 도시계획도로는 현재 교통 수요, 주변 상황, 우리 시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현 시점에서 조기개설은 어려운 실정임을 알려드리오니 널리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백병식 외 140명의 주민이 물금리 일원 도시계획도로 개설 청원(2018.2.12.) 요구로 양산시에 제출한 민원에 대한 양산시의 답변(주무관 이정연, 도로시설1팀장 강정구, 도로시설과장 주흥식, 안전도시국장 이상옥, 부시장 강덕출, 시장 나동연)은 다음과 같다.
귀하께서 우리시 물금읍 물금리 일원에 개설 요구하신 도시계획도로(소3-115호선 외 5개소 길이 1,617m)는 1979년 도시계획시설(도로)로 결정되어 현재까지 미개설로 남아 있어 타 지역에 비하여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충분히 공감됩니다.
그러나 해당 도시계획도로는 도시계획시설을 일관된 체계로 정비하고자 수립한 도시계획시설 단계별 집행계획상 2-2단계로 2021년 이후 계획되어 있으며, 현재 미개설로 인한 교통소통의 시급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교통수요량, 주변상황 및 우리 시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조기 개설은 어려운 실정임을 알려드리오니 널리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민 백병식 씨가 양산시의회에 제출한 민원(2018년 2월 21일 접수)에 대한 도시과의 답변(주무관 최정금, 의사담당 연가, 기획행정전문위원 이득수, 국장 김상구, 의장 정경효, 협조자 도시건설전문위원 주원회)은 다음과 같다.
도시계획도로(소3-115호선 외 5개소 길이 1,617m)는 1979년 도시계획시설(도로)로 결정되어 현재까지 미개설로 남아있어 물금리 481번지 일원이 타 지역에 비하여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나 해당 도시계획도로는 도시계획시설을 일괄된 체계로 정비하고자 수립한 도시계획시설 단계별 집행계획상 2-2단계로 2021년 이후 계획되어 있으며, 현재 해당지역의 도시계획도로 미개설로 인한 교통 소통 등의 시급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교통 수요량과 주변상황, 그리고 시 재정여건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조기개설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 민원에 대한 도로시설과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현재 물금리 삼전무지개아파트 일원의 도시계획도로(소3-116선)의 경우 일부는 개설(길이 145m, 폭 6m)되어 있고, 일부는 미개설(길이 380m, 폭 6m)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도시계획도로 개설은 집단주거형성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을 고려한 장기집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미개설된 도시계획도로의 경우 주변여건 변화 등을 고려하여 2018년 단계별 집행계획 수립 시 검토하겠습니다.
양산시 당국은 주민들이 바라는 청원에 대한 해결책은 뒤로 미루고 호도하는데 급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신도시가 완성되며 발전하는 모습을 소외된 입장에서 바라보기만 하다가 정당한 주장을 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하루빨리 수용해야 할 책임이 양산시에 있다.
3. 해운대 달맞이 고개 벤치마킹
물금읍 동부마을과 서부마을이 향후 발전 방안의 하나로 벤치마킹할 대상은 해운대 달맞이고개다. 자연환경에서 해운대 바다의 절경과 대비되는 것은 물금의 낙동강이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개설된 문탠로드는 갈맷길 2코스에 속해 있다. 갈맷길의 2코스의 총 소요 거리는 18.3㎞, 소요 시간은 약 6시간이다. 물금에는 낙동강 자전거도로인 황산베랑길이 있다. 또한 황산베랑길은 조선시대 영남대로 구간으로 유명한 옛길이다.
역사유적지인 영남대로 황산역이 있어 장래에 복원된다면 역사관광의 최적지며, 황산공원의 캠핑장, 야구장, 파크골프장 등과 연계한 체험관광 등이 가능하다.
달맞이 고개 길은 벚나무와 송림이 울창하게 들어찬 호젓한 오솔길로 8km에 달하는 드라이브 코스를 형성하고 있어 해운대 바다 경관을 감상하기 좋다. 물금에는 1022번 도로가 드라이브 코스다. 달맞이 길에서는 달빛과 어우러진 바다의 정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달맞이 고개에는 길을 따라 도로변에 현대적인 각종 미술갤러리와 카페,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어 ‘문화의 거리’로 불리는데, 물금 지역도 도로만 개설되면 금방 명소가 될 수 있다.
문탠로드에서 문탠은 선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달빛으로 태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달빛을 즐기는 길이라 할 수 있다. 문탠로드는 달맞이 언덕을 오르다 코리아아트 갤러리 맞은편 숲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부드러운 흙길을 밟으며 수십년 된 해송숲 사이로 동해남부선 철도가 보이고, 솔향과 솔바람, 바다 냄새, 바다 바람, 파도소리가 일상의 피곤함을 잊게 해준다.
해가 지면서부터 밤 11시까지, 새벽 5시부터 해가 뜰 때까지 가로등이 켜져 있어 밤이나 새벽에도 어려움 없이 거닐 수 있다. 두 달에 한번 음력 보름 전후 토요일 문탠로드 따라 걷기 행사를 진행한다. 문탠로드는 총 2.5km 구간에 달빛꽃잠길, 달빛가온길, 달빛바투길, 달빛함께길, 달빛만남길 등 각각의 코스마다 의미 있는 이름이 붙어있다.
곽종포 시의원에 의하면 서부마을 끝에서 용화사, 임경대 방향으로 둘레길을 개설한다고 한다. 기존의 황산베랑길과는 별도로 개설하는 둘레길은 해운대 문탠로드와 비슷하게 만들어 양산의 새로운 명물로 탄생시켜야 하겠다.
마을 주민인 옥영호 대표는 서울 남산의 둘레길 조성을 예로 들며 둘레길이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게 잡목도 일부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둘레길에는 주차장, 화장실, 전망대, 운동시설, 야간조명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이 둘레길은 임경대와 연관된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의 이름을 붙여 ‘최치원 길’로 명명하는 것이 좋다.
동부마을과 서부마을의 도시계획도로는 신도시 개발에서 소외된 주민들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신속하게 개설하여 보답을 해야 한다. 주민 대표들은 도로, 공원, 주차장 등이 개설되면 자체적인 투자로 카페, 식당 등을 만들어 해운대처럼 양산의 최고 명소를 만들 각오를 하고 있다. 개발과정에서 낙동강과 황산공원, 금정산 조망권을 위해 반드시 고도제한이 필요하다.
계획대로 잘 추진이 되면 황산베랑길, 새로운 둘레길, 임경대를 방문하는 양산시민과 부산시민 등 외지인을 유치하여 양산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지역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산시는 도로개설이라는 최소투자로 해운대 달맞이길과 같은 명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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