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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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시인의세월아 잘해라 ...한 귀퉁이에 숨어 숨 쉬고 있는 콩알같이 존재감 없는 꽃아 창문밖에 있는 햇빛을 한 움큼 뽑아 여태까지 시린 꽃에게 어루만져주진 않았지만 잘해라 시들어가는 가엾은 꽃은 되지 말고 비탈진산기슭에 위태롭게 서있는 나무야 이때까지 달빛 그윽한 눈으로 보살피진 않았지만 잘해라 메말라 오그라진 가슴처럼 말라빠진 나뭇껍데기만 움켜쥐고 있는 줄기는 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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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시인의 동시대에 서있는 사람들동시대에 서있는 사람들 (양산 축협 여성대학 3기생들) 창영 서명숙 저마다 하나씩 시퍼렇게 멍든 버거운 돌 지게 지고 같은 시간 위에 바람을 밟고 선 친구들 등에 매달고 올라온 무거운 짊 바람 위에 훌훌 털어 널어놓고 내려온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중년의 여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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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시인의 등이굽은여자등이 굽은 여자 서명숙 하늘에서 비가 지팡이 타고 내려온다 하얀 머리카락 흐느적거리며 누런 눈동자에 자세히 보니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 한때는 반짝이는 검은 머리 휘날리며 맑은 눈동자 싱싱한 날개를 뽐내며 내려왔는데 지팡이에 업혀 오는 지금 너의 모습은 마치 꽃이 잠시 피었다 금방 시들어 떨어질 두려움에 등이 굽어있는 이파리 같다 비야 너도 늙는구나 꽃아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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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뉴스,서명숙시문학이사의가자 가자 인생 뭐 있노가자 가자 인생 뭐 있노 서명숙 버스 위로 번개가 내리친다 우르르 뽕짝 까르륵 짝짝 죄 없는 버스는 영문도 모른 채 두드려맞는다 캄캄한 버스 안 땀으로 얼굴이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 중년의 얼굴들이 광란의 낮을 즐긴다 순천 국가 정원 박람회에서 우리를 마중 나와 활짝 웃어주고 있는 온갖 꽃들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어떤 이는 엉덩이를 들고 찍을까 어떤 이는 누워서 찍을까 찰나의 고민을 하기에 바쁘다 하동에서 최고 길다는 전설이 있는 케이블카를 타고 굽이쳐돌아가는 크고 깊은 산새를 가냘픈 아지매들 품 안에 억지로 구겨 넣고 이십여 분을 올라간다 보이는 건 산과 또 산 중간에 성도 이름도 모르는 낯선 무덤 만이 낯선 양산 아지매들을 반긴다 양산의 자랑스러운 축협 주부대학 3기 가자 가자 가자 어디로 갈까 또 가보자 인생 뭐 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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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 (와이뉴스 시문학 이사)의반으로 쪼개진 홍시반으로 쪼개진 홍시 서명숙 가을 문턱을 넘고 또 넘어 지금 여기 서있다 이삼십 대의 가을은 떯은감 사오십 대는 단감 곧 홍시가 되어 터지기 전 죄 없는 가을은 가만히 있는데 죄 많은 인생은 애먼 가을을 강제로 끌고 와 비벼대고 있다 가을아 너무 억울해하지 마라 무슨 이유가 있겠나 너는 지금이 가을이라 가을이라 하지 별 뜻은 없다 홍시가 반으로 쪼개진 가을에 또 시비를 툭 걸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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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와이뉴스 시문학이사)의 살아있는 여자살아있는 여자 서명숙 엄마가 있는 요양병원 엄마가병실 복도에 서서 나를 본다 나는병원 면회실에 서서 엄마를 본다 엄마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린다 숙아 니가 우니 나도 눈물이 나 네 보고 싶었단다 둘이서 껴안고 운다 외출증을 끊어 산부인과에 갔다 밑옷을 벗기는데 엄마가 속옷을 잡고 안 놔준다 그래 늙은 엄마도 여자이기에 그렇지 살아있으니 가능하지 죽어봐라 그때는 엄마도 여자도 아닌 그냥 한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간 한풀데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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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중년의 끝에 서서 가을을 본다중년의 끝에 서서 가을을 본다 서명숙 허름한 비탓길 산기슭에 땅을 향해 고개 숙인 살이 빠져 말라빠진 나무 한 그루 그 위에 허옇게 변해가고 있는 단풍잎 몇 개만이 헐거운 나뭇가지를 겨우 붙잡고 기대고 있다 해가 빠지는 저녁 이 세상 외로움을 다 사가지고 눈깔에 가득 집어넣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을 하늘색은 쓸쓸함이 묻어난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마저 외로움을 싣고 가고 있다 가을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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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인생여정인생 여정 서명숙 길을 걷는다 재미없어도 그냥 걷는다 이왕에 세상 줄잡고 내려왔는데 뭐 어쩌라고 길을 걷는다 라면같이 구겨진 삶이라도 그냥 걷는다 이미 신발 신었는데 뭐 어쩌라고 어차피 걷는다 신발 벗을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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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식은밥식은밥 창영 서명숙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호호 불어가며 먹고 있다 한여름에 더운밥을 먹는 시어머니 아들과 손주를 부러워해야 하나 굽이굽이 둘러치는 산을 넘어 도착했다고 남편과 자식은 손님 대접을 극진히 받으며 따끈한 밥을 호호거리며 먹고 있다 한쪽 귀퉁이에는 누런 냄비에 말라빠져 있는 밥이 놓여있다 족히 며칠은 숙성시킨 밥이다 내 밥인가 보다 먼저 시어머니가 시범을 보이며 먹는다 나는 밥을 먹기 전에 물 대신 서러운 눈물부터 삼켰다 멀리서 같이 온 손님은 더운밥에 웃음까지 넣어 먹기 바빠서 누런 냄비 밥은 눈에 안 보이나 나는 뜨거운 밥이 잘 보이던데 며느리도 멀리서 온 손님인데 식은 밥을 서러운 눈물에 말아서 먹고 혼자 방에 가서 울분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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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비와 사람은 세로로 죽는다비와 사람은 세로로 죽는다 서명숙 하늘에서 땅으로 위에서 아래로 주르륵 내려온다 아니 사다리 타고 내려온다 땅에서 하늘로 밑에서 위로 휙 올라간다 아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간다 비가 올 때는 빗소리를 내며 아우성치다가 비가 갈 때는 그냥 뚝 끊어지며 소리 없이 세로로 서서 죽는다 사람이 올 때는 응애응애 큰소리로 울고 불고 발버둥 치다가 갈 때는 희미한 한줄기 눈물 자락 조용히 꺼내며 세로로 누워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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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매일 옷을 입고 벗는다 서명숙인간은 매일 옷을 입고 벗는다 서명숙 비바람이 조금 부는 어둑한 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리고 서있는 남자 여자들 또각또각 소리 내며 정류장에 합류한 여자 정류장에 서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새는 다 똑같다 신발도 신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었다 윗옷과 아래옷만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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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시인의돌고도는 인생돌고 도는 인생 서명숙 낙엽이 서글프게 떨어진 자리에 몹쓸 바람이 쓸고 가겠지 휑한 그 자리에 또 얼음이 물 되어 꽃으로 피어나겠지 다시 여름이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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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시인(YNEWS서명숙 시문학이사)의이유 있는 사랑 창영 서명숙 YNEWS서멍숙 시문학이사 그대라서 좋습니다 당신이기에 사랑합니다 꽃은 꽃이라서 예쁘듯이 별은 별이라서 반짝이듯이 산은 산이라서 크고 바다는 바다라서 넓고 깊습니다 당신은 그런 존재입니다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이슬이 아닌 수많은 모래 알속에서 영원히 피어오르는 단 하나 보석 중에 큰 보석 바로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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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소리 서명숙 시인=YNEWS 시문학이사서명숙 YNEWS 시문학 이사 엄마의 소리 서명숙 아버지 돌아가시고 혼자된 엄마 전화기 너머에 하이고 하며 내뱉는 깊은 한숨소리 하이고 외마디 속에 팔십 평생 살아온 엄마의 삶이 다 들어있다 절절히 흐르는 고독 처절한 외로움의 소리 스마트폰을 만질 줄 아나 글을 읽을 줄 아나 그러니 더 그렇지 뭐 그렇지 뭐 그렇지 뭐 이 한마디가 또 한 번 가슴을 무너지게 만든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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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숙 시인의. "봄비"봄비 서명숙 (와이뉴스 시문학이사) 언제부터 내린 비일까 어제 새벽부터 쉼 없이 내렸을까 오늘 아침부터일까 창문 열어 밖을 보는데 향긋한 흙냄새가 코끝을 건드린다 비를 촉촉이 먹어 배부른 흙이 한동안 먹지 못해 배고파 울던 감성 한 숟가락 떠서 사다리 타고 올라온다 겨우내 밑바닥에 처박힌 우물 안 두레박처럼 침체되어 메말라 오그라진 가슴을 생생한 빗소리에 웅크린 몸을 화들짝 일으킨다