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1. 송탄유를 만드는 가마는 일제 수탈의 상징
동남문화관광연구소 소장 관광학 박사 심 상 도
양산시 원동면 영포리에서 일제강점기 수탈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송탄유(松炭油) 가마’가 2019년 3월에 발견되어 양산시가 학술조사를 하였다. 양산시 관계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 수탈 실상을 보여주는 가마 흔적을 학술적으로 고증해 역사자료로 남길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송유 가마를 문화재로 지정한 사례는 없지만 일제 강점기 소나무가 수난을 당한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차원에서 보존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양산시에서 발견된 송탄유를 만들던 가마는 산림청과 협조하여 잘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송탄유 가마’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희귀한 자료이므로 후세들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다. 외진 곳에 있는 가마를 보존을 위해 양산시립박물관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송탄유 가마는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 가지, 옹이, 뿌리 등에 열을 가해 송유를 얻는 가마다. 일제 강점기에 소나무로 송유 또는 송탄유를 만든 이유는 일제의 전쟁물자인 석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송탄유(松炭油)를 만들기 위해 소나무에 상처를 내고 송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소나무가 큰 피해를 입었다.
원동면 영포리의 송유 가마는 원통형 철제 솥 주변을 석축으로 둘러싸고 불을 때는 아궁이를 만들어 송유를 생산했다. 규모는 너비 1.2m, 깊이 2m다. 솥뚜껑과 솥을 감싼 석축 일부가 사라졌지만 보존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필자는 현장을 방문하여 송탄유 가마를 직접 확인하였다. 솥 모양이 아니고 긴 드럼통 모양이었다. 가마의 상부 테두리에 균열이 있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일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송탄유를 만들었다. 소나무에 'V'자로 상처를 내 나온 송진을 받아 끓여 기름을 만드는 방법, 송진이 엉긴 소나무 가지나 옹이 또는 소나무 뿌리를 가마에서 열을 가해 얻는 방법을 이용했다.
일제가 송탄유를 항공유로 사용하기 위해 제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실제 항공유로 썼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다만 송탄유를 항공기용 연료로 만들기 위한 공정이 필요했으며, 송탄유를 섞은 항공유로 시험비행을 했을 때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기록은 일본 측 자료로 남아 있다. 일본은 2차 대전에서 패망한 뒤 남은 송탄유를 어선의 연료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 일제의 가혹한 관솔캐기 동원과 전쟁준비
소나무에 상처를 내어 송진을 채취하는 방식은 큰 소나무가 많지 않아 무한정 시도할 수는 없었다. 온전한 소나무의 수가 줄어들자 일제는 관솔을 수집하는 작업을 강행하였다. 성인들 대상으로 개인에게 할당된 양의 송진 채취량을 채우지 못하면 즉각 전장으로 징용 보내겠다는 협박을 하였다. 송진 채취 작업의 고통과 아울러 징용에 대한 공포가 이중으로 엄습하여 나라 잃은 백성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태평양전쟁이 본격화되던 1942년부터는 국민학교 저학년 아동들도 예외 없이 관솔캐기 작업에 동원되었다. 일본은 대동아전쟁에 조선사람들에게도 내선일체 의식을 강요하여 참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세뇌교육을 하였다.
관솔은 소나무의 일부로 송진(松津, 松脂)이 많이 얽혀 있는 소나무 가지나 옹이를 말한다. 관솔은 소나무 그루터기에서 많이 채취할 수 있다. 가문비나무, 잣나무에서도 채취할 수 있다. 관솔은 소나무과 나무가 죽어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송진이 나무에 집중된 부위를 말하며, 살아 있는 소나무과 나무의 본 기둥에 달려있는 죽은 가지에서도 관솔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소나무는 가지가 부러지면 그 부위로 송진을 뿜어서 자신을 치유하려 한다. 소나무가 부러지거나 다친 부분에 관솔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관솔은 일반 나무보다 화력이 오래가고 강해서 좋은 땔감으로 대우받았다. 관솔은 조명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옛날에는 송진이 많은 관솔에 불을 붙여 촛불이나 등불 대신으로 썼다.
관솔은 소나무속 나무의 줄기에서 분비되는 송진이 나무줄기에 발달한 세포간도(細胞間道)에 엉겨서 생긴다. 관솔의 성분은 로진과 테레빈유다. 현대에 들어와 등산, 레저 등 아웃도어 생활에서 관솔은 부시깃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관솔은 자연재료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방수가 되는 부시깃이므로 비오는 날에 유용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석유공급선을 봉쇄하자 조선총독부는 한반도 전역에서 소나무를 태워 부족한 연료를 보충하려고 하였다. 원동면 영포리에서 발견된 송탄유 가마, 소나무 송진 채취를 위해 상처를 낸 소나무는 일제의 자원 수탈사를 생생하게 입증하고 있다.
2007년 5월에는 경남 함양군 국도 확장공사 현장에서 소나무 기름을 짜내는 가마로 보이는 유물 8기가 한꺼번에 발굴된 바 있다. 가로, 세로 각각 3m 크기로 소나무와 관솔을 넣어 열을 가하면 소나무 기름이 대롱을 타고 흘러내리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이 가마터는 일제강점기인 1938년부터 해방 전후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울산시 남구 신정동 남산 자락에는 각각 길이 60m, 42m, 62m, 16m짜리 동굴 4개가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동굴 너비는 1.5∼5.5m, 높이는 1.8∼4.2m 규모다. 동굴들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의 보급물자 창고로 사용되던 곳이라는 정도로만 지역민 사이에서 구전됐으나, 최근 남구문화원의 연구로 동굴의 역사와 용도가 밝혀졌다. 일제는 자국 본토와 가까워 침략물자 수송이 용이한 울산에 1928년 울산비행장을 만들었다.
운영난으로 한때 운영되지 않다가 1941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용으로 개조, 군수물자 운반과 연료 공급기지로 활용됐다. 이때부터 남산 동굴은 군량미와 항공유로 쓰이는 소나무 기름(송유)를 비축하는 창고로 사용됐다.
관솔은 송진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쉽게 부패하지 않아 공예용으로도 자주 쓰인다. 벼루와 먹을 만들기도 하는데 먹은 송연먹이라고 한다. 또 관솔처럼 소나무 송진을 모아서 만드는 송근유가 있다. 피톤치드(phytoncide)와 같은 건강 보조제로 쓰이기도 한다.
3. 송진의 용도
송진에 있는 성분으로 인쇄 잉크와 복사기, 레이저 프린터 용지, 바니시, 접착제, 비누, 페이퍼 사이징, 청량 음료, 납땜 플럭스, 실링 왁스 등을 만든다. 또한 송진은 의약품과 껌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글리세롤 에스테르(E445)는 청량 음료의 유화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제약 분야에서 송진은 몇몇 석고와 연고의 성분이 되기도 한다.
송진은 마찰력을 이용하는 음악,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 현악기 연주자들은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활털에 송진을 바른다. 송진을 바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송진가루를 천으로 바르기도 한다. 송진은 보통 악기를 연주하기 전 바른다. 라이트 로진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습한 기후에 적합하고 다크 로진은 첼로, 건조하고 추운 기후에 적합하다.
한편 베이스에 적합한 송진도 있다. 바이올린 송진은 브리지가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악기에 사용하기도 한다.
발레, 플라멩코, 아일랜드 댄서들은 무대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신발바닥에 송진가루를 바른다. 한때는 펜싱 선수들도 신발 바닥에 송진을 발랐고, 지금도 복서들이 사용하고 있다. 체조선수와 핸드볼 선수들은 그립을 잡기 위하여 송진가루를 손에 바른다. 일부 암벽 등반가들도 송진을 사용했지만, 바위가 오염되어 최근엔 사용이 줄었다.
역도선수들은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역도 부츠에 송진을 바른다. 드래그 레이싱 코스의 출발선에는 마찰력을 높이기 위하여 송진이 발라져 있다. 로데오 선수들은 로프와 글러브에 송진을 바른다. 야구 투수와 볼링 선수들은 공을 제어하기 위해 송진가루가 담긴 로진백을 사용한다. 에이리얼 실커, 폴댄서와 같은 곡예사들은 손에 송진가루를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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