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1. 양산 통도사는 불지종찰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경영학 박사 심상도
경상남도 양산의 통도사(通度寺)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으뜸으로 불지종찰(佛之宗刹)이라고 한다. 646년(선덕여왕 15)에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하였다. 삼보사찰은 통도사, 경남 합천 가야산의 해인사(海印寺), 전남 순천의 송광사(松廣寺) 셋을 가리킨다. 삼보는 불교의 신행 귀의대상인 불(佛), 법(法), 승(僧)을 가리키는 말로서 통도사가 불, 해인사가 법, 송광사가 승에 해당한다.
통도사는 자장(慈藏)율사가 중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창건한 절이다. 그는 불경과 불사리(佛舍利)를 가지고 귀국하였는데,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할 목적으로 이곳 통도사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조성하였다. 그는 승통(僧統)이 되어 이곳 통도사의 금강계단에서 승니(僧尼)의 기강을 바로잡았다고 하는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고 하여 통도사를 불보사찰(佛寶寺刹)이라고 한다. 영원한 부처님의 법신(法身)을 상징하는 사리를 모셨기 때문에 통도사의 주법당인 대웅전에는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불단(佛壇)만 마련하였다.
해인사는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대장경을 봉안한 곳이라고 해서 법보사찰(法寶寺刹)이라고 한다. 강화도에서 완성한 고려대장경은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조선 초기에 가야산 해인사로 장경각(藏經閣)을 따로 지어 옮겼다. 송광사는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해서 승보사찰(僧寶寺刹)이라고 한다. 고려 중기의 고승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은 이곳에서 정혜결사(定慧結社)를 도모하였다. 그 뒤 그의 제자였던 혜심(慧諶)을 비롯하여, 조선 초기까지 16명의 국사가 연이어 이곳에서 배출되었다고 하여 승보사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통도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이다. 2018년 1월에 양산시 기념물 제289호로 지정되었으며, 같은 해 6월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총림(叢林)은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禪院)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律院)을 모두 갖춘 사찰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총림이 8곳이 있는데,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 동화사, 범어사, 쌍계사를 8대 총림이라고 한다.
2019년 11월 백양사는 조건 미비로 총림에서 해제되었다. 통도사는 1984년 총림으로 승격되었으며, 총림의 수장은 방장(方丈)이라고 하는데, 성파스님이 맡고 있다. 모든 승려들은 행자교육을 마치고 사미계를 받으면 강원에서 4년 과정을 이수 후에 구족계(비구계)를 받고 선원이나 율원에서 수행생활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총림이 출가자와 공부하는 학인(學人) 스님의 감소 탓에 총림 조건을 상실하거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림실사특별위원회의 최근 8대 총림 실사 결과에 따르면 총림 구성 요건을 모두 갖추고 운영 중인 곳은 영축총림이 유일했다. 5개 총림은 염불원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두 곳은 아예 율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도사 영축총림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불지종찰의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통도사의 자랑 자장매
통도사에는 매년 이른 봄에 가장 먼저 꽃소식을 알리는 자장매가 많은 불자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양산은 남쪽의 따뜻한 지방에 위치하여 겨울에 눈이 별로 오지 않는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고 있다. 매년 통도사 홍매화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1월 초부터 첫 꽃망울을 피우기도 한다. 요즘 지구 온난화가 문제가 되는데, 점점 겨울 기온도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자장매의 개화도 빨라지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일찍 매화꽃이 피는 곳은 물론 제주도지만 전남 순천의 금둔사 매화꽃도 일찍 핀다. 음력으로 섣달에 꽃을 피운다 하여 납월매(臘月梅)라고 한다. 음력 섣달을 납월(臘月)이라 한다. 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 93의 유엔가념공원의 홍매화도 매우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다. 통도사의 자장매는 꽃이 활짝 핀 상태에서 눈이 내리면 설중매(雪中梅)가 되는데, 이런 진귀한 광경은 몇 년 만에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다.
통도사의 창건주 자장율사의 전설에서도 양산의 기후가 따뜻한 곳으로 나온다. 자장율사는 지령(地靈)이 뭉쳐 있는 영험한 장소를 찾아 통도사를 짓기 위하여 점을 쳤다. 전설에 의하면 자장율사는 나무로 오리를 만들어 공중에 날려 보냈다. 어디론가 날아갔던 나무오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칡꽃 한 송이를 물고 돌아왔다.
자장율사는 칡꽃이 피어 있는 곳에 절을 세우라는 것이 부처님의 뜻임을 깨닫고 흰 눈이 쌓여 있는 한겨울에 칡꽃을 찾아 나섰다. 며칠을 찾아다니던 어느 날 큰못 주변에 칡꽃이 피어 있었다. 자장율사가 인근의 경치를 살펴보니 송림이 울창하고 산봉우리들이 열을 지어 둘러쳐져 있었으며 검푸른 못물은 마치 고요히 잠들어 있는 듯했다. 자장율사는 커다란 연못에 살고 있는 아홉 마리의 용을 도술로 제압하고 못을 대부분 메우고 통도사를 창건하였다.
통도사 창건주인 자장율사 이름을 따 자장매(慈藏梅)라 부르는 영각 앞에 있는 수령이 35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만첩 홍매화는 매우 아름답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장매를 홍매화의 표준이라고 칭찬한다. 자장매가 있는 영각 앞은 남향으로 양지발라 따뜻하며, 주변이 전각으로 둘러싸여 있어 차가운 겨울바람도 막아준다. 자장매가 피면 전국 곳곳의 사진작가들, 많은 불자와 관광객들도 몰려든다.
통도사의 자장매 이외에도 아름다운 홍매화 두 그루가 있다. 통도사 일주문을 지나 극락보전 옆, 사천왕문 우측에 보면 홍매화 두 그루가 있는데, 한 그루의 조금 작은 매화나무는 연분홍 꽃을 피우고, 또 하나의 큰 매화나무는 진분홍 꽃을 피워 극적인 대비를 이루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장매가 아주 빨리 피고, 그 다음에 순차적으로 두 그루의 홍매화가 피기 때문에 통도사 전체적으로는 오랜 기간동안 매화꽃을 볼 수 있게 된다.
홍매화는 통도사의 입장료 수입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홍매화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므로 돌보는데, 신경을 써야만 하겠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의하면 2018년 통도사 입장객은 내국인 2,394,699명, 외국인 4,300명, 합계 2,398,999명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전체 사찰 중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1년 중 가장 많은 입장객이 방문하는 달은 매화꽃이 피는 2월로 424,612명이며, 1월 320, 831명, 3월 315,612명으로 나타나 홍매화 피는 시기에 입장객이 많음을 알 수 있다.
3. 심한 전지로 볼품없어진 홍매화와 책임 소재
통도사 자장매와 두 그루의 홍매화, 수양매화는 올해 전지를 너무 심하게 한 탓에 꽃이 볼품이 없어 수많은 방문객들이 실망을 하고 있다. 매화나무를 돌보기 위해서 매년 일정하게 전지도 하고 영양제 투입, 병충해 방제를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4년 전에 양산신문에 통도사 자장매, 홍매화에 대한 심한 전지 문제를 다루는 칼럼을 쓴 바 있는데, 올해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필자는 통도사를 자주 방문하고 있는데, 4년 전 방문했다가 자장매를 전지하고 있는 운암조경 송종명 대표를 우연히 만나게 되어 통도사 홍매화에 관리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문점을 질문하였다. 송대표는 통도사와 계약을 맺어서 나무를 관리하면서 전지도 하고, 거름도 주고 병충해도 예방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전에 홍매화를 심하게 전지한 것은 다른 조경회사가 관리할 때 일어난 일이라고 하였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조경회사 직원이 극락보전 옆 홍매화 두 그루를 무자비하게 가지치기를 하여 그렇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 조경회사 직원이 심하게 가지를 치자 종무소 직원과 불자들이 그렇게 하면 어떡하느냐고 참견을 했다고 한다. 그 직원은 당신들이 뭘 아느냐는 식으로 면박을 주고 위협을 했다고 한다.
양산시 원동면의 매실 농가 주민들은 해마다 매실값이 떨어지자 매화나무 전지를 심하게 하여 키를 작게 만들어 매실 수확을 쉽게 하고 있다. 가지치기를 많이 하여 씨알이 굵은 매실을 수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매화축제를 할 때 꽃이 풍성하지 않고 볼품이 없어 관광객이 실망을 하고 있어 문제다. 전남 광양의 청매실농장은 원동면과 달리 매화나무를 자연스럽게 관리하여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게 서비스하여 구름처럼 관광객이 쇄도하고 있다.
통도사의 유서깊은 자장매, 홍매화는 매실 수확이 목적이 아닌 천년고찰 통도사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불자와 관광객들에게 한겨울에 매화향도 선사하고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의의가 있다. 사람의 이발에 관련하여 비유한다면 올해 통도사 홍매화는 마치 군인들의 바짝 치켜 깎은 스포츠 머리, 여성들의 단발머리와 같이 너무 짧아졌다. 꽃을 피울 잔가지를 대부분 잘라서 꽃이 없고 굵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이식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오향매도 심하게 전지하였으며, 개산조당과 해장보각 옆에 최근 심은 어린 홍매화도 인정사정 보지 않고 싹뚝 잘라 심하게 전지를 했고, 통도사 식당인 한송정 앞에 있는 수양매화 역시 전지를 많이 한 편이다. 통도사 전체 홍매화를 심하게 전지하여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없게 망친 조경회사에게 홍매화 관리를 더 이상 맡겨서는 안 되겠다. 필자가 작년 비슷한 시기에 찍은 사진 3장과 올해 홍매화 사진을 비교해보면 책임은 명약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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