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이만도 양산군수의 선정과 독립투쟁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상도
1. 양산군민들에게 선정을 베푼 이만도 군수
이만도는 1876년 양산군수 시절 흉년에 어려움을 겪는 백성을 위해 구휼미를 풀어 칭송이 자자했다. 또한 조세를 감면하면서 관찰사의 가렴주구를 항의하였다. 이만도 양산군수는 훌륭한 목민관으로서 백성의 존경을 받았다.
과거 양산시장들의 구속 등의 비리와 견주어보면 이만도 양산군수의 선행은 더욱 돋보인다. 백성을 사랑한 이만도 군수는 이양산(李梁山)으로 불릴만큼 신뢰를 받았다. 임경대 시비공원에 이만도 군수의 시가 있다.
선말 나라가 망하던 무렵에 왕은 신하들에게 의미 없는 벼슬의 위계를 높여서 내라는 경우가 많았다. 이만도 군수는 1907년에는 가선대부, 1909년인 68세에는 자헌대부(資憲大夫)의 위계에 올랐으나 일절 받지도 않았고 사용하지도 않았다. 당상관인 동부승지가 마지막 벼슬이었고, 제대로 행한 벼슬은 양산군수가 마지막이었다. 그 당시 백성들 사이에서는 전라도의 홍금산(洪錦山 : 금산군수 홍범식), 경상도의 이양산(양산군수 이만도)이라고 호칭하며, 백성을 위해 선정을 베푼 대표적인 군수로 숭앙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삼정의 문란이 극에 달하여 지방관리들의 횡포가 심했으며, 백성들은 수탈에 시달렸다. 토지에 매기는 세금인 전정(田政), 군대 가는 대신 포(布)를 내도록 한 군정(軍政), 보릿고개를 넘도록 쌀을 빌려주는 환정(還政)을 삼정이라고 하였다. 전국적으로 무리하게 세금을 걷는 삼정(三政)의 문란이 만연하였다. 지방관리들이 행정권, 사법권, 세금징수권까지 갖고 독점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부패가 만연하였다. 백성들이 가혹한 세금을 피해 멀리 도망가는 현상이 빈발했다.
조선시대 백성들은 가혹한 세금, 과도한 부역, 아전들의 횡포 등으로 시달렸다. 군포(軍布)는 조선시대의 군정(軍丁)에게 역(役)을 면제해주는 대가로 받던 베로 어린아이나 이미 죽은 자를 장정으로 편입시켜 부족분을 충당하는 등 군정이 문란해졌다. 군정의 폐해로 관리들의 수탈은 노골화되고 양인들의 부담만 더욱 가중되었다. 조선시대 양산의 낙동강과 양산천은 제방 부실로 홍수가 빈발하여 많은 집과 농토가 유실되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가뭄도 오래 지속되어 훙년이 자주 발생하여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이만도는 25세에 장원급제한 이래, 명문의 후예라야만 가능한 여러 청직(淸職)을 거치며 많은 벼슬을 역임한다. 성균관의 전적(典籍), 병조좌랑, 사간원 정언(正言)을 거쳐 명예로운 옥당벼슬인 홍문관 부수찬(副修撰)에 오른다.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임금에게 곧은 진언(進言)을 하기 시작하자 대신들의 칭찬이 자자했고, 국가의 장래와 미래에 대한 원대한 포부를 밝힐 때 모두가 옛날 대신의 풍모가 있다고 칭찬하였다.
옥당(홍문관 벼슬)에 들어간 이후에는 교리, 부교리, 장령을 역임했다. 그 후 지평, 병조좌랑, 응교, 부응교, 사간원 집의, 성균관 사성, 장악원정 등의 여러 버슬을 역임했다. 그 뒤 조정에서 고향 가까운 양산군수로 임명하여 부모님 봉양에 편하도록 조치해주었으니, ‘이양산(李梁山)’이라는 호칭은 그래서 얻게 되었다. 이만도 군수 영세불망비가 가야진사에 있다.
41세이던 1882년에는 통정대부의 위계에 올라 공조참의, 동부승지라는 당상관에 제수되었다. 그때는 벌써 나라가 기울기 시작하던 때로 벼슬에 뜻을 버리고 곧장 고향으로 내려와 책을 읽고 뜻을 구하며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다. 42세 때에도 연달아 동부승지의 제수(除授)가 있었지만 전혀 응하지 않고 본격적인 학문연구와 후학들과의 강학, 학문연마에 온 정력을 기울였다.
2. 이만도 선생 순국
이만도 군수(1842년~1910년)의 본관은 진성(眞城), 자는 관필(觀必), 호는 향산(響山), 경상북도 예안 출신이다. 선생은 퇴계의 11세손으로 경북 봉화군 봉성면에서 태어나 14세 때 선대 고향인 안동군 도산면 하계마을로 돌아왔다.
이만도 선생의 부친 이휘준은 문과에 급제한 뒤 성균관 대사성에 올랐고 할아버지 이가순 역시 문과에 급제한 뒤 홍문관 응교를 지낸 3대 문과 급제 가문이다. 이만도, 이만규 형제는 둘 다 과거에 급제했다. 형 이만도 선생은 문과에 장원급제하고 동생 이만규 선셍은 문과 갑과에 2등을 하였다. 형제는 벼슬에 나아가 홍문관 등 요직을 거쳤지만 나라가 망하자 독립운동이라는 가시밭길을 스스로 걸어갔다.
향산 이만도는 나라 잃은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며 단식 24일 만에 세상을 떠난다. 아우 유천 이만규도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다. 그도 형을 따라 단식을 하려고 했지만 향산의 만류로 후일 파리장서 운동에 참여한다.
강화도조약이 맺어진 1876년, 선생은 최익현이 개항을 반대하여 올린 상소를 두둔하여 파직당하였으며, 1882년 한미수호조약으로 나라가 혼란하자 낙향한 뒤, 같은 해 6월 임오군란이 일어난 후 다시 공조참의와 승정원 동부승지에 임명되었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1895년 명성황후 민비 시해사건이 일어나자 의분을 견디지 못한 향산은 의병봉기를 촉구하는 왕의 밀령이 전달받고 거병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소모관 이용호가 일본군에 붙잡히는 바람에 뜻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단발령 소식까지 들려오자, 안동지역에서는 통문이 돌기 시작했다. 선생은 가장 앞선 예안통문에 참여하고, 의병을 일으켜 대장을 맡아 선성의진을 이끌었다. 그러나 의진이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동의진이 패하자 선성의진이 와해되었다. 선생은 대장에서 물러나 의진을 정비하였고 집안 후손인 이중린, 이인화, 이중언 등이 이를 이어 3월 태봉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일본군대를 쳐부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도모를 시도하면서 참았다.
1905년에는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죽어야 한다는 뜻을 더욱 굳혔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선생은 9월 17일 단식을 시작했다. 나라를 잃고 군왕이 치욕을 당하게 된 것에 대해 죽음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함이었다. 단식 21일째 되던 날, 경찰이 와서 강제로 음식을 먹이려 하자 선생은 크게 소리쳐 꾸짖으며 그들을 물리쳤다. 10월 10일 선생은 단식 24일째 되던 날 순국했다.
3. 이만도 선생 후손의 독립운동
국가보훈처는 광복회, 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명성황후 시해 후 예안 선성의진을 결성하였으며, 을사조약 파기와 을사오적 처형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리고, 경술국치에 이르자 병탄에 항거하여 단식 순국한 이만도 선생을 2012년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한 바 있다.
이만도 선생의 아들 이중업은 아버지가 을미의병을 일으키자 당교격문(唐橋檄文)을 지어 안동, 예안, 상주, 봉화 등지의 장터에 내다 붙이며 경북 북부지방 독립운동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독립운동가 김대락(金大洛)의 여동생인 김락(金洛)과 결혼했다. 이중업은 곽종석 등과 함께 파리장서를 작성해 서명 운동을 일으켰다.
중국 쑨원(孫文)과 우패이푸(吳佩孚)에게 독립청원서를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이중업 선생은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되었다.
김락( 1862∼1929)은 만 18세 때 양산군수 이만도의 장남인 이중업(李中業)에게 시집갔다.
시아버지 이만도는 을미사변과 단발령 반포에 반발해 예안 일대에서 의병을 일으켰으며, 남편 이중업도 아버지와 함께 의병에 가담했다. 김락의 친정 오빠 김대락과 형부 이상룡이 독립군 기지 건설을 위해 가족을 데리고 만주로 망명했다. 이중업 김락 부부의 장남 이동흠은 1917년 무렵 광복회에 들어가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는데 힘쓰다가 1918년 광복회가 발각되면서 일제 경찰에게 체포되어 5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1919년 3월 17일 김락이 살던 예안군에서 3.1 운동이 발발했다. 경찰은 이에 강경 진압했지만 3월 22일에 2차 시위를 벌였다. 이때 김락은 시위에 참가했다가 일제 경찰에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두 눈을 실명했다. 정부는 2001년 김락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안동의 이중업 김락 부부는 ‘경북 2019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었다.
이만도(李晩燾)의 손자 이동흠 역시 독립운동을 하였다. 그는 1918년 4월 2일 경북 봉화군(奉化郡)의 부호 이정필(李廷弼)에게 군자금으로 천원을 헌납하라는 광복회 명의의 통고문을 발송하였으나, 이와 관련하여 면장(面長) 이명호(李明鎬)와 함께 일경에 피체되어 1918년 11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5월형을 언도받고 옥고를 치렀다.
1926년 1월 경북 달성(達城), 영양(英陽) 등지에서 최해윤(崔海潤), 이현병(李鉉秉)으로부터 군자금을 모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펴던 중 1926년 5월 10일 일경에 피체되었다. 1927년 2월 10일 대구지방법원에서 둘째 손자 이종흠도 1926년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다 체포돼 1년의 옥고를 치렀으며, 국가유공자가 되었다.
이만도 군수 집안과 며느리 김락 친정 집안을 모두 합하면 100명이 넘는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명문 집안이다. 양산의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고 나라가 망하자 독립운동에 떨쳐나서 순국한 이만도 양산군수처럼 양산의 시장들도 청렴결백하게 봉직하며 양산시민들과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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